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박재관 Jan 07. 2024

이 세상은 하나의 시뮬레이션일지 모른다

2023년 읽은 책 중 베스트 책, 추천 책

올해도 어김없이 작년에 읽은 책을 정리하며 나만의 베스트 책, 추천 책을 선정한다. 새록새록 그때의 감동과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물론 왜? 어떻게? 이렇게 기억이 안 나지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또 정리하다 보면 내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일부는 이전에 소개한 내용을 그대로 다시 썼다. 양해 바란다. 순서는 순위가 아니라 읽은 시간순이다.


2023년에는 총 72권 읽었다. 그중에 베스트 책 5권, 추천 책 10권을 선정했다. 생각보다 많이 읽어서 놀랬다. 도서관 책이 3주 기한인데 4~5권 빌렸던 게 주요 이유 아니었나 싶다.


이 중에서도 딱 한 책만 꼽자면 2023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사회문제의 경제학 - 헨리조지'의 책이다. 꼭 읽어보시길 강추드린다.


# 베스트 5


1 인간 본성 불패의 법칙 - 로런 노드그런, 데이비드 숀설

마케팅 책에 가깝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들어 있다. 인간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마찰력이 더 많이 작용한다는 여러 사례를 들어주는데 설득력이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최소 노력, 최소 비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기획자, 사업가에게 강력 추천한다.


2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 오건영

일본 버블, 잃어버린 반세기를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하다니, 귀에 쏙쏙 눈이 트이는 느낌이다. 왜 환율과 금리가 경제에서 가장 핵심인지 알게 해 준다. 엄청난 단위의 부채는 제로금리를 통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게 최고의 해결책이다. 그래서 그렇게들 저금리를 유지하려고 한 거였다. 전 세계는 환율과 금리로 거미줄처럼 엮여있고 결국 가장 힘세고 기축통화국인 미국 Fed 정책에 따라 세계경제는 휘둘릴 수밖에 없다. 경제 초보들에게 강추한다.


3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매슈 워커

왜 잠이 생존에 있어 필수적이며 중요한지, 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드린다. 청소년들이 아침잠이 많은 건 호르몬 주기 때문이었다. 꿈은 기억을 혼합하고 새로운 연결을 촉진시킨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기억력, 창의력, 건강, 감정해소 등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치명적이다. 나이 들수록 가장 중요한 게 잠을 잘 자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4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처음엔 하루끼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엔 데미안을 읽는 듯했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쾌락주의는 방탕과 금욕도 몰라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순식간에 타락의 끝을 보게 된다. 서서히 타락해 가는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놀랍고, 자신의 초상화에 자신의 모든 악을 투영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5 사회문제의 경제학 -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으로 유명하다. 기자 출신으로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하는데, 톨스토이가 이 책을 읽고 마지막 25년을 헨리 조지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바쳤다는 일화가 있다. 톨스토이와 동시대 인물이라는 게 놀랍다. 빈부 격차와 자본주의 문제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토지사유화 때문에 발생하는 거라는 걸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 이후로 저자의 주장을 절대 반박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던 두 번째 책이다.


# 추천 10


1 가녀장의 시대 - 이슬아

요새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뜨는 작가로 알고 있다. 매일 글을 써서 구독료를 받은 거의 최초의 작가다. 자기 주변, 가족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당당하게 풀어내는데 소설 아닌 소설 같다. 약간 다른 점은 부모와 조부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독특하다.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로부터 자기가 나왔음을 인식하고, 자신과 다른 점을 통해 삶을 통찰한다.


2 한순간에 - 수잰 레드펀

정말 가족같이 친했던 두 가정이 순간적인 사고로 조난에 빠진다. 독특한 건 주인공이 사고로 죽은 유령의 상태로 그 두 가족을 관찰한다. 위험에 빠지자 천사 같았던 사람들도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갈등을 하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항상 그렇듯이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 내 삶을 정의한다.


3 다른 의견 - 이언 레슬리

다른 의견이 필요한 이유, 갈등이나 대립 논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각종 사회, 경제, 심리학 논문이나 연구 결과를 참조하여 설득력 있게 주장을 펼친다. 테러범이나 사이비 종교집단과의 협상과정도 흥미롭다. 결국 의견대립이나 갈등을 푸는 방법은 인간적인 신뢰와 유대관계이고, 나와 다른 의견을 통해 자신의 사고가 확장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옳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옳은 것이 중요하다.


4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단편 소설집, 한마디로 기묘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다. 처음에는 심리 스릴러 같았는데 순간 살인의 추억으로 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잔혹 동화 같기도 하지만 결국 감춰왔고 눌려왔던 욕망이 폭발하는 것 같다. 특히 타임리프물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압권이다. 과거로 돌아가 현실을 바꾸려 할수록 꼬이는 전형적인 스토리지만 숨을 죽이게 하는 긴장감이 최고였다.


5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 이진숙

18세기 라파엘전파부터 현대 추상미술까지 미술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미술이 어려운 이유는 잘 몰라서이다. 미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역사적, 철학적 배경을 알아야 해석이 가능하다. 예술은 기존의 도덕, 편견, 관념, 사랑, 욕망을 비틀어 표현한다. 예술은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린다. 직관은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다고 한다. 통찰은 직관에서 나온다. 예술이 중요한 이유다.


6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죽음을 가까이서 대할 수밖에 없는 암종양 내과 의사의 에세이다. 그가 맡았던 환자들 사례를 담담하게 때로는 고민과 사유를 통해, 죽음에 직면하게 됐을 때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과 삶에 대한 자세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암에 대한 편견들을 깰 수 있게 도와준다. 죽음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난 죽음 앞에 의연할 수 있을까?


7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고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엄마의 에세이다. 보통 애들 문제는 대개 부모의 잘못이라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이 엄마는 자기 가족은 너무나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고, 큰 문제가 없었다고 부모도 속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이 책을 낸 이유도 이런 가정에서도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결론은 자식을 다 안다고 절대 생각하지 마라.


8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열여섯 소녀와 열일곱 소년이 만들어 낸 환상의 도시. 이 도시에는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살 수 없다. 그림자가 나인지 내가 그림자인지 헷갈린다. 지금 현실의 내가 항상 공허한 것은 내 본질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내 마음의 벽을 쌓아 내 본질을 가두는 것도 내 선택이다.


9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단편 소설집이다.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과 그 속의 아픔을 섬세하게 담고 있다. 왜 최은영 소설 속 남편과 아빠들은 그렇게 못됐는지, 이 소설 속 여자와 남자의 거리는 너무 멀다. 이런 걸 다들 모르지 않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언젠가 바뀔 희망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걸 의식하는 약간의 몸짓들이 희미한 빛이 되는 건가?


10 아노말리 - 에르베 르 텔리에

어느 날 비행기가 기상악화로 비상 착륙했는데 3개월 후에 똑같은 비행기 똑같은 사람이 또 도착했다. 실종됐다가 5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비행기와 탑승자 얘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매니페스트가 생각났다. 다른 점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종교학자들 철학자들, 과학자들이 각자의 이론을 내며 설명을 시도하는데 결론은 이 세상이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마치 미드를 보는 것 같은 재미와 종교, 철학, 과학이 버무려져 생각해 볼거리가 많았다.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2023년 읽은 책 72권 목록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RD96NbS85-KsTLhDPYqn4Ks8QSYiWg15S4LmLyxE46A/edit#gid=1034024996

작가의 이전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틀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