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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청년 박재관 Feb 18. 2024

나에게 여행은

대만 3박 4일 패키지여행기 2부

둘째 날은 두 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서 

대만 동쪽 태평양 쪽 바다에 있는 

[태로각 협곡]에 갔다.

석회성분으로 인한 옥빛 물색깔, 

군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깎았다는 

절벽 동굴 도로를 걸었다.



수많은 단체 관광객들 사이로 

눈에 띄는 남자 고등학생 하나.

사진 찍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온 듯한, 

입 삐죽 나와서 불만 가득한 남자애 모습이 

나의 아들내미 모습과 겹쳐서 한참 웃었다. 


내 아들은 풍경 보는 여행이 싫다고 한다.

놀러 가서 박물관 보고, 바다 보고, 절 보고, 

산에 가고 하는 게 제일 싫다고 한다.

여행은 쉬러 가는 거지 

왜 힘들게 돌아다니냐고 한다.


나에게 여행은 풍경 보는 재미다.

나이 들수록 자연이 좋다.

옛날 물건 보는 것도 재밌다.

해외의 이색적인 풍경은 더 좋다.


패키지여행에서 함께 다닌 사람들 구성은 다양하다.

가족, 직장동료, 동네친구, 사촌 자매등 

하지만 주로 여자들이다. 남자끼리 온 팀은 없다.


깜짝 놀란 것은 아들이랑만 같이 온 가족이 

두 팀이나 됐다.

우리 집 아들은 어서 다녀오시라고, 

가능한 오래 있으시라고 그러는데,


타이베이 돌아오는 길에 들린 [청수단]. 

물 색깔 예술이다. 인생사진 스팟이다.



셋째 날은 북쪽에 위치한 [예류 지질공원]에 갔다.

자연이 만들어 낸 신기한 형상의 돌들. 

와이프가 골라준 반팔 색깔 때문에 한 몸이 됐다.



오는 길에는 센과 치히로 배경이라는 [지우펀].

고지에 위치한 산골 마을이다. 

이렇게 산골에 마을이 생긴 건 금광 때문.

대만이 경제 발전 시킨 것도 장개석이 

중국에서 가져온 금 400만 냥 때문이라는데.

사람이 사람이 인산인해다.  

산에 위치한 야시장 같다.



다음은 [스펀]에서 연등 날리기.

가족들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붓으로 글을 써 날려본다.


저녁엔 [시먼딩 거리]에서 망고빙수 먹고, 

가이드가 안내한 수신방이라는 가게에서 

펑리수(파인애플 과자)를 샀다.

사람들이 그전부터 까르푸에서 

펑리수 사려고 했는데 

가이드가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해외여행 가면 회사사람이나 

친구들 가족들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 국룰이 있다.

노쇼핑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이런 것을 요구하고, 

없으니 불편함을 느낀다.


지우펀에서도 전통찻집 방문 코스가 있었는데

가이드가 가지 않는 것을 요구한다.

가면 차를 마시고 차를 사야 하는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가는 것을 

우리가 자발적으로 원했다는 동의서를 쓴다.

마지막 날 오는 길에 차에서 가이드가 

그동안 고생한 관광버스 운전사를 위해 

약과 기념품을 판다.

가격은 무조건 만원.


노쇼핑, 노옵션, 노팁 패키지여행이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거에 민감하면 자유여행을 가야 한다.


그런데 검색해서 맛집 찾고, 

교통편 알아보는 것이 만사 귀찮다면, 

그리고 체력이 좋다면 패키지여행도 괜찮다.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주는 대로 먹고, 

가라는 데로 가고

몸은 고생이지만 맘은 편하다.


김영하는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을 가는 이유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의 불안을 초월하여, 

현재만을 생각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에게 여행이 그런 의미까지는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내게 있어 여행은 

거의 ‘가보니 별거 없네, 집이 제일 좋네’라는 

재확인의 과정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풍경 보면서 

가족들과 맛난 거 먹으면,

그걸로 충분히 좋은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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