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청년 박재관 Mar 17. 2024

최고의 시절, 최악의 시절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악독한 귀족들이 죄 없는 농민들을

죽인일이 많을까?

흥분한 농민들이 선량한 귀족들을

죽인일이 많을까?


죽음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절대적으로 농민들이 억울하게 죽은 일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혁명이라는 대의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선량한 귀족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

진정한 대의는 억울한 소수의 죽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파리와 런던 두 도시를 무대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프랑스 대혁명에 대해서는

봉건군주제를 무너트린 최초의 시민혁명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저자인 찰스 디킨스에 대해서는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럴로 유명한 작가라고 알고 있었다.


내 생각에 이 책은

영국인 엘리트가 바라보는 프랑스혁명에 휩쓸린

개인들의 비극사 같다.


작가는 프랑스혁명을 완전 상반되는 것들이 혼재되어 있던 시대로 평가했던 것 같다.

첫 문장부터 ‘최고의 시절이었고, 최악의 시절이었고,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는 최고의 시절이었고, 누구에게는 최악의 시절이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지혜의 시대였고, 누구에게는 어리석음의 시대였을 것이다.


혁명과 같은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는 기존의 통념들이 깨지고 부정당하며

새로운 신념과 확신으로 대체된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 각각의 개인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선택 되어질까?


작가는 특히 사형제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형이 모든 업계와 직종에서 유행하던 비법"이라고 말한다.


“(사형) 이것이 범죄 예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서가 아니라…

골칫거리 같은 개별 사례들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되어 살펴야 할 것이 하나도 남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형은 모든 의혹을 묻는다. 여지를 없앤다.


사형제를 상징하는 기요틴은 봉건군주제 치하에서는 민중을 억압하는 기구였지만

혁명뒤에는 왕과 귀족을 처단하는 기구가 되었다.


기요틴이 양날의 검이듯

억압도 마찬가지다.

억압은 유일하게 영속적인 철학이야. 

공포와 굴종의 음울한 경의는 앞으로도 개자식들이 채찍에 순종하도록 해줄 테지"

라는 후작의 말은 기요틴과 교차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드파르주 부인이다.

남편이 혁명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힘들어 하자 부인은 말한다.


“오랜 시간이 아닌 적이 있나요?

복수와 응징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게 규칙이에요.”


혁명의 최전선에 있지만

마음이 약해지는 남편을 다잡고,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건 바로 부인이다.


작가가 혁명에 빠져드는 민중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엘리트주의 적이다.

“광적으로 뒤흔들린 민심이

광적으로 전염된 것이었다.

전염병이 도는 시기에 우리 중 어떤 이들은

그 질병에 남몰래 이끌리어

그 병으로 죽고 싶다는 일시적 경향을 보이게 된다"


광기에 빠진 민중은

결백한 남자가 조상들의 죄 때문에 죽게 만든다.

아니 작가는 이를 사랑의 힘으로 대속시킨다.


혁명의 두 얼굴과 참상을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비판하는 것 같다.


지롱드파(중도파)의 핵심 인물인 롤랑 부인이 사형 집행되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은

“오 자유여, 그대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범할 것인가"라고 말한다.


맞다 선의 이름으로 행하여진 악이 가장 무섭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수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길이 정말 너무나 어려운 길이라는 걸

우린 이미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하지만 또. 그.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나답게 사는 것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