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인> 임애린 저자의 리추얼 레터
지난 크리스마스 다음날, 거의 3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출국하기 며칠 전,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로 자가격리를 10일이나 해야 한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한국행을 계획할 때는 예상에 없었던 일인데 말이죠. 그 덕에 크리스마스는 한국에 오는 비행기에서, 연말은 감옥 아닌 감옥(!) 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지내는 것이 (연말인데, 심지어 오랜만에 오는 한국인데!) 무작정 싫고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있다 보니 명상도 더 길게 하고, 친구들에게 안부 편지도 쓰고, 창밖으로 보이는 인왕산의 큰 바위를 바라보며 조촐히 보내는 조용한 시간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격리 기간이 감사의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무작정 싫은 일들을 해야 할 때 저의 편견을 내려놓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런 선물 아닌 선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온 한국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일이 마치 자가격리처럼 쉬우면서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온 것은 거의 3년 전이었고, 당시 만나던 남자 친구와 강아지 룰루를 픽업하러 왔었습니다. 그 전은 2017년 여름, 어머니 장례식이였습니다. 이런 기억들 때문에, 한국을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무거워집니다.
오미크론 때문에 다시 전 세계가 힘들어지는 이 시기에도 한국을 찾은 이유는 지난 12월에 출간한 제 책 <아임 인> 때문입니다. <아임 인>은 제가 겪은 인생의 어려움을 통해 제가 찾은 ‘잘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의 변화로 인해 ‘나다운 삶’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3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보다 더 성장했고, 더 마음이 편안하고, 스스로를 더 사랑합니다.
<아임 인>을 작업하면서 제 자신과 약속한 것이 2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내 정성을 담아 최대한 열심히 쓰되, 결과에는 욕심을 내려놓자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될 일은 되기 마련이고, 팔릴 책이라면 팔릴 것이고, 책을 읽을 사람들이라면 어떻게든 제 책을 만나게 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실 열심히 써서 책을 내면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 해야 할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홍보’란 저에게 ‘그냥 하기 싫은 것’중 하나라 제 본업인 코칭도 한 번도 마케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책을 내는 일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저자라는 이름으로 저의 책을 이 세상에 내놓았으니, 이 책이 생명의 꽃을 활짝 피우는 것, 그리고 제 책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을 그 누군가를 위해 책을 알릴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강추위와 격리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수줍고 어색하지만 <아임 인>을 알리기 위해 여러 지인들에게도 오랜만에 연락을 했습니다.
책을 쓰며 자신과 한 두 번째 약속은 ‘최대한 솔직하게 쓰자’ 입니다. 제 패턴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겁니다. 어릴 적 저는 공부를 꽤 열심히 했는데,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를 가면 남들에게 잘 보일 것이고, 그로 인해 그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의 저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여부를 떠나, 존재하는 것 자체로 사랑받는다고 믿습니다. 이런 믿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30년 넘게 함께해온 이 패턴의 목소리는 아직도 제 머릿속에서 재잘거립니다. 책을 쓸 때에도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창피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쓰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의 글솜씨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며 제 과거의 아픔을 미화하거나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패턴을 인지할 때마다 저와 한 약속을 생각했습니다. 책에 대해 제가 진가장 큰 책임은 솔직하고 진솔하게 나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요. 제가 솔직해져야, 제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제 패턴을 내려놓았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글을 썼습니다.
마음과 마음은 통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제 마음이 통했는지, <아임 인>을 읽으신 지인 몇 분은 당신의 움직인 마음을 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밖에서 볼 때에는 너무 훌륭한 분들인데 저에게 보여준 마음에서는 힘듦이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공유해주신 그들의 마음을 보면서 제 마음에도 울림이 있었습니다. 새해의 시작, 제 근황을 알리는 글을 통해 그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당신을 사랑해주세요.”라고요.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며 어떤 일을 이루고 싶은지 생각해보기 마련입니다. 그 중 하나로, ‘나를 사랑하기’를 넣는 것은 어떨까요? 이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소중합니다. 당신이 무엇을 이루어서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소중합니다. 당신이 없다면 지금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도_ 당신의 가족이나 사랑이나, 설령 어려움과 고통마저도_ 없어집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려움을 느끼는 인생은 탄생과 죽음이라는 신비스러운 미지의 두 점 사이에 존재합니다. 이런 인생은 곧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과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여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관계의 첫 발걸음은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것 아닐까요?
저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사랑하는 리추얼을 권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리추얼이란, 버릇과 비슷한 것인데, 마음이 괴로울 때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자그마한 의도적 의식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리츄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과 시간 보내기
얼마나 자주? 일주일에 한 번, 10분 동안
무엇을 어떻게?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들을 지켜보세요. 예를 들어, 등산하며 능선 뒤로 지는 석양 바라보기, 애완견과 장난치기,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머리속의 걱정이나 계획은 잠시 접어두고 핸드폰은 저쪽으로 치워두고 10분 동안 마음을 채워주는 것들과 온전히 하나가 되세요.
“나를 사랑한다”는 자기 암시
얼마나 자주? 매일 아침, 양치하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양치를 하는 동안 거울을 바라보며 웃어보세요. 억지 웃음이라도 얼굴이 웃으면 마음도 웃게 됩니다. 그때 그 웃음의 감정을 온 몸으로 경험하세요. 그리고 당신에게 중요한 자기 암시문을 생각해봅니다. 암시문의 예로는 “나는 이미 충분하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친절하다” 등이 있습니다.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면 아무리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어도 그 일에 반응하는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습니다.
감사
얼마나 자주? 매일 저녁에 잠 자기 전
무엇을 어떻게? 침대에 누워 가슴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습니다. 천천히 호흡하며 가슴 주위에 집중합니다. 첫째로 자신 스스로에 대해 감사하는 것들을 2가지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의 어떤 점에 감사한가요? 예를 들어, 용기나 유머 감각, 혹은 이 글을 읽게 만든 지적 호기심에 감사한가요? 스스로에 대해, 지금 감사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호흡하며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둘째로 당신의 감사한 일을 2가지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 혹은 당신의 일에 대해 감사하나요? 아니면 추운 겨울 따뜻한 차 한잔이나 당신이 오늘 이 글을 읽게 해주는 인터넷에 감사할 수도 있습니다. 크든 작든 주변에 감사한 것들을 생각합니다.
<아임 인>에서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지적, 감정적, 육체적, 영적 (스피리추얼) 이렇게 4가지 파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처럼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육체적 파트의 휴식뿐 아니라 감정적과 영적인 파트의 재충전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혼자서 하기 쉽고,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장소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마음이 즐겁고 충만해지는 일들로 리추얼을 꾸며봤습니다. 이 외에도 신나는 음악을 틀고 혼자 춤을 추거나 (육체적), 마음이 울리는 시를 읽거나 (지적),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과 깊은 대화 (감정적)를 통해 이해받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들입니다.
과거의 어려운 일로 지금도 마음이 아프신 분들, 그리고 지금 당장 너무 힘드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은 미래의 선생님입니다. 아무리 싫고 힘들어도 편견을 내려놓고 그 안을 직접 들여다보면 그 경험 안에는 우리를 위한 선물이 반드시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렇다고 그 선물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쉬운 건 아닙니다. 힘들기 때문에, 힘들수록 그 힘든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당신이 당신을 더 사랑해야 합니다.
얼굴에 비치는 따스한 햇살, 어린아이의 밝은 웃음소리,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처음 잡았을 때 느낀 감정들을 다시 느껴보세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거치고 나면 당신은 지금보다 더 평온하고, 강인하고, 따스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고통을 겪는 당신에게 줄 가장 큰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스스로를 꼭 안아주고 사랑해주세요.
2022년은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더 너그럽고, 스스로를 더 아끼며 사랑하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작가 임애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