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브랜딩 워크북 : 동구밭 이야기
착한 기업이라 하면 어떤 모습이 생각나나요? 원료와 사람으로 가득 찬 아주 작은 작업장, 계속된 적자, 견디는 것에 가깝다 말하며 쓴웃음 짓는 사장의 모습 등. 그야말로 ‘이익’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심지어 착한 기업이라면서 뒤로는 임금 체불과 비정상적인 노동, 사내 폭력이 드러난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매출: 2021년도 기준 110억 원
규모: 2021년 기준 직원 87명(그중 장애인 사원은 35명, 장애인 사원 퇴사율 0%)
생산량: 고체 비누 기준 월 10만 장
제품 공급처: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CJ올리브영 등
정보만 보면 그저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보입니다.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경영의 세계에서, 착함은 가난하다는 공식을 너무나 쉽게 떠올리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어떻게 깼을까요?
“우리나라에 발달장애인이 25만 명에 달하는데, 그들은 경제활동이 쉽지 않은 데다 그마저도 근속년수가 짧아요. 그들의 근속년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었어요.”
노순호 동구밭 대표가 동구밭을 시작한 동기입니다. 노 대표는 비누와 세제 회사에 근무한 적도없고, 해당 분야 전문가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왜 비누를 사업 모델로 선택했을까요?
• 발달장애인이 쉽게 만들 수 있다
• 초기 자본이 적게 든다
• 유통기한이 길다
• 우리가 1등을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만들기 쉽다 해도 고체 비누는 큰 호응을 얻진 못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고체보다는 액체가 훨씬 거품도 잘 나고 쓰기 편했으니까요. 대신 모든 원료를 유기농 작물로 쓰고, 미국 USDA 오가닉 인증과 프랑스 이브 비건 제조사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고, 친환경 제품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면서 동구밭은 그야말로 착한 기업의 좋은 예가 됐습니다. 유명 기업에 제품도 납품하면서 자체 브랜드로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쉽게 동구밭의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동구밭’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이곳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고 착하고 소박한 이미지의 회사였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쿠팡에서 발견한 후로는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어요. ‘좋음’에만 기대지 않고 비즈니스로 시원하게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전에 장애인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동구밭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건 저희한테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났습니다. 대기업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도 들리는구나 싶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
동구밭이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요사이 친환경 고체 비누와 세제를 많이 쓰는 추세니까요. 같은 물건을 써도 환경을 생각하고, 남들이 많이 쓰지 않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그럼에도 착한 기업을 한다는 건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경영으로 이익을 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착한 기업이라고 항상 동정의 대상이 아님을 동구밭은 잘 보여줬습니다. 대기업을 긴장하게 만드는 작은 회사, 착한 ‘부자’ 회사가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잘나가는 착한 기업이 많아질 수 있는 시대, 아니 많아져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
《ESG 브랜딩 워크북》을 통해 소개할 두 번째 브랜드, 한국의 동구밭이었습니다. 다음 시리즈에도 재미있는 브랜드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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