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kyunghee Nov 15. 2019

[MD People] MD 마케팅총괄, 김연정

마켓디자이너스 CMO, Shannon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Gina입니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MD에서 마케팅총괄(CMO)을 맡고 계신 Shannon, 김연정 님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섀넌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섀넌은 본인을 차갑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 속에서 팀원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답니다.

MD의 완전 든든한 퍼스트 펭귄! Shannon을 만나 보시죠 :)



1. 안녕하세요 Shannon,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켓디자이너스에서 CMO*를 맡고 있는 섀넌입니다. 튜터링과 위매치, 두 브랜드의 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CMO(Chief Marketing Officer): 기업의 마케팅부문 최고 책임자. 모든 마케팅 활동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조직하는 등 마케팅 전반을 총괄한다.



2. 하시는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사실 마케팅 업무의 범주는 워낙 넓고 분야가 다양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브랜드 에쿼티**를 쌓아가는 모든 활동이라 할 수 있겠네요. 여기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란, 광고나 콘텐트 제작은 물론이고 서비스 이용 맥락에 들어가는 메시지를 관리하는 전반적인 영역을 말합니다(PR과 IR등에도 관여하게 되고요). 사실 좀 애매하다 싶으면 거의 마케팅이라고 보시면 돼요 ㅎㅎ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 브랜드의 정체성과 지향점

**브랜드 에쿼티(Brand Equity): 브랜드가 가진 총체적인 자산. 브랜드의 이미지, 비주얼, 상표 등을 말함 



3. Shannon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일단 출근하면서 밤새 밀린 메일들을 확인해요. 그리고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면 먼저 슬랙*과 어제 퇴근하면서 적어 놨던 업무 리스트를 확인하죠. 메일 회신도 보내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나면 그 날에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해요. 그러고 나서 순차적으로 업무를 처리합니다. 메일 보내고, 슬랙도 하고, 회의도 있고요. 업무 중간중간 협의를 위한 미팅이 많은 편입니다. 

오후 시간에는 주로 맡고 있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고민들을 집중해서 합니다.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들, 예를 들면 고려의 범주가 넓은 어젠다나 브랜드 아이덴티티, 비용 집행의 타당성에 대한 고민 같은 것들이에요. 논리적으로 회사의 지향을 고려했을 때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정리하고, 그 목표에 따라 내가 해야 하는 액션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거죠. 이 생각을 바탕으로 업무를 기획합니다.


*슬랙: MD에서 사용하는 메신저.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협업 툴이다.



4. Shannon의 과거가 궁금해요! 학창 시절에 무엇을 공부하셨고, 어떤 일들을 해 오셨나요? 

꿈이 없는 청소년기를 보낸지라 대학 진학시 전공과 진로가 전혀 잡혀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가정관리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학부 시절에는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모르다 보니까 직업상이라든지,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소비자경제학이라는 세부 전공을 들으면서 3학년 때 경영학을 부전공하게 되었죠. 사실 그때는 마케팅보다는 소비자 권리를 찾는 일에 더 관심을 두었었어요. 그렇게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를 갔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그러려면 사람의 심리 기제를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또 막연히 했어요. 그렇게 석사로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을 전공했고, 정말 의도치 않게 거기에서 마케팅과 접점이 생겼습니다. 소비자행동론, 행동심리학 같은 과목들을 공부하면서요. 그때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아요 ㅎㅎ


첫 직장은 CRM* 전문 컨설팅 회사였어요. 그곳에서 컨설턴트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죠. Customer transactiondata를 기반으로 STP 전략**을 수립하고 각 세그별로 마케팅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들에 참여했습니다. 마케터로서의 전략적 사고를 익힐 수 있었던 기회였죠. 그때 쌓은 문제 해결의 구조는 평생 남은 자산이에요. 


*CRM(Customer Rea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 기업이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해나가는 방법론 및 마케팅 활동을 가리킨다. 고객 정보를 분석하여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STP 전략: 기업이 개별 고객의 선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여 타사와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시장세분화(Sgmentation), 목표시장 설정(Tark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 회사에서 3년 차가 되니까, 이제는 현업 마케팅으로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다음 커뮤니케이션에 브랜드 마케팅 팀으로 입사를 했고요. 다음에서 마케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직무를 다 했어요. 서비스 마케팅, 리서치, 브랜드 관리, 전략 수립, ATL/BTL* 캠페인과 프로모션 등, 정말 다양하게요. 이 글이 올라가는 브런치도 네이밍 과정에 참여했었어요(제가 제안한 여타 안은 채택되지 않았지만요 ㅎㅎ). 그 뒤에 다음이 카카오로 합병이 됐고, 다음카카오에서의 맡았던 마지막 업무는 카카오 택시랑 카카오 드라이버였어요. 제가 마케팅 담당자였는데, 아예 사업부로 손 들고 가서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를 론칭하는 데 참여했죠. 모빌리티와 O2O** 분야에 흥미를 느꼈거든요. 그렇게 다양한 마케팅 영역의 업무를 거치고 난 뒤, MD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ATL(Above The Line): 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매스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BTL(Below The Line): 이벤트, 전시 등 매스미디어가 아닌 다른 매체를 활용하는 마케팅.

**O2O: Online to Offline,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를 말한다. 온라인 기술이 오프라인 시장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음식 주문이나 택시 호출 등이 대표적이다.


사내 행동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는 섀넌. 멋있어요...<3


5.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주니어 친구들한테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요, 사실 저는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가 더 궁금했어요. 주니어 때는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내가 좀 역행하는 사람으로 보였나? 이런 상상을 해보는데요 ㅎㅎ. 스타트업으로 오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어요.


일단, 다음카카오에 있으면서 한 점의 부끄러움과 여한 없이 해볼 일은 다 해봤어요. 제가 마케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스테이지의 서비스를 360도로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미련이 없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도전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백세 인생 시대라는데, 이대로 있으면 그냥 회사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인생을 길게 봤을 때 내가 그 길을 따라가면 안 되겠는 거예요. 그냥 회사원으로 사는 삶은 길어 봤자 40대 중반이면 끝나니까요. 인생을 걸고 뭔가 도전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 하지 않으면 도전은 더 늦고 어려워질 테니까요. 실패하더라도 그 도전이 지식과 커리어로 남으려면 더 늦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마케팅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고,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는 마케팅을 전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스타트업이었어요. 저도 마케터지만, '마케팅=광고'라는 사고방식을 굉장히 경계합니다. 광고는 마케팅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니까요. 저 스스로도 크리에이티브가 훌륭한 사람이 아니기도 하지만, 광고만 멋있게 나오면 뭐 해요. 사업의 성장과 연결이 안 되면 소용없는 거잖아요. '마케팅을 왜 하는 거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사업을, 서비스를 잘 되게 하려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목적성을 잘 못 받아들이는 마케터나 브랜더들이 꽤 많아요. 그래서 마케팅 혹은 브랜딩 자체가 목적인 사람들보다는 사업가들과 사고방식이 더 잘 맞았어요. 그래서 사업적으로 마케팅이 어떤 의미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오게 된 거죠.


섀넌의 다음카카오 재직 시절.


5-1. 주니어들에게 왜 스타트업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반대로 주니어들에게 스타트업을 추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는 일을 시작하고 배우는 데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기능별로 세분화된 조직 안에서 다소 '안전하게', 본인 직무'만' 수행하면 되는 환경이 많은 반면, 스타트업은 네 일 내 일 따져가며 일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업무를 아주 넓게, 그리고 비즈니스의 목표에 더 가까이 붙어서 진행할 수 있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학습하는 역량이 있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분들에게 스타트업이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이라도 다 같지 않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경영진, 탄탄한 BM(Business Model), 같은 곳을 바라보며 상호 긴밀하게 연결된 조직 문화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겠죠.



6. MD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나요? 

그때가 카카오드라이버를 론칭하기 직전이었어요. 날마다 밤새고, 심신이 너무 힘들 때였는데 로빈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어요. 로빈하고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부터 오래 알았어요. 당시 로빈은 CBO*셨고, 저는 브랜드 마케팅 팀원이었어요. 베트남으로 사회 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갔었는데, 그걸 같이 준비하면서 잘 알게 됐죠. 과메기 사준다고(ㅋㅋ) 불러내서는 이런저런 얘기 하시다가, 같이 하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보다는 MD가 그리는 앞으로의 사업 비전과 방향성이 와 닿았어요. 로빈이 생각하는 이 시장, 즉 온디맨드 매칭플랫폼빌더라는 사업철학에 동의를 했고, 로빈의 역량을 믿었죠. 


*CBO(Chief Business Officer): 기업의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 


요즘 밀레니얼들이 네컷사진에 열광한다고 해서, 인턴 분들과 찍어보았습니다ㅎㅎ - Shannon

 

7. MD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성인 것 같아요. 여기는 사업부 별로 스테이지도 다르고, 출신 배경도 굉장히 다른 사람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각자의 팀에 개성 있는 문화가 존재하고, 그런 다양성이 모여서 회사가 팔색조처럼 다양한 매력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조화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회사의 엄청난 성장엔진이자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8. 지금 맡고 있는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문제 해결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마케팅 직무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인에게 중요한 능력이에요. 그걸 역량적으로 뭐냐고 묻는다면 기획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서를 예쁘게 만들거나 실행 방법을 멋지게 포장하는 능력이 아니에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뭐지?' 이걸 잘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 문제가 본질적으로 어디에 닿아 있는지 파악하는 것,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법론이 타당한지를 찾아내는 흐름이죠. 이걸 하면 일은 80퍼센트는 된 거라고 봐요. 거기에 조직적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서 유기적으로 잘 구현할 수 있느냐, 라는 실천적인 부분들이 더해져야 하겠죠.



8-1.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불가능해 보이거나 난관이 예상되는 업무들이 꽤 있는데, 그런 일들이 미친 듯한 팀워크로 착착 진행될 때가 있어요. "이게 돼?" 이런 순간. 그럴 때 진짜 짜릿한 것 같아요. 팀원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들과 같이 있다는 사실에 붕 뜨는 거 있잖아요. 그럴 때 가장 뿌듯하죠. 모든 마케팅은 문제 해결을 위한 액션이니까요.



9. 마케팅 부서 분위기는 어떤가요?

마케팅 팀은 기본적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어요. 디자인이나 재무 등 다른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많고, 부서 내에서도 일이 다 연결되어 있다 보니 서로 얘기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위매치랑 튜터링 마케팅팀은 분위기나 구성이 좀 달라요. 위매치는 경력자들이 있어서 경력들이 가지는 안정감과 묵직함이 있어요. 튜터링은 첫 회사로 입사한 팀원들이 많아서, 그들만의 생기발랄함과 크리에이티브함이 있죠. 그래서 그 둘을 자주 만나게 해서 섞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ㅎㅎ



9-1. 팀에서 어떤 팀장이신지 궁금해요!

저는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남성적이고 목적지향적인 편이라 좀 딱딱하죠. 어떨 땐 엄격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서 팀원들이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을 거예요. 고치려고 노력해봤는데 가족한테도 안 되더라고요. 요즘엔 그저 개성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미안하다... 다른 쪽으로 노력해볼게 ㅠㅠ


튜터링, 위매치 마케터들의 모바일 게임 리그! 흥미진진합니다.


10. Shannon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조직 문화란 어떤 것인가요?

저한테 제일 중요한 건 신뢰예요. 건강한 조직 문화, 성장 가능성도 신뢰가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해요. 인간적인 신뢰라기보다는 업무적인 신뢰를 말하는 건데요. 일로써 신뢰를 주면 인간적으로도 신뢰하게 되고, 선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으면 건전한 비판이 가능해지고, 업무에서 좋은 답을 찾기 위한 디스커션이 가능해져요. 틀린 얘기를 하고 질책을 하더라도 그게 인간적인 비난이 아니라 업무적으로 좋은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문제 해결을 위한 더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신뢰는 조직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 주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책임을 방기 하는 문제라든가, 조직이 커지면서 생기는 병폐도 없어지죠. 



10-1. Shannon이 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은?

사실 저는 리더십이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해요. 앞서 했던 얘기의 연장선에서, 저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리더로서 뿐만 아니라 동료들, 팀원들한테도 신뢰할 수 있는 팀장이 되고 싶고, 상사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부하직원이고 싶어요.



11. 나는 MD의 000이다! 라고 표현한다면?

저는 좋게 말하면 퍼스트 펭귄*이고, 나쁘게 말하면 돌격대장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의외로 겁이 별로 없어요 (별로 의외가 아닌데요? - Gina) 신뢰하는 조직이기에 문제의식을 느꼈을 때 가장 솔직하게 얘기하고자 노력하고요. 어떤 일이나 시도가 필요할 때 가급적이면 제가 먼저 손을 들고 해 보는 편입니다. "일이 되게 만드는 밀알이 되겠다!" 이런 자세를 지닌 저와 우리 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닷.


*퍼스트 펭귄: 선구자 또는 도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관용어.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어 다른 이들에게도 동기를 부여하는 이를 가리킨다.


나야 나 퍼팽.


12. 퇴근 후에는 뭘 하시는지 궁금해요!

퇴근하면 바로 친정집으로 직행해서 아이들을 데려와요. 집에 와서 씻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10시 20분쯤 돼요. 근데 아이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ㅠㅠ) 놀고 싶어 해서 같이 놀아주면 한 11시 정도까지는 아무것도 못하죠. 아이를 재우고 11시 20분 정도부터는 책을 보거나, 맥주를 마셔요. 남의 서비스들을 유심히 관찰하거나 요즘 핫하다는 콘텐트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한 1시쯤 자요. 최근 저를 위한 사치가 딱 하나 있는데, 무협지예요. 출퇴근 시간에도 즐겨 본답니다 ㅎㅎ



12-1.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기,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워킹맘이 되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있어요. 일단... 사생활을 잃어버렸어요. 잔업이 남아도 노트북 들고 집으로 퇴근하는 생활을 굉장히 오랫동안 했고요. 그러다 보니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나를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죠.

얻은 것은, 제가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날카로웠고, 조직 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잔다르크처럼 돌격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된 이후로는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아, 저 사람은 나와 다르구나' 이걸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전보다 이해하려는 노력도 훨씬 더 많이 하게 되었고요.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진짜. 이전 팀원들은 최근 저 보면 보살이 됐다고 해요.


인터뷰 도중 유치원에서 전화도 왔답니다. 섀넌 왈 "유치원 선생님 전화는 깍듯하게 받아야 하는 거 아시죠? ㅎㅎ"



13. 요즘 고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우리 팀원들이 본인의 일을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본인이 하고 있는 일들이 그들의 커리어와 인생에 가치 있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런 가치 있는 일에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적으로는 건강에 대한 걱정이 좀 있어요. 만성피로라서 여기저기 아프더라고요 하하...



14. Shannon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Shannon과 김연정으로서 내년이 되게 중요한 변곡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학부모가 될 거고, 회사에서는 안정적이고 탄탄한 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하거든요. 이번에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이건 '곧 상장사가 될 테다!'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러려면 회사의 기초체력이 매우 탄탄해야 하고, 지속 가능한 회사라는 걸 내/외부적으로 증명해야 해요. 우리 스스로에게도, 다른 이들에게도요. 그래서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죠. 그게 단기간 목표예요. 저는 절대 2년 치 이상의 계획을 세우지 않아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ㅎㅎ



15. 이 자리를 빌려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MD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단언컨대, 리더십이 이렇게 훌륭한 회사는 아주 드물겁니다(아마 국내에서 한... 3번째 정도?). 1, 2번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요. MD는 제가 중요시하는 신뢰로 뭉쳐있고, 그것이 서로를 파괴가 아니라 채우는 방식으로 단단하게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회사가 흔들림 없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와도 충분히 넘을 수 있는 핵심 에너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저희 팀원들에게. To. 팀원: 미안하다.. 사랑한다... 오래가자... <3


위매치 마케터들과 섀넌. 작년 말 회고의 시간 뒤 가진 찜질방 워크숍.



16.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오늘 인터뷰가 대외적으로도 나가서 부담스럽긴 한데요. 그럼에도 사실, 저는 그동안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몰랐지만요. 그동안 거쳐갔던 상사들과 동료, 조직들이 저를 다방면으로 많이 키워주셨어요. 지금의 저도 완벽하지 않지만, 무엇이 부족하고 적어도 어떤 지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그 모든 인연과 과거가 굉장히 자랑스럽고, 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저희 팀원들한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진심으로 임해 주신 섀넌,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