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댁에 얹혀 살게 된 지 어언 2달.
언제까지 있게될 지 모르지만 좀 깔끔하게 사는 것 같이 살려고 굳이 돈들여 서랍장도 몇개 주문해서 옷과 물건들을 정리해 넣고 시댁, 친정을 왔다갔다 하는 생활패턴도 어느 정도는 틀이 갖추어지고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던 차.
생각지 못하던 곳에서 문제가 곪고 있었다.
나는 나만 좀 불편하고 언짢고 그렇지만 잘 참고 품고가려고 애쓰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시어머니도 나름 불편해도 참고 서운한 걸 애써 감추며 살고 계셨던 거였다.
남편도 그런 둘 사이에 끼어 어느 편도 못들고 마음이 불편했겠지.
그러다 내가 없는 틈에 남편이 먼저 어머니에게 불만을 터트렸단다.
잔소리, 간섭 좀 그만 하시라고....
우리 어머니는 꼭 그러신다.
아들이 서운하게 하면 그 서운한 감정의 불씨가 평소 며느리인 나에게 쌓여있던 불만의 장작으로 옮겨져 활활 타오른다.
어제 저녁때부터 어머니가 뭔가 평소와 다른 게 뭔가 삐지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극구 화나신 거 아니고 서운하신 거 없다셔서 또 그런가보다 하고 오늘도 볼일 다 보고 집에 돌아오니 역시나 냉랭하고 문도 소리나게 쾅쾅 닫으시는 것이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참다 못한 어머니가 먼저 남편에게 분을 터트리고 방문 쾅 닫고 들어가셨다.
남편과 나 둘이서 벙쪄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다가 어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짐작은 했으나 어쩔 수 없는 내 성격, 성향때문에 아쉽고 불만이었던 부분 -싹싹하게 인사 잘하고 표현하고 리액션하지 못하는 점-들이 바탕이 되고, 어머니 당신에게는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게 해내고 있지 못하는 부분 -나는 하루 세끼 돌밥돌밥하는 거 너무 힘들 거 같아서 저녁 한끼만 잘 챙기자해서 저녁밥은 어떻게든 해서 같이 잘 먹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 나는 간헐적 단식하느라 아침을 안먹는데 내가 끼니를 거르는 것도 이해와 용납이 안될 뿐더러 내가 안먹더라도 시어머니 본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편 아침은 당연히 챙겨줘야 하고 점심식사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하시니- 들이 불만이 되고, 터무니없이 당신을 무시한다고 뜻밖의 자격지심으로 오해하고 당신 숟가락만 다른 걸로 놓았다는 둥 이상한 소리 하시며 캐캐묵은 몇십년전에 서운했던 것까지 꺼내놓으시며 한바탕 감정의 보따리를 풀어놓으신다.
에구에구 그건 오해시라고, 제가 성격이 민첩하고 싹싹하고 센스있지 못하고(사실 이렇게 잘 설명도 못하고 그냥...)제가 너무 무뚝뚝하고 곰같고 모자라서 그렇다고 거듭 사죄하고 나서야
"네가 그렇게 나오니 내 맘이 싹 다 풀리고 녹았다"며 앞으로 더 잘 지내보자고 급 마무리하고 자리를 끝냈다.
그런데...
내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나는 무슨 얘기하면 어머니가 나라는 사람 오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대로 받아들여주지 못하실 거 같으니 내 속 마음을 거의 편하게 드러내지를 못한다.
얘기했다가 오해만 사고, 꼬투리가 되어서 두고두고 내 입단속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만 같아서...
오늘만 해도 어머니는 당신 서운함, 불편함 다 털어놓으셨는데 나는 내 마음 하나도 얘기를 못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토스한 감정의 폭탄을 고스란히 내 속에 품고 있는 듯하다.
뭔가 억울하고 울컥하는....
어디 풀 데도 없는.... 답답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