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효진 Apr 27. 2019

2주 만에 돌아온 도쿄

2017.6.14~2017.6.24 ②

하도 오래된 일들이라 기억을 사진에 의존할 도리밖에 없다. 그래도 2017년은 사진이 많은 편이라 이런저런 기억들이 나건만, 2018년부터는 사진의 양부터 일상의 모습까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2017년에 남아있는 분량만큼은 전부 해결하고 가자는 마음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몇 안 되는 독자분들 힘을 주십시오...


그래도 아직 여행이라는 자각이 있던 시절. 여러 유명 맛집들을 한국에서부터 블로그에서 찾은 다음 구글맵에 체크해 두었다. 이번 여행 첫 구루메 투어는 골드러쉬. 시부야 한복판에 있는 오래된 햄버그 맛집이다. 처음부터 혼밥하는 손님은 나밖에 없고 데이트 아니면 시부야 젊은이들 무리 뿐이었다. 외국인인거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너무 났다. 심지어 줄을 서면서 이름을 적었는데 그냥 영어로 적거나 성인 'ラ(라)'만 적어도 됐을걸, 가타카나로 'ジン(진)'을 적느라 애를 먹었다. 나는 아직도 가타카나로 시와 츠, 소와 응을 잘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



어쨌든 회전율이 좋은 집이어서 앉긴 앉았는데 양옆이 화기애애한 팀이어서 조금 외로웠던 기억이다. 소스가 튀지 않도록 점원이 냅킨을 깔아주는데 그조차도 좀 부담스러웠다.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느꼈던 건 일본 소식 이미지 다 거짓말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오긴 왔는데 적당히 빨리 먹고 나가고 싶은 마음에 분명히 레이디스 세트를 시켰건만... 양이 어마어마했다. 일본의 레이디스는 대식가였던가...



그렇게 밥을 먹고 목적지로 향했다. 늘 가는 바. 미소에 절인 돼지고기 수육을 안주로 시켜서 먹고 마셨다. 여전히 내 식생활에 관심이 많아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곧 감독의 생일이라는 말을 들었다. 역시 이 동네 박힌돌 고인물 감독의 생일답게 사람들이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었다. 테마는 드래곤볼. 드래곤볼 일곱개를 동네 술집 이곳저곳에 맡겨 두고, 생일 당일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이를 수거하는 콘셉트였다.



출발지는 디즈니랜드라고 했다. 멤버는 치쨩, 감독, 히라마X하루카(당시 커플)였다. 첫날 키라가 효진 디즈니랜드 가 본 적 없으니까 데리고 가라고 했고, 그때 치쨩이 뭔가 얼버무리는 느낌이 났지만 같이 가자고 하기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 일이지만 결국 나는 내 의지와 관계 없이 당일 가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유부남 감독과 유부녀 치쨩이 그렇고 그런 분위기였고, 2:2 커플 놀이동산 데이트를 계획했던 모양이었다. 내 놀이동산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라도, 자기들끼리의 이벤트에 굳이 나를 넣니 빼니 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2017년 내내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지금 생각났는데, 이날 늘 가던 바에 가니 감독과 히라마가 있었다. 조금 문을 빨리 닫는 것 같기에 감독을 잠시 밖으로 불렀다.


"나랑 화해하고 싶어?"

"응."

"왜 거짓말했어?"

"거짓말 한 게 아냐! 집에 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서...중얼중얼 어쩌구저쩌구..."

"알았어 화해하자"


그딴 변명 할 줄 알았고 걍 뽀뽀해주고 마무리지었다. 화해라 치자. 그리고 사진이 없으니 이날도 대강 나나메에서 스케줄이 끝났을 것으로 생각하고 마무리하자. 2017년 6월은 나나메에 가면 늘 텟쨩 혼자 있어서, 둘이 새벽까지 길고 긴 수다를 떨었었다. 이때만 해도 테츠로 나의 남친 후보 중 한 명이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2주 만에 돌아온 도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