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효진 Apr 28. 2019

2주 만에 돌아온 도쿄

2017.6.14~2017.6.24 ⑧, ⑨

이번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저번 여행에서 나를 그렇게 챙겨줬던 이리에상과 많이 만나지 못했던 기억인데, 이리에상이 야키니쿠를 먹으러 가자고 나를 꼬셔주었다.


점심은 얼마 전 내게 풍선꽃을 만들어 주었던 할아버지 마스터가 있는 가게에서 먹었다. 내가 늘 프레스 샌드위치만 먹으니까 마스터가 파스타도 맛있다며 추천을 해 주었다. 일본식 간장소스로 만든 오일파스타는 독특하면서도 맛있었다. 그러나 또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저녁에는 히가시쥬조였던가, 꽤 유명한 야키니쿠집에 가게 됐다. 7시 반에 아카바네 플랫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퇴근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죽음의 지옥철을 아주 오랜만에 맛봤다. 거의 떠다니는 상황 속에서도 늦을 것 같아 이리에상에게 라인을 한 순간 이리에상도 늦을 것 같다고 라인이 와서 웃고 말았다.


아카바네 플랫폼에서 만나자는 걸 그만 내가 역을 나와 버려서 조금 더 늦어졌다. 그렇게 도착한 히가시쥬조는 아주 조용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야키니쿠집은 2시간 한정 무한리필이었다. 남자 4000엔, 여자 3000엔에 술까지 무한리필인 노미호다이였던가. 술이 안 들어간 이리에상은 의외로 조용했지만 감독 욕을 비롯해 이것저것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었다. 이리에상이 돈을 다 냈다... 존멋...




그리고 치쨩이 일하는 바로 갔다. 여기서 87년 동갑 친구를 만났고, 술을 전혀 못 마시지만 트레이닝 중이라는 말에 이리에상과 셋이서 나나메로 갔다. 다음날은 치쨩과 에노시마·가마쿠라를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주의를 들었지만, 3시까지만 마시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이리에상이 화장실 간 사이에 계산하고 나나메로 향했다. 일찍 헤어지는 게 좀 아쉬웠지만 아직도 가끔 이날의 분위기만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



이윽고 다음날.


반년새 벌써 도쿄여행이 5번째였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한창 질문을 받을 때였다. 왜 일본이 좋아? 일본이 좋다고는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건만... 어쨌든 나는 늘 슬램덩크를 통해 일본 문화에 입문했다고 말한다. 지금도 1년에 1번은 반드시 애니 1회, 만화 1회를 돌린다. 그래도 언제나 새로운 가르침을 얻는다. 그래서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가마쿠라는 내게 성지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에노시마·가마쿠라 여행은 에노덴 맨 앞자리에서 쇼난의 바다를 보며 가는 것이었지만...

또 한 번 언급하게 되지만 다소 필요없는 배려로 치쨩의 중학교 시절 동창 남자애 두 명이랑 그애 아빠 차를 타고 가게 됐다. 하... 호랑이가 소를 사랑해서 고기를 갖다 줘도 소는 전혀 고맙지가 않은 것을... 심지어 어제 적당히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치쨩 전화에 기상해버리는 불상사까지 있었다. 때문에 개피곤했다. 남의 차를 타고 가니 잘 수도 없고 망했다고 생각했다.



사진이 없어서 언제 봤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치쨩의 동창 료쨩은 이번 여행 늘 가던 바에서 한 번 소개를 받았다. 연애를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지만 동정은 아니라는 료쨩은 치쨩이 첫사랑이라고 했다. 첫사랑의 부탁이니 미친듯이 준비를 한 듯했다. 내가 고슈인 모으는 걸 좋아한다는 말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노시마 가마쿠라 일대의 신사랑 절을 다 조사를 해 가지고는 고슈인첩 강매까지 시키고 ㅋㅋㅋㅋㅋㅋㅋ 5개 이상은 돌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3개 밖에 돌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늬들은 젊어서 그렇게 돌아도 안 피곤한지 모르것는디 이 누나는 이제 서른줄이라 죽음을 맛봤다 ㅋㅋㅋㅋㅋ




빨리 앉고 싶어서 바다가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팬케익이랑 밥을 먹고 드디어 슬램덩크 애니 오프닝에 나오는 철길 앞까지 도달했지만 내릴 기운이 없어서 대충 차 안에서 사진을 찍고 "됐어 가자"라고 했다. 료쨩이 짜 온 살인적 스케줄에 멤버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 시장 구경까지 열심히 하고 집에 가나 했더니 요코하마를 들리잔다 ㅋㅋㅋㅋㅋ 물고기 낚으면 회 쳐 주는 식당에 가서 고기 잡고 회 먹고 겨우 돌아왔다.




술은 거를 수 없었는지 늘 가던 바에 나나메까지 찍고 치히로상과 만나서 일본 남자들은 로리콤이 많네요 같은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나누다 아쉬워서 잔지바루까지 갔지만 아침 7시 가까운 시간이라 닫혀 있어 아쉽게 귀가하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2주 만에 돌아온 도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