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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Dec 31. 2022

안녕, 2022!

기억하려고 쓰는 글

서른아홉에도 마음속 청개구리가 울어대는 소리는 여전히 시끄럽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청개구리의 존재감이 강한 한 해였다. 여전히 미성숙한 자신으로 인해 항상 좋은 것보다는 싫은 게 먼저 보였고, 불만도 많았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았던 해였다.


사실 올해 겪었던 일들은 살면서 으레 벌어져 온 일이었고, 내가 자처한 일이 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한 상황들을 -도망칠 수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온몸으로 격하게 거부하며 괴로워하는 나날들이 많았다. 나이 마흔쯤엔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란 생각은 착각이란 걸 알았고, 나름 괜찮은 내가 되어있을 거란 기대감은 스스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느끼는 자괴감으로 다가왔다.


삶은 여전히 무겁고 버거웠다. 인생 첫 사춘기 시절의 나와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던 사회초년생 때의 내가 수도 없이 겹쳐 보였다. 열심히 살아온 그간의 삶이 무색할 정도로 돛을 잃어버린 채 황량한 바다 위에 홀로 표류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쉽사리 끝나거나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깨달아서였을까, 아니면 맷집이 조금은 생긴 까닭일까. 굳이 벗어나려고 애쓰거나 발버둥 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 기분, 생각들을 고스란히 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게 표현하자면 동요하지 않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이었고, 달리 표현하자면 한 발 짝 물러나 있던 거나 다름이 없다. 회피였을지도.


‘살다 보면 이런 시간도 있는 거지. 아니 이런 시간이 또 있을 수도 있는 거지.’라며 조금은 초연한 태도를 보이려 노력했다. 물론 생각만큼 초연해지지는 못했다. 1년 365일 중 초연해지지 못해서 괴로운 나날이 더 많았다. 그리 큰 사건이나 이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번잡하고 힘든 일상이 잦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올해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흘려보내자.’였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날이 1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시간에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고 후회하거나 스스로를 책망하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아 그래. 2022년, 그땐 그랬었지.’라며 지금을 잊지 않고 기억해두기 위한 정도의 용도랄까.


나라고 언제나 파이팅이 넘칠 수는 없으니깐. 인생 처음으로 무엇도 의식하지 않은 채, 욕심도 다 내려놓고, 힘 쭉 빼고 그냥 나를 좀 내버려 둔 채 산 2022년이었다. 이렇게 살아온 올해를 기억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마음이 괴로웠던 것에 반해, 건강하고 무탈하게 올해가 끝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일일이 인사를 전하지는 못했지만, 때때로 괴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준 소중하고 좋은 인연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goodbye2022

#잘가라2022년

#일상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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