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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13. 2022

생각만 바꾸면 삶이 단순해진다

배운다 생각하기


배운다는 심정으로 급한 업무를 처리하다



지난주 목요일, 추석 연휴 전날이고 마침 과장님은 연가로 자리에 안 계셨다. 퇴근 시간이 거의 다가올 무렵 메일 한 건을 받았는데, 연휴가 끝나는 다음 날인 13일(화)에 예산 관련해서 우리 국에 질의가 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전 질의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겠다 했고 내용도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닌 듯했지만 육감은 그래도 찜찜했다.



연휴를 마치고 복귀한 오늘. 해야 할 업무 리스트를 만들고 집중력을 올리려는 순간 질의서가 입수되었고 5시까지 국장님 보고를 마쳐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때는 오후 1시 40분이었다. 참고자료라 별도 양식은 없으나 어찌 되었든 질의답변 형식으로 문서를 구성해야 했다. 일단 선배 사무관께 여쭤보고 이런 경우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요? 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럴 땐 경험이 많은 분께 여쭤보는 게 상식이다. 비록 내가 맡은 업무이지만 대개 처리 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략 감을 얻었고 질문 요지를 재확인하고 초안을 만들어 과장님께 보여드렸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황 설명을 충실히 해야 하고 그분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인지시켜 드리는 거다. 내가 만든 자료를 보여주는 건 그다음에 해도 된다. 시간이 촉박했던 점은 내 탓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히 빠른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감이 형성되었다. 다만 양식이 없었기 때문에 난감했었는데 옆 팀에 자료가 같이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해당 자료를 구하기 위해 양해를 구했고 그분은 이미 보고를 마친 상태라 흔쾌히 자료를 내주었다.



공무원 생활이 처음인 나는 모든 업무를 스스로 하되 너무 창의적으로 하면 안 된다. 내가 생각했던 구성은 답변-개선사항 순이었는데, 입수한 자료는 질문요지 - 답변 - 추가 세부사항으로 일목요연하게 구성하였다. 많은 업무를 관장하는 임원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깊이 들어줄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핵심만을 전달해야 한다. 내가 봐도 내 문서는 친절하지 않았다.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 중에 과장님도 관심을 보여주셨다. 일단 현재까지 작성한 내용을 프린트해달라 하셨고 구성과 워딩에 대해 피드백을 주셨다. 중간중간 의도한 바를 이해하지 못해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그동안 서로 간의 오해로 갈등이 있던 걸 의식해서 인지 다시 한번 강조해주셨다. 사실 난 요즘 지난 시간 호되게 질타를 받으며 과장님과 만들었던 문서를 매일같이 들여다보며 피드백 주신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문서는 내가 작성하지만 난 윗 분들이 보고 싶고 알고 싶어 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성장하는구나 싶었다. 서로 가까이 앉아 문서를 수정하니 일목요연하게 보기 편한 한 장의 보고서가 완성이 되었다. 국장님께 들고 보고를 드렸고 단어 몇 개 수정하고 컨펌을 받았다. 4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다. 과장님과 옆에서 일하면서 그분은 인지하지 못했겠지만 몇 가지 팁도 전수받았다.



회사에서 만드는 문서는 일기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모두 알기 쉽게 쓰여야 한다.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핵심을 알 수 있게 작성되어야 한다. 때론 더 깊은 수준의 내용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사안과 기한에 따라 밀당을 하며 결국엔 문서가 완성이 된다. 약을 먹어서 좀 더 긴장감이 덜해진 탓도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이 많이 바뀐 건 '고맙다'라는 마음을 갖게 된 점이다.



'내게 왜 그럴까..?', '내가 그렇게 싫을까?'라는 생각보다 오히려 한 수 배웠다, 그리고 배우고 그 덕에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기대한 만큼 이상의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하루를 마치는 작은 성취감 느끼기



급한 일을 처리하고 문득 시계를 보니 6시였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못해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다음 2시간 정도 초과근무를 했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작성해야 할 문서가 있었지만 타 기관에서 자료가 내일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남겨두고 나왔다.



하루는 짧다. 집에 가면 8시 반이 될 것이다. 집과 회사가 20분 내에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집에 오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밖이 꽤 시원했다. 오늘은 밖에서 달려보기로 했다.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보다 숨이 더 차오르고 다리에 많은 힘이 들어갔다. 속은 더부룩하고 저녁을 먹지 말았어야 했다. 러닝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오늘 하루는 이 정도면 잘 보낸 거 아닌가.








다리에 벌레가 너무 많이 달라붙는다. 내 피가 맛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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