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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26. 2022

자신만의 한강이 있으면 좋겠다

걷는 배우 하정우님의 어록

천만 배우 하정우님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언젠가 그 분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내 맘에 와 닿아 몇 글자 적어본다.


출처: CINE21


모든 배역을 잘 해내고 싶었던 그. 하지만 언젠가부터 배우라는 직업이 참으로 외롭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주변을 둘러보니 스텝, 투자자, 감독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고 이 많은 사람이 한 작품에 걸려있고 그 책임감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졌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때부터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대신 맡은 역할을 최소 80% 정도는 '소화' 해내고자 노력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점수가 80점이면 성공한 삶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중학교 시절 학원 수학 선생님으로부터. 


'너네는 80점이 우습지? 100점만 대단한 거 같고? 근데 앞으로 너희가 치루는 모든 시험에서 80점만 맞아봐. 그건 성공한 삶이야.'


80점은 실패가 아니다.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의미의 척도다. 그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맡은 역할을 80점 만이라도 소화해내자는 좌우명을 갖게 된건 아니었을까.


그래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인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던지, 걷든지. 본인한텐 이 두 가지가 자신에게 맞았고 더할 나위없는 취미생활이라고 했다. 


'흔히 종료에서 뺨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다고 하잖아요. 그림과 걷기. 저에겐 이 두 가지가 저만의 한강이었던거 같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어떻게 그 자리에서 해결하고 풀고 싶은데 그건 안되는거고 대신 그림과 걷기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누구나 자신만의 한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난 날 나만의 한강을 찾아가 본 지 오래되었다. 기타줄은 녹이 슬어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안 들은지 오래다. 한창 스트레스 받고 힘들 때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 한결 기분이 나아졌었다. 올해초부터 업무와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집에 오면 별다른 거 없이 멍하니 영화나 유튜브를 보고 그냥 잠들기 일쑤였다. 


나만의 한강이었던 주말 오전 10시,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한 일상은 무너진지 오래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얻은건 아닐까. 대인관계가 어려우면 나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되는데 그러질 못했다. 도저히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고 그대로 회피를 하니 병을 더욱 키운거 같다.


무너진 나만의 한강을 다시 하나씩 일으켜 세워보려 한다. 혹시 아나. '한강의 기적'이 재현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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