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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May 14. 2018

남도 봄 나들이(3)-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산수유마을-화개장터-쌍계사 벚꽃길-하동 백리 벚꽃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 없듯
가슴 벅차오를 감흥도 잠시,
꽃은 처연하게 이미 지고 말았다.


꽃 빛바램 산수유

구례 원좌마을을 찾아갑니다. 이른 봄이면 봄의 전령사처럼 지리산 계곡에서 가장 먼저 샛노란 꽃대궐을 일으킵니다. 구례 산수유마을 이야기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일까요? 원좌마을을 찾은 날에는 이미 샛노란 기세가 한풀 꺾이어 있습니다. 꽃이 절정일 때는 골짜기 초입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시절이 지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한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마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 외려 더 정감이 갑니다.


마을은 이제 한적합니다. 관광객들 상대로 푸성귀를 팔던 동네 어르신들도 본업인 농사일로 돌아갔습니다. 마을 초입 한철을 위해 넓게 만들어 놓은 주차장만 을씨년스럽게 휑하니 방치되어 있습니다. 아늑한 돌담길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걷습니다. 색 바랜 산수유꽃이 빗물을 머금으니 시들어 가던 꽃도 신선해 보입니다. 이제 꽃은 조만간 완전하게 색을 거둘 것이며 그 자리에는 새순 오르고 붉디붉은 열매를 피워낼 것입니다. 산수유의 한해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화개장터, 쌍계 하동 벚꽃길

날씨의 변덕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조절을 하지 못합니다. 몇 해 전에는 4월 중순까지도 겨울이 물러나지 않아 꽃들이 피는 둥 마는 둥 하여 꽃 축제하는 곳마다 꽃 없는 축제를 치러야 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3월부터 일찍 찾아온 이른 봄 날씨 때문에 꽃들이 이른 개화를 시작해버렸습니다.

평상시에는 4월 초순이 되어야 만개하던 하동 백리 섬진강 벚꽃길도 3월에 만개하더니 바람 몇 번 불고 비 내리니 금세 꽃잎을 떨구고 말았습니다.


쌍계사 오르는 십여 리 벚꽃터널길도 떨어져 나뒹구는 꽃잎이 눈처럼 쌓여 길가에 수북합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내려와 화개장터를 서성거립니다. 장터는 사람들로 북적 댑니다. 꽃구경 나왔던 사람들이 꽃구경은 포기하고 장터로 몰려들어서입니다. 하지만 장터는 예전의 작고 아담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빼곡히 들어선 난전들로 인해 도심의 상설시장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화개교 옆 생뚱맞은 자리에 외로이 서있는 홍매 한그루로 위안 삼으며 장터를 빠져나옵니다.


섬진강을 따라 하동으로 가는 길은 늘 강물 빛처럼 가슴 시리게 합니다. 그리고 뜻 모를 그리움이 강변 모래알처럼 많아집니다. 이곳 벚꽃도 한풀 기세가 꺾였습니다. 벚꽃을 기대했던 마음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 길을 지날 때면 최대한 느릿하게 운전을 합니다. 익숙한 풍경들이 정겹기 때문입니다. 악양 들판도 익숙하고 칠성봉 줄기 먹작골 넘나들던 산길도 익숙합니다. 들어와 정착했으면 벌써 이십여 년이니 지리산인 다 되었을 내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떨어져 나뒹구는 꽃잎처럼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이곳을 지날 때면 못내 아쉬움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재첩국 한 그릇

하동을 지날 때면 빠뜨리지 않고 들러서 먹고 가는 음식이 재첩국입니다. 재첩국은 섬진강을 대표하는 맛입니다. 그 가운데 하동 재첩국은 어린시절 먹었던 맛처럼 오래전부터 추억깃든 음식으로 내게는 익숙한 맛입니다. 한 숟갈 국물만 맛보아도 ‘그래, 이맛이야’라는 익숙한 맛, 그 맛에 이끌려 하동을 지날 때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지금도 하동읍내 아침풍경이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십여 년 전, 칠성봉 아래 어느 산골마을로 숨어들겠다고 하동을 들락거린 적이 있는데, 이른 새벽 하동읍내를 지나면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집들이 있었습니다. 재첩국 내리는 집에서 새어 나오던 수중기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던 모습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내린 재첩국은 서울, 부산등 식당으로 배달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음식점 간판도 재대로 걸리지 않은 한 집에서는 이른 시간임에도 찾아가면 재첩국에 밥 한 그릇 내어 주곤 했습니다. 어스름 그 새벽에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던 재첩국 한 그릇,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오늘도 속 든든히 채우고 하동을 벗어납니다.


*재첩은 백합목 재첩과에 속하는 민물조개를 말한다. 우리나라 강 하류에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섬진강 재첩이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재첩과 잘 어울리는 채소로는 부추가 있으며 숙취용 해장국으로 애용되고 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갱조개라고도 불리며 하동지방의 별미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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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도 봄 마중 두번째 여행은 서울 강북 ‘예사모’ 회원님들과 2018년 4월 5일~6일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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