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3
감기를 핑계 삼아 무기력한 하루를 보냈다. 물론 일요일이기도 했으니 쉬어가는 김에 더 쉬어보자라는 게으름이 발동한 것이다. 생각에는 그동안 미뤄온 사진 정리를 해야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또 미뤄졌다. 사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도 말이다. 무슨 배짱인지.
어묵탕을 끓였다. 멸치, 새우, 다시마, 파뿌리로 육수 내고 가을무와 칼칼한 청양고추 몇 개 넣어서 한 냄비 끓여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러니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는 가급적 아이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혼자 사는 사람만 솔로족이 아니다. 한 울타리 안에 있어도 각각으로 산다면 이 또한 솔로족인 게다.
어쩌면 난 이미 오래전부터 솔로족이었는지 모른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 ‘혼자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게다. ‘우리’라는, 또는 ‘가족’이라는 것 역시 따지고 보면 각각의 개체가 잠시 모여 ‘함께’하는 것일 뿐 궁극적으로는 ‘혼자’인 게 사실이다.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남 얘기가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