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겉절이
고수 나물은 비릿한 향으로 인해 지구 상 야채 가운데 가장 극단적 반응을 보이는 채소이다. 좋아하는 사람은 중독된 것 마냥 즐겨먹고 거부하는 사람은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한다.
어린 시절 내 어머니께서는 마당 한쪽 텃밭에 고수를 키우셨었다. 오신채(五辛菜)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했던 어린 나에게 독특한 향의 고수 나물은 희한하게도 거부감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의 고향인 전북 무주에서는 오래전부터 집집마다 고수 나물을 재배하며 즐겨먹고 있었다. 지금도 무주에서는 한 겨울철에도 쌈 채소로 고수를 내놓는 식당들이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고수겉절이를 담근다. 비법이라고 할 것도 없다. 준비해놓은 고수 나물과 오이, 그리고 홍고추, 양파에다가 고추 가루와 굴소스 약간, 다진 마늘에 매실 청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천일염을 조금씩 넣어가며 간을 맞춘다. 마무리로 깨소금 살짝 뿌려주면 보기에도 좋고 더 먹음직스럽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린 시절로부터 지금껏 즐겨 먹어왔던 것이 무엇이 있을까? 어릴 적에는 육류도 귀했거니와 좋아하지도 않았었고 오신채 들어간 음식을 군대 가서 겨우 먹기 시작했으니 어린 시절에는 말 그대로 맨 김치와 밥뿐이었던 것 같다. 유일하게 고수 나물만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도 즐겨먹고 있다.
고수 나물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저절로 난다. 이생(利生)에서의연(緣)은이미 오래전 끝났지만 기억은 오롯이 살아있어 사소한 것에서도 어머니와의 기억이 보푸라기처럼 떠오른다. 버무려 놓은 겉절이에서 고수 나물의 향이 은은히 배어난다.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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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빈대풀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샹차이(향채), 우리나라에서는 고수 나물이라 불린다. 원산지는 지중해 지역이며 한나라때 동양으로 들여와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비린내 제거에 탁월하여 육류요리에 많이 쓰이고 씨는 생선요리에 쓰인다. 식욕증진에 도움을 주며 혈액순환과 소화촉진에도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