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inebear Jan 06. 2021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

퇴근길에 남자 친구와 통화를 했다. 목소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요즘 한참 밤낮이 바뀐 그에게 볼멘소리로


"잘 잤나~ 이제 해가 졌어."

"은애는 퇴근하는데 나는 이제 일어났네."

"그러니까! 이제 좀 생산적인 일을 하시지요."

"슬슬 해야지. 고민 중이지요."

"아휴, 암막 커튼 좀 치우고... 생체 리듬이 방해받잖아.

밤새면 몸에 안 좋고.... 아침에 일어나서 활동을 해야지 (어쩌고 저쩌고)......"

"알았어."

(계속 잔소리)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야 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은애도 두 달 쉴 때 늦잠 자고 했었잖아."

"그래도 (어쩌고 저쩌고)"


그의 말도 일리가 있다.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야 되고 저녁에 자야 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밤샘 근무를 했었던 그에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걱정한다는 말로 포장하며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그에게 강요한 거지.

그 마음에는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길 바랐던 마음과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모습을 보고 싶은 바람이 함께 있었던 것 같다.


다름을 존중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 같다.

오래 만나올수록 그와 나에게서 다른 점을 많이 보게 된다.

가까워질수록 나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그를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도 커진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나로서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싶어 하면서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의 욕구를 표현할 권리는 있어도 강요할 권리는 없다.

그가 받아주면 고마운 일이고 거절할 권리도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자주 상대를 변화시키고 싶은 충동과 마주한다.

상대방도 생각과 판단을 하여 행동을 하는 것일 텐데 내가 옳다는 마음이 강한가 보다.

그는 그, 나는 나 다른 인생일 뿐이다.

같아야 함께하는 것이라는 공식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각자가 다른 인생임을 존중하는 것이 오히려 함께 오래가는 방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수 양희은이 자주 쓰는 말이 떠오른다.

건강하게 상대와 나를 분리하고 적정한 거리를 두게 하는 좋은 표현인 것 같다.



그럴 수 있어.
그러라 그래.


2021. 1. 4. 에 쓴 글

글감: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