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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bear Jan 06. 2021

첫 직장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들

  벌써 3년이 흘렀다. 살얼음판 같았던 첫 직장을 그만둔 지. 그곳에서 보낸 나의 4년은 '내 안의 두려움과 정통으로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거의 바로 실무를 하게 된 나는 모든 것이 서툴고 미숙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는 미숙하거나 서툴면 안 됐다. 앉게 된 '자리'에 주어진 기대의 눈이 많았고 역할과 책임이 컸다. 모르면 안 됐고 못하면 안 됐고 숨겨야 했고 가려야 했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로부터 점점 벽을 쌓아 올렸다. 종종 그 벽 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어렴풋이 그들을 지켜보며 나에게 위험한지, 위험하지 않은 지 가늠하며 요리조리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벽 틈이 벌어지거나 벽이 무너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면 더 단단히, 더 높게 쌓아 올리기에 몰두했고 그 벽 뒤에 몸을 숨겼다. 벽돌로 만든 집처럼 단단해 보이고 싶었지만 사실은 모래성 같았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했을까?

  그 '자리'에 가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 '자리'에서 차라리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더 빨리 그만뒀다면 어땠을까?


  그때는 내가 그들로부터 배척받고 미움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부족해서 내가 힘들다고 믿었다. 내 안의 두려움이 그들을 먼저 밀어내고 있었던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참 이해가 안 되네."라고 하는 나에게 한 직원이 했던 말이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

   "이해할 생각은 있으세요?"

  지금이라도 부끄럽고 미안했다고 하고 싶지만 그럴 용기는 여전히 없다. 비웃음 사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만 있을 뿐... 미숙했고 어렸던 나를 들킬까 봐 몹시도 겁냈던 나였고, 지독히도 힘들고 외로웠던 나였다. 그만두면 인생의 패배자가 될 것만 같아 꾸역꾸역 4년을 버티던 미련한 나였다.   

   3년이 흐른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면 '뼈 아프게 나를 키웠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 감사함으로 채워져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용기가 생긴다면, 혹시 그들을 어딘가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어리석었던 나로 힘들었다면 미안했다고, 여유 없고 겁 많았던 나였음을 고백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를 모질게도 힘들게 했던 나 자신에게도 미안했고 그 시간을 잘 지나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2021. 1. 6.

글감: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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