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줄을 그리고 낚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접점도 없었다. 공감대도 없었다. 편하게 날고 기고 자유를 누비는 벌레한마리가 날라다닌다. 그리고 거미줄이 만들어진다. 조금만 움직이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동칠수록 더 끈적하게 달라붙는 거미줄에서 빠져나가기 힘들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멀어져야 하나 고민하던 관계가 있었다. 계속 신경쓰이고 자극이 되고 현실을 생각하면 벗어나야지 싶은 다짐을 하지만 상대방 눈빛을 보면 그러지 못하겠다. 결국 남았고 그런 예상이 들었다. 오래도록 남고 싶고 남게 될 것 같다.
서운한게 하나 생기면 내 눈치를 보는 듯한 상대방에게 미안하고 쉽게 풀린다. 편한분위기를 위해 장난을 치는 말 한마디에 뭔가 사르르 녹았다. 하기 힘든 행동과 말을 할 때 신뢰가 쌓인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사람을 배려하고 매력많은 분이었다. 그 따스함을 알고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누적된 시간 속에서 상대방이 가진 편안함에 눈길이 계속 간다.
그리고 내마음이 일방통행인 걸 알아서, 혼자 맘고생 할 걸 알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혼란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거미줄>
성실하게 집을 만드는 거미에게 걸려들었다.
벗어나려고 요동치겠다고 다짐하면 힘이 빠져버린다.
거미는 의도치 않았으려나. 내가 걸릴 줄 몰랐겠지.
그저 생존과 보호를 위해 성실히 거미줄을 쌓아가는 동안
벗어날 수 없는 끈적한 사냥도구는 튼튼해지고 나를 낚았구나.
거미의 성실함이 도망칠 수 없는 관계를 만들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