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국물음식을 찾게 되는 계절이 왔습니다. 누군가는 붉은 동백꽃이 피는 것을 보고 겨울을 느끼고 누군가는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쓸쓸한 이 계절을 느끼겠지요. 저는 거리에서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를 맡다가 겨울을 느낍니다.
며칠 동안 장을 못보다 오랜만에 집 근처 재래시장을 다녀왔어요. 과일가게를 지나는데 노란 귤들이 맨 앞줄이에요. 겨울 과일은 역시 귤이지요. 맛도 좋으면서 게다가 양이 많아 더 좋습니다. 가성비가 제일 좋은 겨울 과일 같아요. 한 달 전만 해도 시어서 못 먹고 귤청을 담갔는데 요즘 귤은 아주 달더라고요.
시장 안쪽에는 바로 튀겨서 파는 꽈배기 집이 있어요. 뜨거울 때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종종 사 먹는 곳이에요. 하얀 설탕에 묻힌 꽈배기와 묻히지 않은 꽈배기가 있는데요 설탕 묻히지 않은 꽈배기는 고소하소 담백해요. 찹쌀도넛도 쫄깃해서 한 봉지 사 왔습니다.
생선가게에 갔습니다. 쫄낏쫄낏한 과메기도 보이고 담백한 알이 꽉 찬 도루묵도 보입니다. 등 색깔이 선명한 싱싱한 삼치도 보이는데요 그 옆에 살이 통통한 아구가 있습니다. 오늘은 가격도 싸고 싱싱해서 아구 두 마리를 들고 갑니다. 한 마리는 아이들을 위한 아구탕을, 한 마리는 남편과 먹을 아구찜을 하려고 합니다. 껍질은 말캉말캉하고 살이 폭신폭신한 아구 요리를 가족들 모두 좋아합니다.
야채가게에서 무와 미나리를 사고 콩나물도 찜용으로 도톰한 것으로 한 봉지 샀어요. 쑥갓도 한 봉지 샀습니다. 그런데 쑥갓은 자주 해 먹지 않아서 늘 남습니다. 그래서 살 때마다 살짝 고민이 되는 야채네요. 넣을까 말까 하고요. 보통은 미나리나 쑥갓 둘 중 하나면 될 것 같습니다. 매콤한 청양고추도 한 봉지 샀습니다. 개운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늘 청양고추가 필요해요.
아구를 사 올 때면 아구에 따른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 아구의 정식 이름은 '아귀'에요. 특유의 입이 크고 흉측한 생김새 때문에 아귀에서 따온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구의 큰 배는 자루처럼 마음대로 불어나 웬만한 물고기는 모두 다 삼켰다가 차례로 되새김질을 한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그물에 아구가 걸리면 배를 가르고 그 속에 들어 있는 조기와 전어 등 생선들을 꺼내고 아구는 버렸다고 해요. 그리고 물에 잡히면 텀벙하고 바로 던져 버렸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구의 생긴 모양이 이상해서 뱃사람들은 먹지 않고 부둣가에 던져두었답니다. 그러다 나무에 걸려 말라 있는 것을 뱃사람들이 선술집에 가져다주었다고 해요. 그것으로
술안주를 만들어 달라고 하여 콩나물, 미나리 같은 야채와 아구와 같이 넣고 매콤하게 만들어 보았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계속 만들어 온 것이 오늘의 아구찜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간단 레시피-아구탕
아구 한 마리, 물 3컵 다시마, 무반 개, 멸치, 미나 리두 세줄, 쑥갓네줄, 파, 청양고추 3개
1. 썰어진 아구를 흐르는 물에 씻어 소금을 살짝 뿌려 채반에 받혀둔다
2. 무, 쑥갓, 미나리를 적당히 썬다.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 준비해놓는다
3. 육수에 아구를 넣고 끓이다가 거품은 건져내야 깔끔하다.
4, 무를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쑥갓, 미나리, 청양고추를 올려 한소끔 끓여내면 된다.
간단 레시피-아구찜
양념장 만들기
고춧가루 2~3큰술
간장 1큰술
마늘 다진 것 3큰술
요리술 2 큰술
생강은 넣으려면 아주 조금. 한 꼬집 정도
육수나 물 반 컵
그 외 재료
콩나물 한 봉지
쑥갓 다섯 줄
미나리 여섯 줄
전분 한두 스푼
청양고추 3개 어슷썰기
미더덕은 기호에 맞게
된장 두 스푼
맛술 두 스푼
1. 된장과 맛술 두 스푼 물에 손질한 아구를 살짝 데쳐낸다.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둘러 물기가 빠진 아구를 볶는다. 겉이 허옇게 익으면 준비해놓은 양념장 반을 끼얹어서 볶는다.
2. 양념장을 끼얹어 살짝 볶은 아구에 물 반 컵과 콩나물과 대파를 얹고 나머지 양념장 반을 얹는다.
3. 뚜껑을 닫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으면 중불에서 끓인다.
4. 중간중간 뒤적여주고 전분물 2큰술을 만들어 골고루 넣어 농도를 조절해준다.
5. 미나리를 얹고 빠르게 뒤적여준다. 간은 소금으로 하고 참기름을 살짝 둘러낸다.
기억하면 좋은 것이 있어요. 콩나물은 대가 굵은 찜용 콩나물이 아삭아삭해요. 육수는 양에 따라 자작할 정도가 좋아요. 물이 너무 많으면 전분으로도 조절이 힘들어지더라고요. 야채가 많을 땐 물을 안 넣어도 되거든요. 아구와 야채에서 물이 나와요. 전분으로 농도 잡은 다음은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좋고요. 손질한 아구에 소금을 살짝 뿌려 놓는 이유는 살이 쫄깃하고 탱글탱글해지기 때문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