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자정 너머 야심한 시각, 잠이 오지 않을 때 더러 바늘을 들곤 한다. 이럴 때 만드는 건 거의 간단한 인형옷이다. 민소매 원피스나 A라인 원피스 혹은 치마 등.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옷을 손바느질로 만든다.
이렇게 깊어가는 밤에 바늘을 들고 어설픈 손바느질에 몰두하다 보면, 누더기가 된 내 인생을 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다.
지난날, 나는 뭘 하며 시간을 낭비했던 걸까? 인형옷을 꿰매는 것보다 더 하잘것없는 일로 빈둥거렸던 시간들. 돌이켜보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고집불통의 영혼 하나가 징징대며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었는데.
사랑한 적도 없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지도 못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내가 아닌 인형을 꾸미느라 분주한 시간.
어느 순간, 잠이 찾아들기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손에서 바늘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오늘도 나는 잠을 쫓으며 바늘을 쉽게 손에서 내려놓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