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내린 비가 초록을 씻어내고 가로수엔 노랗고 빨간 꽃이 피어난다. 성질급한 녀석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꺄르륵 비명을 내지르며 어디론가 떠나간다. 완연한 가을이 내려앉은 십일월의 하루는 또 하나의 봄처럼 피어났다.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시릿한 무채색이 온 세상을 덮을것이다. 칼바람에 모두가 옹크리고 걸음을 재촉할 때나 또한 그 바람에 등 떠밀리듯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문득 외로워질때면, 잠깐 멈춰서서 오늘을 추억할테다. 세상보다 좀 뒤쳐진다해도, 그래서 결국 홀로 남게된다해도, 화려하게 피어났던 가을의 봄날을 기억할테다.
그럼 마치 너의 손을 잡은 듯
내 마음은 따뜻해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