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아침 차리기
침대에 딸과 같이 누웠다.
오늘 친구가 어쩌고 저쩌고, 학원에서 이러쿵저러쿵, 다양한 말을 쏟아내던 아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갑자기 잠이 몰려온 모양이다.
“잘 자, 내일 보자” 나의 인사와 함께 “엄마, 내일 아침은 뭐야?” 하고 묻는다.
“음.. 빵이랑 밥 중에 뭐 해줄까?” 나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콧소리가 일정해진다.
아이들에게 아침식사를 차려줘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2년 전쯤..
그때의 나는 다른 워킹맘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일어나 내 한 몸 건사하기 바빴다.
7시 30분쯤 일어나 전날 남은 국에 대충 밥을 말아먹고 옷을 챙겨 입은 후 아이들을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우당탕탕 일터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함께 일하던 부장님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부장님은 직장에서도 종횡무진 일을 하시고, 능력 있는 여장부 스타일. 밖에서 에너지가 넘치니 집에서는 에너지를 아끼실 줄 알았다.
하지만 아침마다 새 국과 밥을 준비해 아이들의 아침상을 차린다는 이야기.. 자녀는 3명에 심지어 시어머니까지!!
순간 나는 출근 준비가 바쁘다는 핑계로 빈속으로 학교에 가는 내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때부터였다. 나의 아침식사가 시작된 것은....
아침을 차려주기로 결정을 하자 실행은 일사천리였다. 아침식사와 관련된 책을 한 권 구매하고 훑어본 후 내가 할 수 있는 메뉴들을 체크했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식빵에 베이컨과 달걀을 넣고 20분 동안 오븐에 구워서 아이들에게 줬다.
하지만 안 먹던 아침을 먹어서인지 많은 양을 먹지는 않았다. 내 노력에 비해 결과가 실망스러웠달까..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아이들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부담이 없는 아침 메뉴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주먹밥류 혹은 심플한 토스트와 제철과일.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 3년 차이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아이들의 끼니를 준비하려고 냉장고의 식재료를 확인한다.
아이들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내가 챙겨준 음식을 먹는 모습은 참으로 귀엽고 포근하다.
하지만 모든 날이 그런 것은 아니다. 야심 차게 준비한 신메뉴(?)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별로이거나, 유달리 아이의 입맛이 없는지 음식을 깨작이는 날이면 가끔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침에 일어나 부엌에서 뚝딱거리는 나를 눈에 담으며 방에서 나오는 아이의 표정을 보니 우리 아이에게 엄마의 이런 모습이 평범한 일상이겠구나. 너무 평범해서 내가 그 소중함을 미쳐 느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시, 내가 몸이 아프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해 부엌에서 사라진다면 우리 아이들이 텅 빈 부엌을 어떻게 느끼게 될까.. 혹은 우리 아이들이 다 자라 더 이상 엄마의 아침을 먹지 않을 나이가 되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생각을 하니 오늘의 아침식사가 행복한 일상으로 다가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의 식재료를 꺼내는 나의 모습, 눈 비비며 식탁에 앉는 아이들..
이런 모습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아침 풍경이지만, 언젠가는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오늘의 아침 식사가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