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위한 구두 가이드: 레더 솔인가, 러버 솔인가?
첫 번째 브런치 글을 발행합니다.
첫 글이니 비교적 가벼운 주제로 구두의 밑창에 대해서 씁니다.
'고급 구두'의 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홍창 / 2) 고무창.
아, 홍창(레더 솔)은 소가죽으로 된 밑창이고, 고무창(러버솔)은 말 그대로 고무 소재로 된 밑창입니다.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일단, 홍창으로 된 구두와 고무창으로 된 구두를 각각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홍창으로 된 구두.
홍창으로 된 구두의 바닥은 사진과 같이 생겼습니다. 어떤 색을 입힐지, 어떤 디자인 디테일을 넣을지는 브랜드마다, 디자이너마다 다릅니다. 모든 홍창의 공통점은 소가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홍창 신발을 사게 되면 'VERO CUOIO', 'GENUINE LEATHER' 등이 창에 쓰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뜻은, '진짜 가죽으로 만든 창이다' 입니다.
가죽이라는 사실을 알고 홍창 사진을 보면 내구성이 매우 약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창을 찾는 사람은 홍창만 찾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일까?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홍창으로 만든 구두는 대부분의 경우, 사진과 같이 고무창 구두에 비해 잘 빠진 느낌, 섹시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디자인에 대한 느낌이나 선호도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홍창이 더 포멀 하고, 고급이며, 전통적인 신발의 느낌을 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2) 고무창으로 된 구두
고무창은 위와 같이 생겼습니다. 딱 봐도 내구성이 좋게 생겼습니다.
이 내구성은 이탈리아의 Vibram(비브람)사, 혹은 영국의 Dinite(다이나이트) 사의 것이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브랜드의 것들은 프리미엄급 이상의 신발에서 사용합니다. 이런 러버솔을 사용한 신발을 산다면 러버솔 자체의 품질만 본다면 실패하지 않지만, 제법을 같이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비브람이나 다이 나이트 러버솔과 같이 프리미엄급 러버솔을 시멘트 제법에 사용한다면 조금은 아까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시멘트 제법에 사용하는 용도로 나온 비브람창이나 다이 나이트 창도 있습니다. 즉 비브람이나 다이 나이트 창으로 만든 신발이라고 다 프리미엄급은 아닙니다.
고무창으로 된 신발은 많은 경우 홍창보다 조금은 더 두꺼운 창을 가졌고, 조금 더 투박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고무창의 옆면(Guardolo)이 얇게 빠진 디자인의 고무창을 쓴다면 투박하다는 느낌을 거의 없이 만들 수 있습니다.
즉, 고가브랜드에서 만드는 고무창 구두는, 밑창을 뒤집어서 보지 않으면 고무창인지 알기 힘들게 만든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래 앨런 애드몬즈 구두를 보세요)
어떤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고 검색으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심도 있는 정보는 거의 없는 것 같아 조금 더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뭐가 더 좋다고 바로 결론을 내리긴 힘듭니다. 쪼개서 봐야 합니다.
대략, 비교는 1) 내구성/수명, 2) 디자인, 3) 편안함/착용감, 4) 무게, 5) 통기성, 6) 미끄러운 정도 7) 관리/기타 정도로 나눠서 하면 웬만한 부분은 다 커버할 듯합니다.
러버솔의 승리입니다. 러버솔이라고 해서 닳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상(실험 데이터가 아닌 개인 경험), 좋은 러버솔은 같은 착용 조건에서 두배 정도 더 오래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 신는 것 만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러버솔로 된 신발을 사야 합니다.
홍창을 그대로 계속해서 신으면 창에 동그란 구멍이 나게 되고, 이 현상은 홍창이 얇으면 얇을 수록 빨리 오게 됩니다.
여기서 좋은 러버솔이란, 천연고무의 함량이 높으면서도 단단하게 가공된(vulcanized) 러버솔입니다. 러버솔이라고 다 같은 러버솔이 아니며, 값싼 러버솔 신발은 오히려 홍창보다 더 빨리 닳아서 지우개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신발의 가격을 결정합니다.
러버솔은 수분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비가 오는 많이 오는 날엔 당연히 러버솔로 된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 홍창 구두를 신고 오랜 시간 외출한다는 것은 그 신발은 더 이상 신지 않겠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요약: 좋은 러버솔은 천천히 닳는다. 습기, 비, 물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취향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30대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홍창이 더 아름답다는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클래식하고 잘 빠진 구두를 사고 싶다면 홍창(레더 솔) 구두를 사야 합니다.
구두는 아무래도 클래식하고 포멀 한 것이 섹시합니다.
엘레건트 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홍창 구두를 사는 MAN들이 아주 많습니다.
미세하게 홍창의 승입니다. 미세하게.
첫 착용 시에는 고무창이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지속적인 착용 시 홍창이 더 편합니다. 고무창은 발에 맞게 변화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홍창은 발에 맞게 적응하고 변화하게 됩니다.
계속해서 착용하게 되면 발바닥의 모양에 맞추어 곡면이 생깁니다.
많이 접히는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잘 접히게 됩니다.
고무창은 발바닥 모양에 맞춰진다던지 점점 부드러워진다던지 그런 현상이 없습니다.
특수소재의 러버솔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홍창이 더 가볍습니다.
일반적인 구두에 사용하는 vibram 혹은 dinite는 무겁습니다. (vibram V-Light솔 같은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솔은 블레이크나 굿이어에 쓰기 힘듭니다.)
무거운 신발이 싫다면 홍창으로 된 신발을 고른다면 큰 실패가 없습니다.
홍창 + 블레이크 제법 신발은 가벼운 무게를 보장하는 조합입니다.
홍창 + 굿이어 제법 신발은 블레이크보다 약간 더 무겁습니다.
굿이어 제법은 그 제법 자체로 고급 구두를 표방합니다. 신발을 평가함에 있어서 무게가 다가 아니라면 같은 값이라면 굿이어 제법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지만 굿이어 제법으로 만든 신발은 언제나 더 비쌉니다.
이 문제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홍창은 위험합니다.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홍 창신 발을 산 대부분의 사람들은 홍창 바닥에 고무창을 덧댑니다.
일반적으로 택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미끄럼도 방지하고, 수명도 늘리고, 나름 홍창의 장점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홍창 바닥에 고무창을 덧대는 것은 2-3 가지 문제점을 양산합니다.
1) 고무창이 자꾸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저도 홍창을 아껴 신으려고 고무창 많이 덧대어 신어보았습니다. 실력 좋은 구둣방에서 하면 오랜 시간문제가 없지만, 조금 실력이 떨어지는 분이 하시게 되면 2-3개월 후에 반드시 분리됩니다. 고무창을 덧대는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3만 원임을 감안하면 화가 나는 부분입니다.
2) 신발이 처음 느낌을 주지 못하고 디자인적으로 퇴보하게 됩니다.
고무창을 대충 덧대게 되면 미려한 느낌이 사라지고 홍창 특유의 느낌이 사라집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릅니다.
3) 신발이 평면에서 수평이 맞지 않고 덜거덕 거리는 경우.
사실은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고무창을 안 붙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신발의 착화감이 불편해집니다. 홍창을 신었을 경우의 그 특유의 느낌이 사라져 버립니다. 어떤 경우엔 덜거덕 거리고, 걷을 때 땅을 딛는 느낌이 스무스하지 않습니다.
홍창의 압승입니다.
발 냄새가 별로 없는 남자가 되고 싶습니까?
발 냄새가 심각한 분이 홍창 신발만을 3개월가량 꾸준히 신게 되면 심각한 발 냄새의 상당 부분이 치유될 수도 있습니다. 양말도 통기성이 좋은 것으로 바꾸면 효과가 더 좋습니다.
홍창이 관리하기 훨씬 힘듭니다. 고무창은 관리가 필요 없습니다.(하지만, 비싼 구두의 갑피나 어퍼 등은 어떤 창으로 된 것을 사더라도 관리는 필수입니다)
홍창은 관리를 잘못하면 수명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듭니다.
물에 젖은 홍창신 발을 그대로 어디 구석에 방치하면 며칠 후 곰팡이와 함께 심하게 뒤틀어진 신발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 홍창은 자연에서 온 소재(소가죽)이고, 습기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비에 젖게 되면 곰팡이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1. 홍창을 사서 고무창 덧댐 한다.(위 5번에 설명)
위에 단점을 많이 설명드렸는데, 홍창 구두에 엄청난 내구성을 더해 준다는 장점이 명확합니다.
2. 홍창을 사서 3M 논슬립 패드 등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붙이고, 닳아 없어질 경우 주기적으로 다시 붙인다.
이 방법은 저도 가끔은 쓰는 방법입니다. 미끄럼 방지 패드는 착용감, 구두의 평형, 디자인에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홍창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잇템입니다.
3. 고무창을 댄다면 최대한 얇은 것을 쓴다.
얇은 것은 오래 못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다 닳아 없어진 후 다시 달면 됩니다. (비용 상승 ㅠㅠ)
4. 드물지만, 홍창과 고무창을 결합한 솔을 사용한 신발을 산다.
이렇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1) 기본적으로는 홍창을 살짝 갈아내고 얇은 고무를 붙입니다. (이 방법은 한국제화에서는 본적이 없습니다. 이탈리아에서만 봤습니다.)
2) 홍창에 고무를 Injection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 보겠습니다.
기능적인 면과 실용적인 면만을 고려한다면 홍창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홍창은 물/습기/비 오는 날씨에 극도로 취약하고, 미끄러우며, 수명이 짧습니다.
반면, 홍창이 아무리 통기성과 디자인이 훌륭하더라도 다른 실용성을 판단하는 요소들(습기, 미끄러움, 수명)을 이길 메릿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왜 세계의 명품 구두들은 홍창을 고집하는가?
포멀 한 미팅이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분. 이런 미팅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신발을 가끔 보기도 합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을 때 누군가는 당신 신발의 밑창이 어떤지 보게 되는 그런 상황이 있다면, 홍창을 신기를 추천드립니다.
아, 저는 어떤 신발을 신는지 궁금하십니까?
저는 주로 홍창을 그대로 신습니다. 홍창 신발을 사면 대부분의 경우 따로 다른 처리를 하지 않습니다.
미끄럽고 위험한 것은 3년 정도 신다 보면 몸이 적응해서 스스로를 자동으로 방어합니다. 지극히 개인적 경험입니다. 저도 조금만 더 나이 먹으면 홍창에 항상 미끄럼 방지 패드를 댈지도 모릅니다.
빨리 닳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은 홍창의 장점들을 누리는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신발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영양크림도 발라 줍니다.
신발 관리방법에 대해서는 향후 기회가 되면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홍창구두의 밑창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느낌으로 주변에 노출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진들입니다. 출처는 예전에 웹서핑으로 모아놓은 사진들인데, 문제되는 사진이 있다면 제보 부탁 드립니다.
그럼, 이런 고민은 하는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첫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Ci Vedia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