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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curry Dec 12. 2015

[골든 게이트 브리지] 샌프란시스코의 자존심

사진 찍기 좋은 곳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영화 배경에는 그 시대의 트렌드가 있다. 예전에는 뉴욕과 LA였다면 요즘은 샌프란시스코이다. 액션, SF, 심지어 코미디, 애니메이션 장르에까지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배경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이다. 샌프란시스코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중요 관전 포인트는 바로 빨간 다리인 골든 게이트 브리지이다. 정말로 많은 영화에서 이 다리를 부쉈고, 결전의 날인 승부를 띄우는 장소로 채택하였다. 요즘 영화를 보면서, 이 다리를 부수는 영화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세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대체 왜!! 왜 이 다리가 그리도 유명한 것일까? 왜 이 도시의 상징이 되었을까? 그리고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저 앵글은 도대체 어디서 촬영하는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문득 들었다.   


X-men 마지막 편, 빅 히어로 6, 픽셀, 혹성탈출 등 여러 영화에서 이 금문교가 나왔다. 


결혼을 앞두고 한 6개월 전. 신랑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Bay Area, 다른 이름으로는 실리콘 밸리라는 이 지역을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게 된 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와 근교 지역. 샌프란시스코에 왔으니, 이제 금문교를 보자고 그때 당시  남자 친구를 조르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며칠 째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저 멀리 오렌지색, 아니 빨간 다리가 구름 속에서 나타났는데 저게 골든 게이트 브릿지라 했다. 골든? Golden? 이면 황금색이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저 다리는 왜  빨간색이고, 이름은 또 왜 골든 게이트이지? 많은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주차를 하고 다리를 구경한다는 게 그만 다리를 운전하며 건너가 버리게 되었다. (참고로 아직도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어디에 주차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있다.. 흠;)


출구도 없어 앞차를 따라 졸지에 운전을 하게 된 나는 그냥 내가 어디로 향하는 줄도 모르고 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엄청난 높이의 빨간 다리가 보였고 운전을 하며 그 다리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마치  빨간색의 캘리포니아판, 부산 광안대교를 건너는 느낌이었다. 웅대한 규모에 입을 쩍 벌리고 와... 하며 운전을 하는데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단 생각이 들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출구로 빠져서 바로 유턴. 


골든 게이트 브리지 구경하기 좋은 포인트, 첫 번째!

유턴을 해서 다시 다리 방향으로 향하려는데, 다리 건너기 바로 직전에 출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저기엔 다리를 볼 수 있는 좋은 지점이 있겠다 싶어 출구로 빠졌는데, 역시나! 좋은 포인트가 있다. 구글맵에 Battery Spencer로 찍으면 나오는 그곳. 그곳에는 낡고 허름한 군사 요새 같은 곳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를 수비하기 위하여 1800년대 말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실제로 사용하던 군사 요새이다. 


이곳을 지나가면 샌프란시스코와 알카트라즈 섬, 베이 브릿지와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다 볼 수 있는 아주 좋고, 시원한(대부분은  시원하기보다는 바람이 엄청 세다) 그런 뷰포인트에 다다른다. 하지만, 이날은 운이 나빠서 다리 건너 풍경을 볼 수 없었고, 한 달 후 운 좋게도 이곳에 다시 출장을 와서 아주 맑은 하늘의 골든 게이트 브릿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다리의 왼편은 샌프란시스코 안 쪽의 Bay Area. 또 다른 한쪽은 광활한 태평양이다. 다리 아래로는 크고 작은 화물선, 유람선, 요트들이 조용히 물살을 가르며 움직이고 있었고 아주 큰 배들이 지나가기에도 적절하게 높아 보였다. 



캘리포니아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골드 러시이다. 금을 찾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고,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또 닉네임이 바로 Golden State, 황금 주. 작년에 NBA 챔피언십을 거머쥔 샌프란시스코 농구팀의 이름도 바로, Golden state warriors(황금 주의 전사들)이다.  아무튼, 이 다리는 '황금으로 가는 다리'라는 의미로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니, 다리 색깔과 이름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리를 짓던 당시에는 바다 위를 지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로 제일 유명했다고는 하나 그건 1930년대까지의 이야기. 그 뒤로는 건축기술도 발달하고 새로운 디자인들도 많이 나와서 지금은 전 세계에서 9번째로 제일 긴 다리란다. 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긴 다리라는 명성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자존심이 이 다리에 우뚝 새겨져 있다. 


또 이 다리가 유명한 또 하나 스토리는 바로 재료에 관한 것인데, 이 다리를  짓는 데 사용된 철을 바로 미국 동부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 당시에 제일 유명했던 철강소 회사가 동부에 있어서래나.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에서 그래서 재료를 직접 가져왔다고 한다. 사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을 땐 별로 놀랍지 않았다. 동부에서 서부로 철을 나르는  것쯤이야. 그런데, 기차로 나른 게 아니다. 배에다 실어, 동부에서 파나마 운하를 건너 서부로 운송된 철로 만든 다리라는 이야기이다. 와,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다리의 재료인 제철들이 운반되었을 때 다홍 빛깔의 페인트 칠이 입혀져 있었는데, 다리의 설계자인 Irving Morrow가 이거다 싶었던 거다. 그래서 정부에 서류를 제출하게 된다. 당시 대부분의 다리는 은색, 회색, 검은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리는 당시 최대이자 최고의 규모이기 때문에 기존의 관습들을 벗어나야 하며, 그 때문에 상징적으로 새로운 색으로 칠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입혀진 색깔이 오늘날의 색이다. 어떻게 보면 빨간색, 다홍색 비슷한 이 다리의 색의 고유 명칭은 International Orange, 국제적인 오렌지 색이다. 참 재미난 이야기였다. 


이 다리를 지을 때, 정부에서 명하길 군함마저도 이 다리를 통과할 수 있게 설계해 달라! 고 했단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 언급되었던 배터리 스펜서가 굉장히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굉장히 높은 다리가 되었다고. 덕분에 다리를 짓던 많은 노동자들은 엄청난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다리 공사를 할 때, 다리 아래에 네트 그물을 달아 사람들이 떨어져도 살 수 있게  안전장치를 했는데 19명이 이 그물 위로 떨어져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이 그물의 별명은 바로, 'Half way to the Hell Club(반쯤 지옥으로 가는 클럽)'. 또 다른 루머로는, 이 다리를 지을 때 엄청나게 많은 중국인들이 죽었다고도 하는데 미국에 처음 생긴 차이나 타운과 함께 그 역사를 같이 한 다리가 바로 이 골든 게이트 브리지인 거다. 


화려하고 독특한 색깔의 이 다리 속에 미국인들의 역사와 샌프란시스코 인들의 자존심, 그리고 기존의 관습을 타파하고자 하는 열정이 배어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이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굉장히 자랑할만한 자존심의 건축물이다. 마치 파리에 에펠탑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샌프란시스코가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처음 들어오는 외국 선박들에게 굉장히 크게 환영을 해는 것 같았다. 그 당시  남자 친구이었던 신랑이, "조금 더 멋있는 뷰로 볼래?"란다. 이것보다 더 멋있는 뷰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또 따라가 보기로 했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 구경하기 좋은 포인트, 두 번째!

구글맵에 타말파이스 산(Mount Tamalpais)라고 찍으면 나오는 곳이다. 참고로 이 곳은, 굽이굽이 꼬불꼬불 가는 산길이어서 산길 운전에 익숙한 이들에게만 추천한다. 운전이 조금이라도 미숙하거나 겁이 많고, 멀미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 운전 길이다. 위쪽으로 운전해 가다 보면, 거의 한 차만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도로라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도 거의 없다.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이곳에서 마운틴 바이크,  산악자전거를 하고, 전 세계  산악자전거의 시초가 바로 이곳이라고 보면 된다. 산 위로 내려가서 도로들이나 숲길을  내려다보면 곳곳에 자전거를 타며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나 백발의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이 이 산을 자전거를 타며 올라오는 장면을 길 가는 중간중간에 보다 보면 그 장면이 너무나 감동적이고,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된다. 그래서 창문을 열고 박수를 쳐주거나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산 꼭대기에 도착하면 하늘 높이 독수리들이 많이 날아다닌다. 잠시라도 움직이지 않고 전망을 즐기고 있으면 독수리들이 나를 죽은 줄로만 알아서 내 근처로 날아온다. 그때는 다시 걷기 시작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저리 가 버린다. 이곳에서 내  발아래 모든 곳들을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샌프란시스코 근방의 모든 도시들을 다 볼 수 있다. 단, 맑은 날에 갔을 경우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갔던 때는 10월의 어느 맑은 날이었는데 신랑 말로는, 자기가 이 곳에 왔던 3번 중에 제일 맑은 날씨여서 제일 멀리까지 볼 수 있어서 너무 아름답고 좋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했다.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와 트레져 아일랜드(Treasure Island)를 잇는, 또 다른 큰 다리. 베이 브리지(Bay Bridge)가 보인다.  

산 위로 독수리들이 날아다니고, 꼬불꼬불한 산길에는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좌->우) 왼쪽으로는 새크라멘토. 그리고 가운데에는 베이 브리지와 평화로운 소살리토. 큰 산 뒤로 금문교가 작게 보이고 샌프란시스코와 우측 태평양 전경이 펼쳐진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 구경하기 좋은 포인트, 세 번째!

구글맵에 란즈 엔드(Lands end)라고 찍으면 나오는 곳이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쪽에 있는 절벽이자 해안가인데,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건너기 전에 만이 있는 근처여서 오히려 새로운 각도로 다리를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은 볼 수 없지만, 오히려 다리 건너의 풍경을 새로운 각도로 멋지게 볼 수 있어 좋다. 특히나 태평양 쪽의 골든 게이트 해협이 장엄하게 넓게 펼쳐지고, 그 위로 굉장히 큰 규모의 화물선들이 이동하는 장면을 보면 태평양이 참 넓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주변에는 산책로가 잘 되어있고, 절벽 주변으로 소나무 숲도 멋있게 가꾸어져 있어  해질 녘에 가서 경치를 즐기면 더더욱이나 좋다. 산책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점점 모래 길이 되니, 슬리퍼보다는 운동화를 추천한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km쯤 걸어가면 그때부터 중간중간 절벽 아래 해안가로 내려갈 수 있는 길들이 나 있다. 아주 큰 돌들이 해변가에 있어 파도가 굉장히 높게 몰아치는데 내려가서 구경해 보는 것도 장관이다. 


해안가에서 하얀 거품을 내며 부딪히는 파도와 함께 바라보는 골든 게이트 브리지. 그 뒤로 요트와 여객선을 조용히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조용한 장소이다. 
절벽에 다다르면, 곳곳에 캘리포니아 히피의 영혼이 깃든 장소들이 눈에 띄인다.
해질 무렵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중국 여객선이 정말로 참~ 커 보였다. 


이 밖에도 정말 여러 각도에서 골든 게이트 브리지를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내 경험 상 가장 인상 깊었던 세 군데를 나누고 싶다. 다들 샌프란시스코의 명소인 코이타워, 피어 39, 혹은 운전하며 지나가면서, 이렇게 즐기는 것은 아닌지 싶었다. 


골든 게이트 브리지는 단지 그 다리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다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캘리포니아의 자연이 함께 있을 때 더욱더 그 가치가 빛이 난다. 또 샌프란시스코, 도시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 그리고 그들의 자존심이 가득 담긴 그런 건축물이다. 그렇기에 그냥 빨간 다리 자체를 사진으로 찍어 가서 다녀왔다 인증샷만을 남기지 말고, 조금 더 돌아다녀서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한번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와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세 가지 방법

-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에 주차하고, 샌프란시스코 도심과 함께 다리를 본다.

- 타말파이스 산(Mt. Tamalpais) 꼭대기까지 운전해 가서, 샌프란시스코 주변의 모든 도시들을 다 본다.

- 란즈 엔드(Lands End)에 가서 30-40분 정도 걸으면 샌프란에서 바라본 Golden Gate Bridge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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