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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일상 May 02. 2023

넘어가고 싶은 어떤 지점

인생에서도 육아에서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겪어야만 하는 것


 나는 넘어서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기어서 겨우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지점을 훌쩍 뛰어넘어 가고 싶었다. 모두가 힘들다고, 힘들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찾고 싶었던 것이 마음속 깊은 곳의 내 진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다 힘드니 나도 당연히 힘든 게 아니라 남들이 다 힘들어도 나는 룰루랄라 갈 수 있는 어떤 지점을 찾고 싶었다. 육아에서도 말이다. 

아이들이 일곱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샤워할 때 환청을 듣는다. 나의 예민한 기질 때문인걸까. 걱정이 많은 까닭일까.  아이의 울음 소리가 두려운 난 아이들을 울게 내버려 두지 못했다. 겨우 두 녀석이 걸어다닐 무렵. 친정엄마와 함께 하던 공동육아의 기간이 끝나고 혼자 아이 둘을 보기 시작했던 때가 생각났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세상에 아이들과 나만 남겨진 것 같았다. 하루가 일년 같고, 내 정신은 내 정신이 아니었다. 집은 아늑하고 쉴만한 공간이 아니라 나의 전투현장이었다. 돌아서면 아이들이 안아달라고 번갈아가며 울었고, 돌아서면 아이 둘과 남편과 나의 빨래, 청소, 그리고 아이들 밥에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어떤 엄마들은 둘, 셋도 혼자 잘 보던데, 씩씩하게 잘 키워내던데 나는 왜 이렇게 혼자 있는 게 두려울까 매번 스스로를 채근했다. 그리고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질 때면 또 홀로 웅크려 울기도 했다.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엄마의 견뎌내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엄마가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간.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떤 한 존재를 키워내야 하는 시간. 때때로 나의 힘듦에 매몰되어 아이에게 마땅히 필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몸서리 치기도 했던 시간.

여전히 나는 모자라고 부족한 엄마지만 아이와 함께 또 조금씩 자라가 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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