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일상 Jun 28. 2023

견디는 힘

아이를 키우며 드는 여러가지 생각들.

 아이가 없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종종 생각해본다. 여전히 아이를 품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들이고 있을 게 자명했지만 아이없이 딩크족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니다 라고 결론이 지어진다. 왜 내게만 아이를 주시지 않느냐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매달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을 것만 같다. 결혼 몇년차인데 아이를 갖지 않는거냐, 생기지 않는거냐, 어디까지 노력을 해보았냐는 등의 외력을 견딜힘이 내게는 없는 것만 같다. 내력이 더 세면 그 어떤 외력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박동훈 부장님의 말처럼(드라마 나의 아저씨 대사 중)내력을 더 길러보고 싶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언젠가의 어린 내가, 그 어린 날 형성되었던 나의 생각과 가치관은 나이가 아주 많이 든 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가끔 어른들이,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이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말씀을 하실 때 '어머 저 나이에 왜 저래. 주책이야'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허나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언젠가 어린 날에 품었던 그 여리고 고운 마음을 계속 안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기에 늘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느끼는 거겠지.  그때에 형성된 작고 여린 마음은 내력이 든든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를 자라게 만든 것 같다. 


내력이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이 요구되는 게 육아라는 것.

나는 이만큼 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인데 여기서도 저기서도 나는 저만큼이나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아이에게는 한없이 다정해야 하고 집안일에도 모자람이 없어야 하고 다른 가족들을 돌보는 일에도 부족함이 없어야했다. 누가 내게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내 안에서는 언제나 모든 것이 모자라게만 보였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보니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런채로 나는 지쳐갔고 으스러져만 갔다. 겨우겨우 연명해가던 무렵 어느 퇴근 길, 불현듯 길에서 쓰러졌고 모든 것을 멈추었다. 


구급차에 실려 잠시 눈을 떴을 때 오늘이 몇월 며칠인지 아세요?라는 구급대원의 물음에 1월인가?2월인가?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날. 아차 싶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두 아이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너무 달리지 말라고, 채근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브레이크를 걸어주신 것만 같았다. 그 날 이후 내 삶은 아주 조금 달라졌다. 누구도 아닌 나를 조금 돌아보는 사람으로.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보려고 자라가는 중이다. 아이와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는 왜 맨날 소리만 질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