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달 haedal Feb 04. 2021

Day16 내겐 너무 과한 사은품 v3.0

커피주간_ 원두커피 포장 탐구


지난주, 드디어 베이스로 사용하기도 하는 전문적으로 로스팅된 메인 커피가 다 떨어졌다. 이탈리아 장인이 볶아서 두 번의 크랙이 있다는, 그래서 카페인 효과도 강한 커피와 조금 무난한 커피 두 가지를 주문해서 먹고 있었는데 양이 많아 다 먹는데 몇 달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1kg 용량이었다. 온라인 몰의 종이 박스와 비닐테이프, 원두커피 비닐 포장의 연면적과 플라스틱 숨구멍 피스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용량 원두를 구입하고, 종종 동네 작은 커피가게에서 커피를 텀블러에 사 와서 먹다 보니 더더욱 진도가 느렸다.


가까운 이마트 매장에 커피 코너가 날로 확장되어 그곳에서도 대용량을 사봤는데, 대량 유통이어서인지 작은 커피 전문점에서 볶아낸 신선한 원두와 거리가 멀었다. 택배를 가중시키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자주 주문하는 것은 아니니 전문 커피숍 온라인 몰에서 대용량 커피를 검색했다.


몇 군데를 알아보다가 리뷰가 좋은 편인 한 원두 전문점에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원두로, 이번에도 대용량 1kg을 주문했다. 다행히, 커피 맛은 훌륭했다. 좋은 가게를 알아냈다는 기쁨.


그런데 아뿔싸 그만 방심했다...




고맙지만, 결코 원하지 않는, 플라스틱들이 같이 왔다.




여기서 플라스틱이 아닌 것은, 정말로 한 줌도 안 되는 분쇄 원두 몇 그램.



1. 내겐 필요 없는 사은품_ 플라스틱 묶음 끈



커피를 많이 마셔왔던 나에게는 스탠 집게와 영구 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집게가 이미 있었다. 더구나 사은품 플라스틱 끈은 단일 재질도 아니었다. 전혀 필요 없는 것.



2. 내겐 필요 없는 사은품_ 비닐에 든 일회용 마스크



비닐 사용을 줄이려고 종이곽에 든 덕용 포장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를 통풍과 햇빛으로 건조 소독해서 몇 번 반복 사용하다 보니 이 덕용 포장도 과하기에 추가로 온 '비닐'에 싸인 마스크는 내겐 불필요했다.  비상용으로 쓰기에도 KF 지수가 낮았다. 한마디로 필요하지 않고, 비닐만 늘린 것.


3. 내겐 필요 없는 사은품_ 비닐과 부직포에 든 일회용 원두커피 드립 백



길어도 5분이면 다 마시는 커피

vs

1000년 (1000년은 현재 학자들의 추정일 뿐이지 더 갈지도 모르는) 플라스틱.


예전엔 포장이 예뻐서 사기도 했던 일회용 커피 드립 부직포. 부직포가 플라스틱이라는 걸 나는 늦게 알았다.  몸에도 좋을 리도 없고,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큰 장점, 아름다운 포장, 원두커피 향 때문에 어쩌다 여행지에서, 바깥에서 원두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널린 게 커피숍이고 작은 컵 종이 자판기나 유리병에 든 음료도 많은 데 싶어 우리 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녀석이다.


뒷 면을 살펴 어떻게 분리 배출해야 할지 살펴보았다.



내가 기피하는, (재활용 마크 아래) 'other'가 있다.


선별장에서는 OTHER재질 용기류가 분리 배출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선별도 되지 않는데 분리배출이 되면 선별장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하니까 선별장 입장에서는 쓰레기 처리비만 늘어나는 거죠.  

("OTHER" 재질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발췌 )


이렇듯, other는 최근 페트병을 일반 플라스틱 용기와 별도로 분리수거하듯, 비닐류와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제대로 재활용이 안 되는 것이라면, 아예 생산하지도 유통하지도 말아야 한다. 커피는 식품이라 이런 복합재질의 포장이 필요한가보다.


이렇게 3개의 불필요한 물건이 고객 사은 차원에서 같이 전달되어 왔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상품인 원두커피 대용량. 내친김에 이 녀석의 포장도 살펴본다.



비닐류인데 other이다....


분리 배출하면 재활용 업체의 쓰레기 처리 비용을 전가시키는 other,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면 매립보다는 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기에 방출되는 다이옥신과 같은 발암물질 등 온갖 유해 가스들...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이들과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구나.




커피 숨구멍, 커피 환기구는 따로 떼어서 모아 플라스틱 방앗간에 나중에 가져가서 치약 짜개 같은 다른 소품으로 만들어 와야겠다. 이렇게 작은 플라스틱은 분류가 힘들어 재활용을 못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해보자. 산더미같이 끊임없이 밀려드는 플라스틱 더미가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간다. 큰 덩치를 빼고 잔잔한 걸 분류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하네...



집에 있는 영구 플라스틱 집게로 사용하니. 플라스틱 커피 봉투용 끈은 사용하지 않았으니 동네 커피숍에 가져다줘야겠다. 이런 작은 걸 갖다 주면 귀찮아하거나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고 거절할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은.


앞으로 원두 주문할 일이 점점 줄어들겠지만, 다음에는 혹여 온라인으로 주문하게 된다면 꼭 이렇게 주문 시 당부하는 란에 이렇게 써야겠다.



일회용품,

플라스틱,

비닐(특히 복합재질 other),

부직포


사용 줄이고 있어요.


관련 사은품 사절합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이렇게 쓰고 보니 드는 생각,


사은품 드릴 생각 없었는데요?  


머쓱


하지만 예방차원에서, 제로 웨이스트가 상식이 되는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서, 대체로 정이 많은 한국인들의 심성을 고려할 때, 내가 머쓱하고 말지.






깜딱 놀라고 있습니다!!!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Day11 모카 롤케익을 닮은 두루마리 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