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4 단팥빵과 붕어빵

붕어빵, 제로 웨이스트의 화신(a.k.a. 버릴 것 1도 무)을 그리며

by 해달 haedal


어제 눈이 왔지만, 이제 겨울 끝자락에 와 있는 것 같다. 흰 눈에 어울리는 하얀 호빵. 호호 불며 먹어서 호빵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겨울도 끝나가니 호빵, 쪄서 먹는 단팥빵(이후 찐빵)을 더 먹지는 않을 것 같지만, 냉장고에 남아 있던 찐빵을 먹으며 한번은 이 빵에 관해 써야 할 것 같아 노트북을 연다.


나는 팥을 무척 좋아한다.

여름에는 팥빙수와 팥이 들어가 있는 빙과를, 봄 가을에는 오가다 만나는 단팥 도너츠와 제과점 단팥빵이나 혹 직접 빚어서 파는 만두가게에서 파는 단팥빵을, 겨울에는 단팥죽과 호빵이라고도 불리는 따뜻하게 쪄서 먹는 찐빵 단팥빵을 즐겨 먹는다. 그리고... 백미는 붕어빵.


찐빵은 겨울이면 한 번은 사서 먹곤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찐빵 찜기가 동네 수퍼나 편의점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서너 개 들어 있는 한 봉지 사와서 한 번은 쪄서 먹고 나머지는 깜박하곤 한다. 이번에도 냉장고에서 발견하고는 앗 이게 있었지, 부랴부랴 전자렌지에, 또 맛이 덜해서 이번엔 찜기에 쪄서 먹었다.


내가 필요한 건 따끈따끈한 단팥이 가득 들어있는 찐빵 하나. 그런데, 내가 살 수 있는 건 쪄야 하는 단팥빵 네 개. 같이 오는 건 비닐 그리고 그 안에 플라스틱 용기.


찐빵에게로 가는 길


포장 탐구 시간 :


겉포장 비닐 : pp

속 용기 : pp

찐빵 + 종이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봉투가 같은 재질 '플라스틱 pp'이다. 그래도 플라스틱 용기는 없는 게 나을 것 같지만 말이다.


올해 붕어빵 수레를 많이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니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분명히 매출 감소가 있었을 것이다. 대신 찐빵이라도... 해서 사 먹었는데 또 플라스틱의 개입을 받고야 말았다.


생산하는 측의 입장에서는 밀가루가 붙지 않도록 분리와 지지대 역할도 하는 이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할 터. 역시 이해는 하지만, 되도록 사먹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붕어빵이나 만두 가게에서 만드는 찐빵을.


이 대기업의 상품화된 찐빵은 분리 수거가 필요하고 찐빵에 붙어있는 종이는 떼어내서 종량제 봉투에 넣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두 가게의 찐빵은 플라스틱의 개입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붕어빵은 다 먹고 나면 종이 봉투 달랑 하나 남는데 이것도 분리 수거 가능한 종이봉투에 넣어주면 재활용이 된다. 한마디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또 동네 수퍼나 편의점에서 따뜻한 스팀 머금은 단팥빵 하나 사서 냅킨 하나 집어 감싸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먹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심플함.


코로나 사태로 올해는 사람들이 거리에 돌아 다니지 않은 여파로 붕어빵 수레가 귀해졌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붕어빵 파는 곳 알려주는 앱까지 등장했다고.... 없어서 더 아쉬운 붕어빵의 빛나는 존재감.


인간의 관점에서도, 지구 관점에서도 우호적인 붕어빵은 다시 생각해봐도 대단한 제로웨이스트의 화신(a.k.a. 버릴 것 1도 안나오는 가성비 최고의, 마음 훈훈한 간식-음식) 이다.




예전에 쓴 붕어빵 글 :


붕어빵 https://brunch.co.kr/@haedal/48

붕어빵 2 https://brunch.co.kr/@haedal/49

붕어빵 3 https://brunch.co.kr/@haedal/51

연대 앞 붕어빵 https://brunch.co.kr/@haedal/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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