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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LL Sep 13. 2021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두려워진 나

나는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

 "이제 부담 갖지 말고 주말에 친구들 만나고 그렇게 해."

 남편의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만날 친구가 없어."

 친구들에게 만나자고 했다가 거절당한 지 며칠 안 되었을 때였다. 그 일로 살짝 마음이 상한 나는 더욱더 외로워졌었다.

 "코로나도 걱정되고."

 왠지 '없어' 보여서 나는 급하게 뒷말을 덧붙였다. 어느 순간 내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남편의 친구와 아내를 만나는 일이 더 잦아졌다.


 하지만 남편과의 그 대화 덕에 무언가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 나는 외출할 수 있는 인간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달까. 그 후 인스타그램에서 모임을 발견했고, 한참 동안 그 페이지에서 머무른 것도 다 그 대화 덕일 것이다.

 그 모임의 부제는 도발적이게도 '인간관계의 허탈함' '사람을 만나도 외로운 나'였다. 얼마 전까지 외로움에 몸부림쳤던 나는 커리큘럼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매력적이었다. 모임 시간을 확인했다. 토요일 저녁 6시, 애매하지만 참여할 수 있다. 모임 위치를 확인했다.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40분 거리-너무 멀다. 하지 말자, 하며 페이지를 껐다가 해볼까? 하며 다시 페이지를 켜기를 여러 차례. 결국 나는 '거리가 멀다'라는 이유로 모임 참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글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에게 혹시 근처에 이런 모임을 하는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지인은 몇 군데를 추천해주었고 살펴보니 참여하고 싶은 모임이 있었다.

 '할까? 하자!'

 하지만 신청서 앞에서 나는 다시 망설였다. 괜한 부담이 되는 건 아닐지, 지금 내게 필요한 수업인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그런 모임에 참여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부터 각종 대외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글쓰기 모임, 영화감상 모임, 마음 알기 수업, 건축드로잉 수업 등등의 여러 모임에 참여했고 거기서 좋은 에너지와 좋은 인연을 만났다. 마음에 드는 모임이 없어서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만삭 상태에서도 출판기획서 쓰기 수업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몸이 가벼워진 지금,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두려워졌다. 지금 내가 사는 현실에 안주하며 아무것도 변함없이 살아가고만 싶다. 새로운 모임에 참여해 미션을 받으면 그것을 해결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무섭다.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낼까 봐 두렵다. 새로운 사회생활을 하는 게 두렵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다. 내게 변화는 아이가 성장하는 변화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왜 이렇게 현실에 안주하며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이럴 때면 육아휴직 중 회사를 퇴사한 이후로 나는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 사회생활을 그만두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렇게 멈춰버린 걸까. 그토록 도태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어렵다.

저 문을 나가면 굉장한 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한 발짝 떼서 시작하기가 어렵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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