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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리 Jul 11. 2021

선택의 두려움 앞에서 망설이는 당신에게

[감성에세이] 우유부단함은 어디서 오는가

인생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부터 학과, 꿈, 취업, 그리고 사랑하는 상대까지 내 인생에서 엄청난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결정들은 끊임없이 내리며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어떤 결정은 자연스럽게 원래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스스로 배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앞으로 나아가지도 방향을 바꾸지도 못한 채 둥둥 제자리에서 머뭇거리기도.  


나는 선택 앞에서 한참을 멈추는 편이었다. 남들보다 한 발짝 느리게 결정하고, 결정 후에도 잘한 선택인지 끊임없이 되묻곤 했다. 스무 살 초반에 나와 같이 옷을 사러 가 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지금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친구들의 체력이 나가떨어질 때쯤 처음 갔던 매장에서 다시가 한번 더 입어보고는 결국 사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옷이야 혼자 쇼핑하면 그만이지만 누군가와의 약속에서 내가 정한 점심 메뉴를 싫어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있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혹은 다른 약속 때문에 늦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다른 날을 제안할 용기는 없어서 겹치는 약속을 두 개를 잡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선택의 두려움 앞에서 항상 지는 편이었던 것 같다.


작은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해야 할 말을 못 하고 결정을 미루는 내 모습이 싫었다. 더 싫은 것은 내 우유부단함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책하며 후회했던 날들이 잦아졌다.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끝이 나거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누군가가 선택한 대로 흘러가버리게 나둘 수 없었다.


좋은 결정을 하기 이전에 어떤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지금은 선택의 두려움 앞에서 자유로워졌다. 신중하게 고민을 하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주관이 뚜렷해졌고 내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우유부단했던 시절의 나는 스스로에 대해 잘 몰랐으며 딱히 취향이랄 것도 없었다. 많은 경험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이 생겼고 더 나아가 주변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도 금세 파악할 수 있는 눈치가 생겼다. 선택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첫 번째는 나 자신의 성향과 감정의 변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가령 나의 경우에는 사람들을 일주일에 3번 이상 만나게 되면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미 약속이 2개 이상 잡혀있다면 아무리 만나고 싶은 상대라도 그 주에는 절대 약속을 잡지 않는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잠시 덮어 두는 것이다. 시선에 대한 두려움은 늪과도 같아서 스스로가 만든 판옵티콘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럴 때는 편한 사람들 앞에서 사소한 것부터 의견을 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선, 뱉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보다 남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하고 나서 후회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실패했다고 생각되는 선택은 새롭게 나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삼으면 된다. 이 세 가지 루틴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을 더 명확히 알게 되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사소한 일에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다 보면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음에도 습관처럼 결정을 미뤄버릴지도 모른다. 나의 게으름과 우유부단함이 내 인생을 외딴섬으로 데려가지 않도록 내 마음의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보자. 그리고 자신 있게 소리로 내뱉어 보는 순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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