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세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데는 단, 2주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은 고작 2주였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매일 10시 11시까지 야근했던 지난날에 비하면 업무량도 적은 편이었고, 스트레스도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핀트가 나가버리고 난 뒤 나는 회사에서 두 번 울음을 터뜨렸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니게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업무 효율을 최상으로 끌어올려두었기에 나는 누구보다 빠른 일처리로 많은 업무를 감당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많은 업무와 높은 업무 강도가 원인이었다면 이미 회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회사에서 계속 내 자리를 넓혀가며 버텼던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나는 그러기가 싫어졌다. 바로 그게 내 퇴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성장이 더뎌지고 성장을 위해 감수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권한은 없고 모든 것이 제한되었으며 그 설득을 위한 시간이 더 이상 나를 성장하게 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감정 소모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안 되는 것을 더 이상 설득할 능력이 없고, 포기한 것일까 두려웠다. 나에게 고통은 빠르게 한층 성장하기 위한 쓴 연습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견뎌왔는데 내가 포기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부장님, 타 팀 부장님, 상무님, 그리고 사장님까지 나를 인정해주고 아껴줌은 물론이거니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연봉 30% 인상을 약속해주는 것을 과감히 물리치고 재정적으로 걱정되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남의 말을 절대 안 듣는 똥고집의 일인자였으며, 곤조가 세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주임 때부터 상무님 말을 안 들어서 갖은 타박에도 꿋꿋이 내 캐릭터를 구축하고 나에게 적응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이직할 곳이 100% 마음에 들었다라기 보다는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곳이 그곳임을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어서이다. 지금까지 3번 정도 옮길 기회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다시 생각했던 것은 지금 내가 이동했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지금 옮기는 것은 더 이상 기존의 회사가 내게 큰 배움의 장을 만들어주었고, 내 권한이 큰 것이 장점이었기에 또래들보다 낮은 연봉으로도 많은 것은 감수하고 견뎌왔다. 그에 상응하는 재미라는 것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회사가 점점 더 커지면서 회사는 달라져갔고, 더 이상 내 의견과 방식이 반영될 수 없었고 내가 결정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그렇기에 결정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위치, 그리고 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올바른 방향이었다.
내 시간을 팔면서 나는 하나 더 배워야 했다. 내가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하루에 8시간 이상 이곳에서 머물면서 상황을 탓하기만 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내 모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저으면서도 왜 같은 자리를 맴도는 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나는 유유자적 걸어 나와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사람이 되려 한다. 다른 이들은 왜 굳이 차가운 물에 발을 넣고 안전한 배에서 내려 험한 물속으롤 들어가는지 말리기 급급한데 정작 본인의 배가 어디 위에 있는지 자신이 노를 젓고 있는 것은 맞는지 가야 할 곳이 모두가 다른 배에서 같이 침몰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만 내린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내려서 더 이상 처음 출발했던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배에서 다들 열심히 노를 저을 뿐이다.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하고 때로는 포기해야 함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