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란 자식에게도 필요한 것이 있다

기댈 곳 하나 없이 느껴질 땐 뒤를 돌아 산을 향해 달리면 된다

by 가랑비메이커

2019년 8월 29일



혹시 보증금이 모자라서 사무실 못 얻고 있는 건 아니야? 부족한 거 아빠가 빌려줄게. 여유 있을 때나 조금씩 갚아도 돼.


요즘은 거의 매일 작업에 빠져 있느라 오전에 와있던 메시지를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읽었다. 두어 달 전부터 작업실을 곧 얻겠다고 하더니 영 소식이 없던 것이 아빠는 신경이 쓰였나 보다. 이제 막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고민거리가 늘어 조금 털어놓았던 게 아빠에게는 근심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허락이나 동의를 구하던 언니와 달리, 우선 결정해두고 통보를 하던 작은딸. 대학을 마치기도 전에 아무도 발견해주지 않던 문장들을 엮어 책을 냈던 작은딸. 혼자서 끙끙대며 무거운 박스들을 옮기면서도, 매달 벅찬 할부를 차곡차곡 갚아내며 기어코 혼자 해보겠다고 큰소리치던 그 딸이 무더운 계절을 견디며 말수를 줄여갔던 게 걱정이 되었을까. 그 걱정에 대한 걱정이 되돌아오는 늦여름 저녁이다.

내 성격을 잘 알기에 도와주겠단 말은 선뜻하지 못하던 아빠의 낯선 문자에 마음 조금 무거웠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힘이 됐다. 다 자랐다고 착각하며 혼자 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 하던 내게도 여전히 기댈 곳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반가웠다. 문자를 읽고 또 읽으니 없던 기운이 조금씩 차오르는 것만 같다.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손을 내어주는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숨통이 트인다. 뒤를 돌아보면 여전히 커다란 산이 있다. 이곳에서 나는 기댈 곳 하나 없이 흔들리는 여린 가지에 불과하지만 언제라도 무너질 것 같을 때면 산을 향해 달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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