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민태의 딸, 나선
나의 아버지, 당신에 대하여
21명의 자녀들이 이야기하는 나의 아버지
나는 외할아버지가 두 명이야?
딸아. 가끔 네가 내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아직도 망설여진다. 엄마는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얻은 대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서 네게 조심스레 말해주었다. 우리 딸이 착해서 산타할아버지가 할아버지를 한 명 더 주신 거야, 하고.
그런데 네가 벌써 6살이니 이제 그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다음에 물어올 것이 조금 걱정된다. 그땐 뭐라고 얘기해주어야 할까.
딸아. 나는 가끔 네가 부럽다. 너의 아버지는 가정적이고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잖니. 네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내 아버지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가슴 태웠던 날들이 있었다. 나도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른 사람들처럼 살 수 있었을 텐데.
나의 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 수 있는 분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지극히 소심하셨고 최소한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는 분이셨지만 아버지는 정반대였지. 온 동네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어. 딱 하나 우리 가정을 빼고는. 아버지는 집에 잘 계시지 않았다. 주말에도 늘 나가 계셨지. 우리를 데리고 나갈 때는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데리고 가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끼리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어. 지금도 아버지를 만나면 밥만 먹고 헤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계실 수 있는 분이 아닌 데다가 가족과의 시간을 불편해하시니까.
아버지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으셔서 구의원으로도 몇 번 출마하신 적이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는 그러셨지, 월드컵을 마음 편히 본 적이 없다고. 월드컵이 열리는 해가 선거가 있는 해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지금도 월드컵 이야기만 들으면 그때의 일들이 떠오른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매일 싸우셨고 빚은 늘어갔지. 정반대의 성향인 두 분은 평소에도 서로 맞지 않는 퍼즐 같았어. 겨우겨우 서로를 갉아내며 억지로 맞추어 사는 것 같았다. 그 끝을 알겠니? 그래. 결국 두 분은 헤어지고 말았지. 그리고 몇 해 뒤 나는 새아버지를 얻었단다.
나는 외할아버지가 두 명이야?
딸아. 가끔 네가 내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아직도 망설여진다. 엄마는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얻은 대답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서 네게 조심스레 말해주었다. 우리 딸이 착해서 산타할아버지가 할아버지를 한 명 더 주신 거야, 하고.
그런데 네가 벌써 6살이니 이제 그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다음에 물어올 것이 조금 걱정된다. 그땐 뭐라고 얘기해주어야 할까.
딸아. 그렇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사랑해. 나의 아버지는 내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분명 나를 사랑하셨을 거야. 결혼식 날엔 내 손을 잡고 입장하며 눈물을 글썽이셨지. 이제 너는 시댁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며 서운한 말씀을 하셔도 나를 사랑해서 느끼는 서운함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 세대 아버지들에겐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이제는 안다. 툭 던지는 말들에 하나하나 상처 받거나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나의 아버지를 사랑한다. 서운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딸아. 네게는 항상 함께하고 사랑해주는 아빠가 있으니 그것이 참 부럽다. 너는 엄마와 같은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도 더 좋은 엄마가 될게. 아빠가 우리에게 하는 것처럼.
딸아. 나는 이 편지를 네게 부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네게 언젠가 말하고 싶다. 엄마는 내 아버지를 사랑하고 네 아빠를 사랑한다고. 두 아버지의 어깨에 지어진 짐의 무게를 가늠해보려 애쓰겠다.
내 노력이 우리 가정에, 네 행복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항상 행복해라.
나의 딸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나의 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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