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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r 08. 2024

자벌레 이야기(옹달샘 - 숲 이야기)

헛다리 인생, 자벌레의 철학 이야기  storytelling

episode


시골에서의 내 어린 시절

함께 어울려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니던 살갑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른후

춘석이는 시골에 남아 젖소 목장으로 일가를 이루었고

영설이는 이천에서 쌀 등 곡식류 매매 유통업을 크게 한다고 들었지요.


7살 되던해 부모님 따라 서울로 올라가서

학교 다니던중 방학에 내려가면 서먹서먹한 것도 잠시

잘 어울려 놀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후 사관학교, 군에 몸담으며 수십년을 소원하게 지내다

전역하여 낙향하신 부모님 찾아뵈올 때마다 소식이 궁금하곤했지요.


60년대

여럿 친구중에 다리를 저는 소아마비 아이들이 둘이나 있었습니다.

가끔 못된 녀석들이 병신이라고 놀리는 모습을 보곤

많이 속상해 하곤했지요.

저와는 매우 친한 마음 여리고 착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절룩거리며 걷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 험한 세월 어떻게 잘 살아냈는지 궁금하네요.


보고싶다!

영종아!, 봉주야!~



애벌레 세계에서

저는 이단아입니다.


꼬물꼬물 기어가는

다른 애벌레와 다르게

저는 한뼘한뼘 자로 재듯이 기어 가지요.


8쌍의 발중에 가운데 3쌍이 퇴화되어

그 퇴화된 발을 대신하여

몸을 움츠렸다 폈다하며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상한 저의 행동에

많이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또 다른

특기를 아시면

더욱 놀랄 것입니다.


저는

작은 나뭇가지처럼 움직이지 않고 오래 있을 수 있지요.

그래서

간혹

제 몸이 가지인줄 알고 물건을 걸어놓기도 합니다만

저에게는

천척을 속이는 기만술인셈이지요.


참물결자나방

또한

여름이 가까워 오는 숲에서

낙하산을 타기도 합니다.

아니 낙하산 대신

거미줄을 뽑아 그것을 타고 내려오지요.

억세진 잎은 더 이상

저의 먹이가 아니니까요.


저를 허공에서 보더라도

그렇게 놀라실 것은 없읍니다.

저녀석은

'자벌레'구나 하시면 되지요.


저를

애벌레 세계의 카멜레온이라고도 합니다.

먹는 잎사귀의 색깔에 따라

저의 몸 색깔이 변하니까요.


저의

이런 특이한 삶을 마치고 나면

번데기를 거쳐

멋찐 자나방으로 날개돋이하여

아름다운 비행을 시작합니다.


어떻게 보면

앞에서의 애벌레 생활의 특이한 행동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기억해 주셔요.


저는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삶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니까요!  





storytelling


'신선하고 연한 잎사귀' 찾아 떠나는 애벌레 여행 


나의 엄마는 '자나방'입니다.

저의 조상은 참으로 지혜로운 분들이셨지요.

긴 세월을 생존해 오면서 저의 조상 자나방들은 새로운 삶의 방법을 발전시켰으니까요.


초여름 많은 곤충들이 신선한 잎사귀에 알을 낳으려고 경쟁하는 가운데

한무리의 자나방들도 잎사귀 뒷면에 알을 낳고 있었습니다.

"우리 새끼들 무럭무럭 성장해서 경쟁보다는 블루 오션을 찾아 여행하며 살거라!"


그렇게

엄마의 정성으로 알에서 깨어난 저희 '자벌레'는 다른 애벌레와 다른 모습에서 놀랬고

이웃한 애벌레들이 놀려대는 소리를 듣고 살아야 했습니다.

"어이 이상한 벌레! 걷는 모양이 왜 그래?"

"......"

"참으로 경망스럽게 걷는군!"

"......"


늘 듣는 소리라 마음 아프지 않았지만

잠시후 새가 날아와 애벌레들을 물어갈 때는 많이 슬펐지요.

저야 나뭇가지 색으로 순간 나뭇가지 흉내로 '얼음!'하고 있어서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새들의 입장이야  갓 부화한 어린 새끼들에게 부드러운 애벌레를 물어다 먹여야 하는 숙명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애벌레들의 수난은 참으로 불행이지요.


저희는 늘 신선한 잎사귀를 찾아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잎사귀가 뻣뻣해지는 시기가 되면 낙하산, 아니 거미줄을 타고 땅으로 내려와 다른 나무로 이동하지요.

공중에 매달린 우리를 보고 많이들 놀라기도 합니다.


저희를 '자벌레'라고 부르는데 누구를 자로 재서 평가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지요.

조물주의 똑같은 피조물로서 누가 누구를 재겠습니까?


우수꽝스러운 걸음걸이는 좀더 빨리 이동하려는 궁여지책이니 예쁘게 봐주시면 됩니다.

이 나무 저 나무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싱싱한 잎사귀를 많이 먹고 잘 자라야 튼실하고 멋찐 '자나방'으로 탈바꿈할 수 있으니까요?


'외모 보다는

보이지 않는 마음

그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것 잊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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