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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r 17. 2024

나무의 세대교체(옹달샘 숲 이야기)

쌍둥이 정겨운 느티나무의 아름다운 퇴장 storytelling

episode


군인이셨던 아버님, 오랜 서울생활을 정리하시고 고향인근으로 낙향하셨던 전원주택


시골 재 너머에서 시집오셨다는 어머니

군인이셨던 아버님 따라 서울 올라오셔서

박봉에 어려운 살림 잘 일구시어

자식들 공부시켜 시집 장가보내며 좋은 세월 다 보내시고

노후가 되어 고향인근 전원주택으로 내려오셔서 텃밭일구시며 20여년을 오손도손 잘 사셨지요.


사람 삶이란 '생노병사'

근심걱정없 평안한 일상도 잠시

아버님께서 낙상하셔서 병원치료를 하시게 되면서

어머님의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시니 자주 짜증을 내시는 아버님

수발드시느라 심신이 지치신 어머니


'병치례하면서 남 수발받으며 사는 것, 사람사는 인생 아니다'시며

푸념하시곤 하셨지요.


가끔 고향내려가면

냉냉한 집안 분위기에

긴 병치례에 효부없다고

예민해지신 두분


아버님께서 5년여 병원, 주간보호센터 다니시다

지난해 가을 초입 돌아가셨습니다.


부지런하셨던 아버님과 어머니, 꽃대궐로 가꾸셨지요
어느해 초여름 복숭아 봉지를 씌우고 쉬시는 어머니, 오른쪽 아래 풀을 뽑으시는 아버님


아버님 돌아가실 것을 아셨는지

두분 모두 생활하시던 물품을 정리하시던 모습을 기억하네요.


이제 혼자되신 어머니

홀가분하실 만도 한데

"아버지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시며

적적하신 속내를 들어내십니다.


"병수발하며 말다툼했어도 살아계신 것이 나은 듯하다"시는 어머니

긴 밤 새우시며 울먹이시는 않으셨는지..

"그래도 아버지 덕에 남부럽지 않게 이렇게 잘 먹고 사는 것이다"


시골 외딴집

홀로 말동무 없이 긴 하루를 보내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속상한 마음 이를데 없

우울한 생각이 들곤하네요.

그리고

아버님이 많이 그립습니다.


몇해전 비오는날 주간보호센터 나가시던 아버님을 배웅하던 길



storytelling

두 그루의 쌍둥이 느티나무


정겨운 쌍둥이 느티나무가 퇴장을 하게 된 사연


가까이 서 있는 느티나무 두 

빛을 가지고 서로 경쟁자적 입장인 나무들은

커다란 나무로 자라오기까지 50여년의 시작은 애증과 갈등의 시간이었습니다.


빛에 대한 열망을 보이던 때라 가까이 있는 나무는 모두 경쟁자였고

그래서 빨리 웃자라 햇살을 독차지 하려는 욕망이 강하여

가지를 뻗을 때도 햇볕을 많이 받으려는 요량으로 사방으로 뻗다보니

옆의 나무 가지와 부딪쳐 서로 상처가 나고 부러지곤 했습니다.


10월 말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쌍둥이 느티나무

그날 이후

더불어 함께 하자는 마음로 양보하며 살아 

나무의 발육도 좋아지고 때깔도 좋아졌는데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행동에서 상대 나무쪽으로 가지 뻗는 것을 자제하다 보니

한 나무로 보면 불균형인 모양인데,

조금 떨어져 두 그루를 한 그루로 보면 멋찐 하모니를 이루는 아름다운 모양이 되었습니다.

‘하트’에 가까워진 모습으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게 되었지요.


 많은 시간이 흐른뒤

왼쪽의 나무가 병치례를 하더니

생명을 다하게 되었지요.

죽어가며 옆의 단짝 느티나무에게 당부의 말을 하였습니다.

"한 세월 덕분에 감사했습니다. 내 삶이 마무리 되지만 뒤 이을 내 후손들을 부탁해요"



홀로 남겨진 느티나무는 한 계절을 허전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살았지요.

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옆의 그 죽은 나무 밑둥에서 움이 트기 시작하더니 작은 나무로 커가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셔요.저는 '느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오른쪽 커다란 느티나무는 왼쪽의 작은 느티의 먼 미래을 위해

그늘을 드리워 천천히 그리고 곧게 자라도록 했지요.

그늘을 드리우면 빛을 쫒아 위로 반듯하게 자라며 느리게 자라 목질이 단단해져 오래 살아갈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한편 죽은 나무의 땅속뿌리들은 아직도 영양분을 많이 함유하여 움터 자라는 나무의 자람에 도움도 주고

옆의 커다란 느티나무에게 기력을 북돋우려 양분을 뿌리대 뿌리로 전달해 자기의 어린나무의 위대한 멘토가 되도록 도왔던 것이지요.


세월이 흐른후 멘토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오른쪽 느티나무는 자신의 자양분을 느티에게 내어주며

위대한 나무로 커가기를 당부하며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후 우리의 느티는 이 동산의 커다란 나무로 자라

mother-tree가 되어 어렵게 자라는 나무들을 선도하여 이 아름다운 숲에 어울리는 나무로 키워 명품숲으로 가꿔갔지요.


오늘도

우리의 mother-tree 느티는 앞서 생을 마감한 나무들의 아름다운 주검을 기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수백 년 된 느티나무마다 전설과 사연을 주렁주렁 매단 채 떡 버티고 있는 폼이

종갓집 맏며느리같이 품위 있고 넉넉한 모습

우리나라 전국에는 1천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25그루나 있어 대표적인 장수 목

한마디로 나무가 갖추어야 할 모든 장점을 다 가지고 있는 '나무의 황제' 

산림청은 새천년을 맞아 밀레니엄 나무로 느티나무를 선정

느티나무는 역사성과 문화성을 지니고 있으며,

새천년동안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수나무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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