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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Mar 22. 2024

새끼 노루와 들꽃(옹달샘 숲 이야기)

노루귀 꽃과 새끼 노루 storytelling

episode(울진 산골 60대의 안타까운 이야기)



버거웠던 

서울 변두리 삶을 정리하여

90 노모 이유로 산골로 낙향한지 어언10여년

도시삶에서 얻은 불편한 몸과 마음의 병 다스리며

외진 곳이라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살았어라.


저 아래 정류장까지

남들은 차로 다닐 때

우리 내외는 경운기로 다녔지.

비 오시는 날이면

우산 들고 뒤에 타는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 왜 아니 들었겠소.


시골 삶이란

내 마음은 편하지만

꼬질꼬질한 삶 어쩔 수 없었지.

도시의 화려한 삶에 비하면


잘 참아준 아내에게

늘 감사하며 살았는데...


어느해 봄날

앞 산자락 커다란 참나무를 베다가

그 넘어지는 나무에 받쳐서

없는 살람에 병원 입원 수술 3개월만에

불편한 몸,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로 왔네만,

늘 미안하고 안스러운 것은

늙은 어미보다 먼저 온 것과

그 시어머니 봉양한다고 홀로 애쓸 집사람 때문에

늘 마음이 편치 않소.


이제 내 떠난 곳에

또 진달래 피어나거든

나 본 듯 함박꽃 웃음지으시며

사람답게 사시고

행여 어느날이든

내 어머니, 내 집사람 보거든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며 살갑게 대하소.

복 받을거요.



꽃몽우리가 노루의 귀를 닮았다는 노루귀 꽃


storytelling


사슴, 고라니 보다 보기 귀한 노루

사슴처럼 뿔이 있으나 사슴의 작은 꼬리에 비해 노루는 꼬리가 없으며

고라니 보다 크고 사슴 보다는 작으며 고라니가 어금니가 있는 반면 입밖으로 난 어금니가 노루는 없습니다.


옛날

따뜻한 봄이 시작되는 어느 산자락

불러 온 어미 노루가 긴 겨울을 움크리고 지낸 양지바르고 움푹 들어간

어느곳보다 한낮의 온기가 흙과 낙엽에 오래 남아 있던 곳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이른 봄꽃이 그러하듯

그리고 어느 봄꽃보다 먼저 청초한 풀꽃이 꽃망울을 터트렸지만

작은 꽃이라 허리를 굽히거나 무릎꿇고 보아야 그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지요.


이른 봄 힘겹게 피어난 이 작은 꽃은 자기를 알아봐 주지않는 숲이 야속하던  그때

새끼 밴 어미 노루가 돌아와 힘겨워 하더니 새끼를 낳으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은 풀꽃은 처음보는 동물의 출산과정을 올려다 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였는데

바닦에 턱을 괜 새끼 노루의 커다란 눈망울과 마주쳤을 때 그 해맑음에 이 동물이 좋아졌지요.

새끼 노루는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걸으려는듯 일어서려 하였지만 쉽지 않았고

자세히 보니 다리 하나가 불편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엄마가 일어나라고 보채는데 넘어지고 뒤뚱거리며 일어나기를 여러번

마침내 힘겹게 첫발을 내딛는 모습이 참 대견했지요.

절룩이며 어미를 따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모습이 그렇게 짠할 수 없었습니다.

"힘겨운 세상 씩씩하게 잘 살아요. 그리고 언제나 내가 보고 싶으면 이곳으로 와요!"


이 작고 아름다운 꽃은 시간이 지날 수록 새끼 노루가 보고 싶었지만

꽃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아 10여일이 지나니 생명을 잃어가는 꽃의 모습은 가엽고 쓸쓸하였지요.


이제 온갖 생명이 움트고 자라나 숲이 우거져 그늘을 드리우기전까지

이 꽃이 진 풀꽃은 잎사귀를 키워 땅속 뿌리에 양분을 많이 저장하려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한여름이 오기전 한살이를 마감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요.



청노루귀 꽃



여름 지나고 가을이 와서

그 풍성하고 가득찼던 숲으로

저 앞에서 다리를 절룩이며 다가오는 노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처럼 이곳에서 겨울을 나려는 듯했는데

사실 이 노루의 어미는 사냥꾼에 잡혀가서 어려서부터 힘든 삶을 홀로 살아야했지요.


풍성한 가을인데 함께 하는 내 편이 없으니 많이 쓸쓸해 보였고 먹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어

추운 겨울이 와서는 더욱 외소한 몸으로 힘겨워 하였습니다.


겨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추운 긴 시간동안 많은 생명들의 숨을 앗아갔는데

다리를 절던 아기 노루도 그렇게 숨을 거두었지요.


이듬해 봄

아기 노루의 주검 옆에서 작은 꽃 몽우리가 올라왔는데

영악없는 아기 노루의 귀를 닮아 복실복실했고 앙증맞았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은 이 작은 꽃을 노루귀 꽃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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