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코드에 대하여 /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episode 1
지난 5월
관리사무소 옆
콘테이너 아래
갈색줄 엄마 고양이와
검은줄 아빠 고양이 사이에서
다섯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태어났지요
볕좋은 6월 어느날
밖에 나와서
세상구경과 함께
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아직 젖을 떼지 않은 듯하고
조금만 가까이 가도
바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갑니다
'세상에 믿을 것 없다'는 듯
7월 들어
젖을 뗀 듯하고
어미가 가까이 안하니
많이 야위었지요
그래서
지인이 사료를 사주길래
아침마다 주었더니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냄새에 이끌러 잘 먹었습니다
제일 토실한 녀석이지요
그리고 8월
봉학골 물놀이장
바쁜 계절이 지나고
어느 한가한 점심시간 때
식당을 기웃거리던 녀석들
안스러워 고기를 건네주었더니
게걸스럽게 잘 먹습니다
그리고
볕좋은 곳으로 나와
뒷마무리를 합니다
원체 깔끔한 녀석들이라
8월 말 어느날
발육이 제일 늦은 이녀석
아예
식당앞에 앉아서
먹이 줄 때를 기다립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경계를 하는군요
9월 중순
많이 거둬먹여
제법 컸습니다
막내인 이녀석만이
이곳을 줄곳 지키고 있지요
지금은
잠자리 사냥중
나는 놈보다
빠를 수는 없지요
왼쪽 잠자리를 잡으려
자세를 낮추고 귀를 접으며
기어서 다가가고 있습니다
'폴짝' 뛰어 덥쳤는데
역시 놓치고 말았지요
그래도
날고 있는 잠자리에
미련이 남아서
신경이 많이 쓰이나 봅니다
이제 제법
고양이 티가 나지요?
개와 고양이는
다른 동물들도 마찮가지겠만
자기만의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신체언어에 서로 차이가 있어
종종 싸움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개가 앞다리를 들면 놀자는 것이고
고양이가 앞다리를 드는 것은 꺼지지 않으면 공격하겠다는 뜻
고양이가 '야옹'하는 것은 만족감의 표시이며
개가 '으르렁'대는 것은 위협의 표시라고
같은 종에 속해 있으면서도
공작과 칠면조가 싸울 때에는 참담한 비극이 벌어진답니다.
항복의 표시로 머리를 내밀어도 그 뜻을 모르는 상대는 옳다 싶어 머리를 더 쪼으고
그럴수록 한쪽은 머리를 더 디밀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군요.
소통의 부재
코드의 부재에서 오는 비극이랍니다.
이렇게
소통을 위한 코드의 단절은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니
서로간에 표준어같은 코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서로의 인격과 품성이 다르니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노력하되
인내의 한계가 있으니
극단으로 치닫기전에
서로가 이해하기 쉬운 '침묵'의 코드로
'더 이상의 갈등을 원치않는다'는 암시는 어떨까요?
갈등과 싸움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니까요.
episode 2
3월
아직 봄기운이 차갑던 때
관리사무소 밖에서
온기를 찾아 스스로 들어온 녀석입니다
허기져 보이길래
잉어밥을 주었는데
배고팠는지 제법 잘 먹더군요
그리고
배부르고
등 따시니
아예
드러누워
나갈 생각을 않습니다
애교를 부리며
'날 버리지 말아요?'
안심했는지
본격적으로 들어 눕습니다
그리고
꿀잠에 들어가더군요
요즈음
새끼 고양이들을 지켜 보자니
이녀석이 많이 생각납니다
그 이후로
녀석을 볼 수 없었지요
산고양이가 됐는지
그런데
요즈음
새끼 고양이 아빠가
그녀석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
'도도한' 고양이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본인의 뜻대로 행동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자기몸을 스스로 지키려함
또한 싫은 것은 끝까지 싫다고 행동
도도하여 주인에게 개처럼 복종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를 가족으로 인식
현재의 주인보다 더 잘 해주면 주인으로 인정(섬기는 것이 아니고)
개보다 상대적으로 청결하여 깔끔한 행동을 함
'충직한' 개
개는 주인뿐만 아니라 주인의 가족까지 지키려고 하는 본능이 있음
주인의 말에 복종하며 주인과 함께 행동하고 싶어 함
싫은 일이라도 주인이 시킨다면 그 말을 들음
개별 행동을 하는 고양이와 다르게 개는 무리를 지어 행동하기 때문에 서열이 존재
상하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동물이기에
사람에게 길들여진 개들은 주인에게 복종하게 되는 것
사람이 본인의 리더라고 인식하기 때문
episode 3
7월 어느날
산림욕장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돌던 때
출근한 관리사무소
밤새 온기와 사람 냄새가 나는 출입구에서
밤을 지새운 듯
인기척이 나니, 반가워 하는데
눈빛은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어떤 몹쓸 인간이 버리고 갔나요?
눈과 몸에 측은한 빛이 역역하고
반 양지에 편하게 누워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많이 지친 모습이군요
먹다 남은 잔밥을 갔다주니
허겁지겁 먹어치우네요
너희를 보고 있자니
사람이 싫어지는구나
이제 다시
'절대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지않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강하고 지혜롭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모든 동물에게 이성적이어야만 한다.
-유리 드미트리예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