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꽃이 될 수 없다면(옹달샘 숲 이야기)

꽃과 잎사이 storytelling /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episode


다운로드 (1).jpg 몇해전 큰아들 내외와 울진 불영사 다녀가시며 아프신 다리로 힘들어 하시는 모습 보이기 싫어 먼저 가시는 어머니


이른 아침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첫마디 말씀에 집중하여 듣게 되었습니다.

몇주전

시골집에 갔을 때

"아버지 얼마 못사실 것같다."시던 어머니


"별일 없는 게냐? 비도 많이 오고 휴양림에 있으니 걱정이 돼서?"

안좋은 말씀을 전하는 목소리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지요.


"아버님은 어떠셔요?"

"늙은이 걷지도 못하고 요 몇일 대소변 가리지 못해 욕봤다."

"........."

"산에 있으니 나무 베고 할 때 혼자 나서지 말고 조심하고~

계곡 물 많이 불어났을 텐데 항상 조심하거라!"

"시골에는 비 많이 안왔나요?"

"여기는 괜찮다. 지난주 주말에 막내 왔다가서 그나마 내가 고역이 덜 들었다."

"애쓰시네요!"


"비 많이 와서 온 나라가 난리인데 어떻게 전화 한통화 없냐?

80넘은 늙은이가 60넘은 아들에게 먼저 해야되겠냐?"

"죄송해요~"

"삼시세끼 잘 챙겨먹고~"

"예~"


나 좋아서

객지에 나와 숲 생활하는 큰아들

'며느리와 애들은 염려 전화 왔더냐'시며

어머니로서 걱정스러운 말씀을 많이 하셨지요.


다운로드 (4).jpg 여러해 전 6월 초 복숭아 열매 봉지 씌우고 남은 봉지 챙기시며 쉬시는 어머니, 아버님은 오른쪽 아래에서 풀 뽑으시고 그 때는 그래도 정정하셨는데...



족도리풀과 천남성에게서

배우는 부모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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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족도리풀' 꽃

여린 잎으로

귀한 꽃을 감싸고

흙을 뚫고 올라와

꽃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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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잎사귀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번듯하게

꽃을 내어 피우게 하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꽃을 엄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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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성'

작은 대나무 순처럼

줄기가 땅에서 솓구치는데

잎사귀도 아닌 '포'(苞 bract)가 잎과 꽃을 감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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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피하고

낙엽을 헤치며

그 '포'를 벌리고

접혀있던 꽃과 잎을 바로 세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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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기다란 것이 꽃

잎사귀들이 꽃을 비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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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세우고

차례로 잎을 세우고


가운데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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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다음으로

잎사귀를 세우고


볼품없는 '포'는

소임을 다하고

누렇게 말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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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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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오랜시간

꽃으로 피어있다가

수정수분이 되면

시들은 꽃 속에서

옥수수처럼

알알이

열매가 자라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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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월의 어느날

이렇게

붉은 열매로

영글어

희생한 것들을

위로합니다



storytelling


모든 생명체는 숭고하지만

중요한 부위가 있고 부속 부위기 있다고 인간이 분류하였지요.


식물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뿌리나

중심을 유지시켜 주는 줄기나

균형을 잡아주는 잎사귀나

모두가 중요한 소임이 있는데

모두가 관심을 받는 아름다운 꽃이기를 바랬을 것입니다.


곤충들도 화려한 꽃에 매혹되고

사람들도 그런 꽃을 가까이 하려 하지요.


그런데

모든 식물들이 영양분과 에너지, 정성을 꽃에게 쏟는 것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고

곤충에게 잘 보여

시집, 장가를 가려는 것이겠지요.


꽃과 곤충과의 관계는 1억 5천만년의 관계랍니다.

서로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까 긴 세월 공진화해온 것이지요.


그런데

그 꽃에게 쏟는 정성이 대단합니다.

식물의 모든 것을 내걸고 한살이중에 준비에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풍성하게 잎을 틔우고 튼실하게 줄기를 키우는 것도

가을에 야무진 꽃눈을 키우려는 전략인 것입니다.

식물에게 꽃눈은 미래이며 희망인 것이지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싹을 틔우게 됩니다.


특히

한살이가 짧은 들꽃들은

꽃에 대한 정성이 남다르지요.


상대적으로 연약한 꽃을 보호하기 위해

여린 잎으로 꽃을 감싸고 흙을 뚫고 나오는 들꽃들을 보셨습니까?

'너는 우리의 꿈이며 존재 이유란다!'라며 고통을 감내하지요.


심지어

잎사귀도 아닌 모습으로

잎과 꽃을 감싸고 땅 위로 쏟는 식물도 있습니다.


한 포기의 '천남성'을

낮은 자세로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네요.


꽃들을 관찰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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