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느림의 철학(옹달샘 숲 이야기)
달팽이의 철학 moonwalk storytelling
by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ㄱ 숲해설가 황승현
Aug 2. 2023
episode
강건하셨던 아버님이 이제 달팽이 처럼 느리게 걸으십니다
몸이 불편하신 연로하신 아버님
주간보호센터에 나가시는데
센터장님으로 부터 전화를 받고 많이 속상합니다.
몸을 못가누셔서
시골 병원에서 MRI 촬영을 했는데
목 경추부분에 이상이 있는 듯하니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란다는 말
이제 한두번 격는 일도 아니고
가족들 모두 마음을 내려놓은 터이지만
몸 불편하신 아버님은 오죽하실까 싶고
보필하시는 어머니 심정을 헤아리며
동생들과 상의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응급차 대절하여
분당 서울대 병원으로 올라가신다는 말씀
누구나 저마다의 달팽이를 질머지고 사는 것은 아닌지
아버님은 젊어서 가족부양 부담이라는 달팽이를
어머니는 시부모와 남편과 자식들 건사라는 달팽이를
이제 연로 하셔서
그 무거운 달팽이를 벗어 내려놓으실 때도 되셨는데
어머니는 그 연세에 아직도 무거운 달팽이를 지고 계십니다.
갈 길은 멀고 걸음은 느리고 그래도 멈춤없이 꾸준히 내 갈 길을 갑니다
가는 길에 위험한 일을 당하면 이렇게 둥근 달팽이 속에 몸체를 숨기지요
또 다른 개체, 예민하여 발자국 소리에도 움츠리는군요
달팽이
도종환
새순이 푸른 이파리까지 가기위해
하루에 몇 리를 가는지 보라
사과나무 꽃봉오리가 사과꽃으로
몸 바꾸기 위해 하루에
얼만큼씩 몸을 움직이는지 보라
속도가 속도의 논리로만 달려가는 세상에
꽃의 속도로 걸어가는 이 있다
온몸의 혀로 대지를 천천히 핥으며
촉수를 뻗어 꽉 찬 허공 만지며
햇빛과 구름 모두 몸에 안고 가는
우리도 그처럼 카르마의 집 한 채 지고
아침마다 문을 나선다
등짐 때문에 하루가 휘청거리기도 하지만
짐에 기대 잠시 쉬기도 하고
이 짐 아니었으면 얼마나 허전할까 생각하면서
우리도 겨우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
아름다움도 기쁨도 벗어버릴 수 없는
등짐의 무게 그 깊은 속에 있다는 걸
온 몸으로 보여주며
오늘도 달팽이는 평온한 속도로
제 생을 옮긴다
* 카르마(Karma) : '업(業)'의 다른 말.
미래에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
storytelling
이른 아침
달팽이가 커다란 집을 이고
한길을 가로 질러 갑니다.
구름에 달가듯(moon walk)
해돋기전
이 벌판 벗어나 숲에 들어서야 하는데
벌써 해가 중천이니
생사가 왔다갔다 하는 순간이지요.
등의 집은 왜 이리 무거운지?
걸음걸이는 왜 이리 느린지?
한탄 해봅니다.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개미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빠르게 다닐 수 있으니..."
"빠르지요! 건사할 식솔들이 많기에 개미 무리에서 살아가려면
이렇게 빠르고 민첩해야 합니다.
가끔 끔찍하게 밟히고 퇴치제로 몰살
당
하기도 하는게 우리네 삶이니 부러워 마셔요!"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아직도 지나온 만큼을 더 가야 합니다.
햇살이 따가운데
멀리 나무에서 매미 울음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네요.
"시원한 곳에서 노래만 하고 계시니, 참으로 복된 삶이시네요."
"참으로 복되지요. 지난 7년여를 땅속에서 인내하며 살아왔는데 복되게 살아야 합니다. 남은 삶이 1주일여니..."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휙!~ 지나가는 새 그림자
"아휴!~ 참으로 멋찌셔요! 날쌔게 날으시는 모습, 존경합니다."
"좋습니다. 무한한 창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으니...
헌데 우리도 이 계절 짝짓고 알낳고 부화시켜 새끼 양육하려면
몸이 홀쭉할 정도로 축나고 힘들지요.
더더욱 한겨울을 나려면 많은 인고가 필요합니다."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무거운 등짐을 지고 햇살 따가운 벌판을 가로지르며
만난 빠른 개미
'많은 식솔들 건사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두번째 만난 시원한 복스런 매미
'7년여를 땅속에서 남은 여생 7일'
세번째 만난 창공을 날으는 멋진 새
'새끼 양육에 등골이 휘고 인고의 겨울나야'
더 뜨거워지기전
반나절만에
한길을 지나
숲에 도착했습니다.
짊어진 무게에 등도 아프고
더위에 정신도
혼미하여
목마르고 타 죽을 듯싶었는데
이제 살 것같군요.
스르르 스르르
저와 같이 구름에 달가듯(moon walk)
가로지르는 뱀
"시원한 곳에서 무소불위로 살아가시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좋습니다. 저희들을 협오하는 눈빛만 없다면요."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어느덧
어둑어둑, 숲에 밤이 찾아 들었습니다.
쿵!쿵!쿵!
땅이 흔들리는 진동에 달팽이는 주눅이 들었지요.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나는데
멧돼지였습니다.
"제왕 다우셔요! 풍모와 행동하심이..."
"고맙소! 이풍진 세월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마을 밭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들을 원수대하듯 하니
참으로 야속하지요. 숲이 훼손되어 먹을 것이 부족해서 하는 짓인데..."
"그렇군요! 무탈하셔요!"
'
이런 삶 저런 삶 다 들어봐도
애구!~ 내 신세가 그중 났구나!
평생의
내
영역이 요정도면 되고
느림으로 보고 듣는 것이 더 아기자기하여 깊이가 있고
숲속의 요정, 버섯님의 배려로 달밤에 풍성한 만찬도 즐길 수
있어
그 달밝은 밤
구름에 달가듯(moon walk)
누구
흉내내어 춤도 출 수 있으니...
'어디! 달도 밝은데 춤 한번 추워볼까?'
시원한 숲에서 만난
구름에 달가듯(moon walk) 가로지르는 무소불위 뱀
'협오하는 눈빛만 없다면요'
제왕다운 풍모와 행동의 멧돼지
'이풍진 세월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마을 밭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를 원수대하듯 하니 참으로 야속하지요'
'애구!~ 내 신세가 그중 났구나!'
평생의 영역이 요정도면 되고
느림으로 보고 듣는 것이 더 아기자기하여 깊이가 있고
keyword
달팽이
느림
옹달샘
Brunch Book
숲에서 온 편지2- 뭉클한 이야기
06
반송 소나무와 백합나무(옹달샘 숲 이야기)
07
천사의 깃털 덮고 있는 숲속의 귀족(옹달샘 숲 이야기)
08
달팽이 느림의 철학(옹달샘 숲 이야기)
09
소나무와 능소화(옹달샘 숲 이야기)
10
강원도 정선의 함박꽃나무(옹달샘 이야기)
숲에서 온 편지2- 뭉클한 이야기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6화)
이전 07화
천사의 깃털 덮고 있는 숲속의 귀족(옹달샘 숲 이야기)
소나무와 능소화(옹달샘 숲 이야기)
다음 0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