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경기도 이천시 율면 고향인근 부모님의 전원주택 능소화가 한창인 아랫마당
여름꽃의 백미, 능소화 / 화사함 뒤에 함께 떨어져 내린 꽃들의 장렬한 최후
연세 많으신 어머니께서
떨어진 꽃 치우는 것도 버겁다시고
꽃가루가 눈에 안좋다시며
베어 버리자는 것을
설득하여 몇해를 더 볼 수 있었던 능소화
서울 다녀온 사이
아버님과 함께 베어 버리셨습니다.
그 화사한 꽃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많이 서운하고 아쉽게 되었지요.
능소화 꽃은 여름꽃으로는 최고
꽃가루에 독이있고 갈고리같아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 소문에
한 때는 베어버리고 심는 것을 꺼려함
구중궁궐의 꽃 능소화
소화라는 궁녀가 빈의 자리에 올라 임금을 사모하며 기다리던중
어느 여름날 가다림에 지쳐 상사병과 함께 영양 실조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
권세도 누리지 못한 빈이라 초상도 치르지 못하고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을 기다리겠노라고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하였다.
더운 여름날 빈의 처소 담장에 조금이라도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꽃이 능소화다.
독이 없을 뿐만 아니라 꽃가루도 갈고리 모양이 아닌 둥근 형상
(화분을 수천배 고 배율로 확대시켜 찍은 사진 - 둥근모양 / 생명공학 연구소 발간 '꽃가루 도감')
storytelling
최진사댁 울타리에는 매년 초여름이면 아름다운 양반꽃,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곤 했습니다.
진사님댁 능소화는 그 풍성함과 새색시 볼닮은 꽃 빛깔로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최진사는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에 능소화를 늘 자랑스러워 했고 능소화가 담밖으로 유출되지 않토록
단속을 하곤 했지요.
어느해
한무리의 능소화 무리중에서 소화라는 아름다운 꽃이 다른 꽃과 달리 멀리 앞산 자락을 바라보며
물가 절벽위 커다란 나무를 동경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저 나무 위에 올라 더 넓은 세상 구경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해 가을
소화는 간절한 소원을 이뤄
바람결에 씨앗 몽우리가 날려서 절벽 소나무 아래 떨어져 이듬해 싹을 틔우게 되었지요.
"안녕하셔요! 멋진 소나무님! 저는 저 아래 마을에서 온 소화라고 합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 높은 곳에 고운 분께서 어찌 오르셨소? 척박한 곳이라 많이 힘들께요!"
그렇게 소화의 역동적인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나무 말마따나 절벽 바위위는 삶을 이어가기가 참 힘들었지만
내가 결정한 삶이라 모진 비바람과 북풍한설을 참아내며 간신히 연명할 수 있었지요.
성장속도가 너무도 느리니 꽃을 피울 엄두를 못내었고 소나무를 의지해 타고 오르다보니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게 신경쓸 필요 없소! 외롭고 쓸쓸한 삶이었는데 함께 살아갈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오!"
소나무 이름은 장송이라 했다.
앞의 선대들이 그랬듯이 '가난한 시인묵객으로, 유가의 고뇌하는 철학자처럼' 그렇게 살며
삶이 무미건조해질 때 즈음 소화가 찾아 왔던 것이지요.
소나무 장송이도 전과는 달리 많이 고무된 삶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소화가 소나무를 잘 타고 자라게 하기 위해 소나무가 내뿜는 배타적인 물질인 방향물질 방출을 자제하였으며
잘 타고 오르도록 가지 뻗는 것도 억제하며 소화에게 희생적이 되었지요.
그리고
소나무 장송이는 소화의 자람이 남달라 소화의 방향물질(성장억제 물질)을 받아들여야 해서 힘겹고 고통스러웠지만
소화가 자기에게 의지해 아름답게 커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어느덧
능소화 소화는 소나무 장송 키를 훌쩍 넘겨 자라며 멀리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요.
"참으로 멋진 세상이군요! 감사합니다. 장송님!"
"소화님이 좋으시면 저는 만족합니다."
소나무 장송의 목소리는 진심어린 듯했지만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소화의 풍성함으로 인해 장송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영양분도 부족했고
햇볕도 부족했으며
본의는 아니겠지만
장송을 견제하는 소화의 방향물질로 많이 힘들었던 것입니다.
수형이 아름답고
잎의 푸르름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샀던 소나무 장송
푸르른 빛깔도 퇴색되어 누렇게 되었고
절제하여 가지를 내다보니 수형도 아름답지 않게 되었지요.
그래도
소나무 장송은 행복했습니다.
능소화 소화의 삶의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어느
화창한 여름날
소화는 많은 꽃송이를 피워내며 이 세상을 찬미하였습니다.
주변의 많은 나무들과 동물들이 부러워하는 가운데
저 멀리 최진사댁 울타리 능소화들도 그 풍성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소나무 장송은 행복했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희생한다는 것이 이렇게 보람되고 아름다운 것임에 감사했지요.
이제
소나무 장송이 벼랑 아래 흐르는 물을 바라봅니다.
원래의 내모습은 어디가고 새로운 모습의 장송
"소화님! 어떠셨소? 그대의 삶이..."
"소나무님 덕분에 마음의 눈이 넓어진 듯합니다. 그런데 장송님! 어디 아프신가요?"
"사실, 소화님을 더 는 못볼 듯하오! 아니 우리의 뜻깊은 삶은 여기까지인듯 합니다."
그제야
소화는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음을 알았고
자기의 자람과 꽃피움을 위해 소나무 장송이 많은 희생을 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날 밤
둥근 보름달이 소화와 장송을 비추는 한밤중
반딧불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소나무 장송과 소화는
바위위 아랫 밑둥이 부러지면서 절벽아래 물속으로 떨어져 내렸던 것입니다.
아름다운 도반을 잃은
숲에서는
이 둘의 자기희생적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해
후대에 까지 흐뭇한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지요.
능소화
줄기의 마디에 생기는 흡착 뿌리(흡반)를 건물의 벽이나 다른 물체에 지지하여 타고 오르며 자람
다른 목본류보다 좀 늦게 싹이 나오는데,
양반들의 느긋한 모습과 연관지어 양반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 반면
꺾꽂이로도 번식이 가능하여 평민들이 꺾어다가 기르지 못하게 한 듯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연구에 따르면 능소화 꽃가루는 갈고리 모양이 아닌 그물망 모양이라 눈에 닿아도
실명시킬 만큼 위험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