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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btlephil Feb 02. 2018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추억하며

매번 실패하는 연재를 다시 한 번 약속하는 글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수신자가 꽤나 명확한 편지를 쓰는 일과 비슷했다. 그래서 항상 나의 글을 볼 수 있는 권한을 조절할 수 있는 서비스만을 고집했다. 그래서 프리첼을 좋아했고, 그래서 싸이월드를 좋아했다. 때로는 친한 친구들만 볼 수 있는 글을 남겨서 우리들만의 은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아주 가볍게 글을 남겨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남겨서 관심을 갈구하기도 했다. 주변 인간관계에 민감했던 20대 초에는 친한 친구들에게 내 싸이어리를 확인했는지 물었다. 그리고 확인하지 않았다 하면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서운해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사고였는데, 그만큼 글 쓰는 일에 많은 정성을 쏟았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내 글을 봐주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2010년쯤 싸이월드에 친구들이 로그인을 하지 않았고, 독자가 없어진 공간에서 나의 글쓰기도 멈추게 되었다. 물론 그 뒤로도 글을 쓰는 시도를 꾸준하게 했다. 어렵게 얻은 티스토리 초대권을 이용해서 블로그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비싼 호스팅 비용과 야심 찬 도메인까지 구입해서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개설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무언가 내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모든 글들이 아무에게나 공개된다는 점이 나로 하여금 솔직한 이야기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온갖 나만의 은어와 비유로 글을 쓰게 되었다. 결국 나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나의 글을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오게 되었고, 한 달도 가지 못해 결국은 흐지부지 관리를 포기하게 되었다. 


2018년 새해가 밝고 매 년 초 다이어트를 다짐하듯, 또 마음 한 구석에서 내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이 욕구는 갑작스러웠고, 결국 또 온갖 블로깅 서비스를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플랫폼에는 내가 시작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존재했다. 너무 좋은 서비스들이지만 너무 기술적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제공되어 오히려 정신이 없거나, 아니면 가벼운 주제로 이모티콘 스티커를 한 장씩 붙여줘야 될 것 같은 생태계에 나만의 감성에 푹 젖어서 글을 쓰기엔 이질적인 서비스들이었다. 


결국 나는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그냥 페이스북을 하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멋진 필력을 뽐낸 글이 브런치에 쓰여있길래 나도 어중이떠중이처럼 휩쓸려 들어왔을뿐이다. 그리곤 다시 연재를 해보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이번은 다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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