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나도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자유자재로 마법을 부리는 무언가 특별한 존재가 되어 특별한 인연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특별하고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 남다르게 살고 싶었다. 유난스럽고 유별난 애어른으로 끝나버린 욕망이 나를 좀먹을 때까지 나는 하늘을 날고 원소를 다루며 용과 맞설 수 있는 그런 마법을 꿈꿨다.
이제는 마법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마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 내가 오래도록 꿈꾼 그런 마법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마법이었다. 어릴 때 읽은 동화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마법의 사탕 항아리. 그 항아리는 결코 마르지 않는 사탕의 샘이었다. 할머니는 그 항아리에서 하루에 하나씩만 사탕을 가져가야 한다고 당부했고 아이는 매일매일 사탕이 나오는 그 항아리를 아꼈다.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건 할머니의 마음이고 마법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마법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관심이, 애정이, 그런 것들이 모두 마법이다. 산타클로스나 사탕 항아리나 그런 것들은 모두 거짓이 아니다. 어릴 때는 동심으로 유지되던 그 마법이 아이가 자라면서 산산조각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 모든 이야기들은 여전히 훌륭한 마법으로 내 안에 남아 있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에게 그만한 마음을 주었던 그 어른들이 모두 마법 같은 존재인 것을. 이유 없이 나를 예뻐해 주었던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이, 잠든 내 머리맡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아주던 부모님의 손길이 다 마법이었다. 회사명을 미처 제대로 가리지 못한 종이에 산타할아버지로서 쓴 메일을 인쇄한 아빠의 그 허술함조차도.
학부 시절 봉사활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까이할 때 가끔 이유 없이 찌르르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면 또 무언가가 술렁술렁한다. 그게 내 안의 마법이었나 보다. 세상을 뒤집는 원소 마법이 없어서 너무나 슬펐는데, 그런 마법은 아니지만 분명 내게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자그마한 마법이 있었다니. 그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남다르지는 않지만 보통의 마법쯤은 내게 있기에, 내 주변인들도 나에게 그 마법을 잔뜩 걸어주기에 내가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나도 아이들에게 마법 같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