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Ji Apr 28. 2020

작가 엄마의 속내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다.

“어디 가서 엄마 작가라고 하지 마”

“왜? 미술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작가라서 이득이 되는 것보다 작가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판단하는 것이 있게 될까 봐 그랬나 보다. 초보의 어설픈 작가인데 유명한 연예인처럼 나 혼자 몸 사리고 나 혼자  쉬쉬했다.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어찌 알게 된 지우 친구네 엄마들은 오히려 격려와 응원을 해줬지, 아이가 어떻다, 저렇다 하지 않고 그냥 한 존재로 봐줬다. 괜히 나만 오버했나 보다. 그래도 한 가지 찔리는 것은 내 아이의 국어 실력이다.  어릴 때 나도 책이라면 어려운 귀찮은 대상으로 생각하고 싫어했다. 독후감, 글짓기는 왜 있는지 모를 정도로 관심 자체가 없었다. 참 아이러니하게 마흔 넘어 나는 작가의 길을 가고 있다. 나의  아프고 힘듦을 해소시키고 치유했던 것 중 하나가 글쓰기였던 이유로 나는 글 쓰는 재미에 빠져있다. 나도 마흔에 글과 책에 빠져들어 놓고선 아홉 살 아이에게 독서를 하고 감상을 적고 일기를 매일 적으라고 요구한다. 게다가 글자를 잘 틀리는 아이를 보면 ‘ 왜 저렇게 못하지? 왜 저렇게 안 예쁘게 적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고 아이를 다그쳤다.

학년이 올라간  된 지금도 아이는 바른 글자 쓰기는 물론이고 아직도 맞춤법을 틀리게 적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 엄마가 작가인데 이런 것도 안 고쳐주고 뭐 했니? 엄마가 작가인데 글쓰기 실력이 왜 이러니? ’ 할까 지레짐작 아이를 다그친다. 아이가 재능으로 쓰기 실력이 있었다면 ‘ 아, 엄마가 작가니 아이도 글을 잘 적구나’라는 칭찬 한 마디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애당초 아이는 국어 실력이 뛰어난 아이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오히려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을 즐기는 ‘몸을 움직여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도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나는 꾸역꾸역 지금의 나와 아이를 대입해서 가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속내였다.

엄마가 작가니까 아이도 국어실력이나 최소한의 맞춤은 잘해야 한다.’

글자와 국어로 들들 볶는 내게 질렸는지 아이는 어느샌가 부탁을 한다.

“엄마, 나 알림장 엄청 많이 적었어. 글자 틀린 것 지적하지 말고 말해줘,”

“응” 해놓고 나는 빨간 볼펜을 들고 첨삭하듯이 아이가 정성스럽게 적어놓은 글자에 빨갛게 고쳐놓았다.

“엄마, 나 잘 썼지? 팔 아팠는데 엄청 열심히 썼어.”

“어 그런데 아직도 ‘했다 ‘를  ’해다 ‘롤 적으면 어떻게 해?”

“엄마, 내가 글자 틀린 것 말하지 말고 칭찬해 달라고 했는데”

“아유, 쉬운 것을 이렇게 틀리는데 어떻게 칭찬을 하니?”

아이는 토라진 얼굴로 쌩하니 다른 방으로 갔다.

아차차. 나의 실수

지후야.. 엄마는 아직도 철들려면 한참 시간이 걸리겠다. 작가 엄마 그게 뭣이라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 어설픈 초보 작가 엄마가  글자 잘 적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아이를 나무라니 오늘은 더더욱 너에게 할 말이 없다.





아이 마음

엄마가 자꾸 글자 틀렸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더 자신이 없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엄마는 내가 쓴 알림장에 틀린 글자만 보이는지 빨갛게  자꾸 고쳐놓는다. 기분이 나쁘다. 엄마한테 부탁을 했는데도  안 그런다고 해놓고 엄마는 글자 틀린 거를 보면서 또 잔소리한다. 엄마는 거짓말쟁이다. 나도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데.. 손에 땀이 날 만큼 꼭 쥐고 열심히 쓰고 있는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면서 자꾸 ‘글자 예쁘게 써라, 글자 틀리지 마라, 틀린 거 또 틀리냐 ’ 고 잔소리를 한다.  외할머니 오시면 엄마 어릴 때도 글자 안 틀리고 잘 적었는지 물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조바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