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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Ji May 06. 2020

매일 밤, 아이와 나는 감정일기를 씁니다.

어려움을 헤쳐나갈 작은 회복 탄력의 요소

감사 일기를 적어온 지 4년이 흘렀다. 한 번도 빠진 날이 없는 지금은 습관처럼 감사 일기를 쓴다. 아이도 어릴 때부터 감사 일기를 쓰다 말다 했지만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사실 나는 감정이 그렇게 다양한 사람이 아니었다. 워낙 어릴 때부터 부정적인 사람이었던지라 기껏해야 약간 즐겁거나 항상 슬픔, 짜증과 불만이 뒤섞인 날들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내가 변해야지 했던 순간부터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내 속의 감정들이 무엇이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찾고 싶었던 감정을 하나씩 적은 것이 감정일기였다. 행복, 기쁨, 뿌듯, 감동, 즐거움, 감격, 만족, 평온, 평화, 안정, 기쁨.... 의 긍정적인 감정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정을 적으며 나의 감정이 나와 다른 지나가는 손님임을 알아차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 전, 아이는 학교에서 일기를 적어왔다. 하루의 기록을 적고 마지막에 느낀 점을 적으라고 배움을 받은 모양이다. 하루의 일과를 적거나 인상 깊었던 일을 적고 느낀 점 짤막하게 적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일기를 쓰는 것을 옆에서 보아 와서 그런지 아이는 그렇게 일기 쓰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 즐거운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주기 위해 나를 닮은 무뚝뚝한 아이에게 잠자기 전에 일기를 쓰게 했다. 짧게 오늘 중 제일 재미있거나 인상 깊었던 일, 감사할 일을 적어보라고 했다. 아이는 자신만의 즐거운 일을 적었다. 아이가 의기소침하고 화가 난 날에는 더욱 자기 전 일기를 적어보라고 했다. 자기 전 뇌를 통해 무의식에게 긍정을 넣으라는 일종의 의식과 습관의 전략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고기가 맛있어 기뻤다, 줄넘기를 참고했더니 뿌듯했다. ‘에서 ’ 하늘이 맑고 예뻐서 온 세상이 행복해 보여서 좋았다 ‘라고 구체적인 감정들을 나열해갔다. 



저학년이라 아이는 무엇 때문에 하라는지 모르고 일기를 쓴다. 먼 훗날, 커서 자신만의 감정일기가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작은 회복 탄력의 요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또한 엄마의 바람이겠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낙심하거나 우울할 날이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담담히 바라보고 추스르며 다시 힘을 얻기를 바란다. 바쁜 현대시대에 사는 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경쟁사회 속에서 성적만 올리고 자신의 마음 근육은 단련을 시키지 못한 결과다. 아이에게 자소서 잘 쓰는 법, 논술학원만 보낼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와 자기 전에 특별한 의식.. 밤마다 일기 쓰기 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가 즐거울 때도 그렇지만 아이가 마음이 힘들다면 더더욱 아이에게 긍정적인 면을 바라볼 수 있는, 감정일기를 함께 써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오늘 아이의 마음에 미움이 생겼다. 친구가 속상하게 했단다. 그럴 때일수록 아이는 일기를 쓰며 그림을 그리고 서투른 감정을 표현했다. 오늘 어떤 즐거운 점이 있었나. 어떤 감사한 점이 있었는지 되짚어보며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미움의 감정을 보듬어주는 긍정 감정들이 넘쳐나기를 바란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의 나도 일기를 쓰며  감정을 고백하며 감싸 안고 감사한 일들을 적어본다.



매일 밤, 나와 아이는 감정일기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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