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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ul 03. 2024

@1133 <무지에서 호기심으로 : 사랑하는 딸에게~

@1133

<무지에서 호기심으로 : 사랑하는 딸에게 쓰는 편지2>     


1.

“네, 맞아요. 저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그래서요?”

지난번에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에 대해 말했지? 쿨한 인정 그 이후의 태도가 적절하지 않으면 그 용기는 아무 보람이 없어.     


2.

누구든 모를 수 있다고 한 말은 무지에 대해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창피해하지 말라는 뜻이었어. 이 말을 엉뚱하게 해석하면 자칫 뻔뻔해질 우려가 있어. 나 스스로 결함을 밝혔으니 이제 남들이 내 비밀을 알아차리면 어쩌나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     


무지를 인정하는 자세는 남 앞에서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기 위한 조치만은 아니야. 모르는 내용을 배우고 보충하기 위한 1단계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강조한 거야. 내가 모른다고 밝혀야 아는 사람이 가르쳐 줄 기회가 생기니까. 만일 잘 모르고도 뻔뻔 모드로 밀고 나가면 상대방이 그 내용을 알아도 가르쳐 줄 마음이 싹 사라져 버리지.     


3. 

모르는 내용을 알려면 기나긴 ‘호기심 원정대’ 여정을 떠나야 해. 검색엔진에 나오는 내용만 달달 외운다고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아. 지식은 칡넝쿨과 같아. 땅 위에 튀어나온 부분은 만만해 보이지만 의지를 가지고 캐면 10m 짜리 칡뿌리가 모습을 드러내지. 일상속 커피에도 많은 호기심거리가 있어.     


“오늘 커피 맛이 평소와 좀 다른데?”

바로 그 순간 네가 어떤 행동을 하는 지가 중요해. “아, 향긋한 커피에 날씨도 화창하고, 기분 정말 좋다.” 순간을 즐기는 자세도 좋지만 바리스타에게 질문 한마디 던지면 더 좋겠어. “매일 마시는 커피인데 오늘 커피는 좀 색다른데요?”     


4.

“역시 예리하시네요. 새로 들여온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를 썼거든요. 꽃향기에 과일향까지 느껴지실 거예요.”

‘예가체프? 텀블러에 커피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 카페인중독자이면서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보네? 아, 나는 진정한 커피 애호가가 아니었어. 좋아, 이제 확실히 공부해 줄테다.’     


너는 점심시간에 예가체프를 검색해 봐. 에티오피아 남부 고산지대에서 재배되는 고급원두라는 사실을 알았어. ‘가만있자, 그런데 고산지대의 원두가 왜 더 맛있지? 아하, 고도와 기후 토양이 커피 맛에 이런 영향이 있구나. 그런데 에티오피아 커피가 어떻게 전 세계로 퍼졌을까? 콜럼버스, 동인도 회사, 보스턴 차사건...’     


5. 

이제 너는 커피 한 잔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어. 지금까지 커피는 식후 입가심 음료였는데 이제 어엿한 인류 문명의 한 축으로 보여. 모두 다 네가 호기심의 끈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좇아간 덕분이야. 호기심은 상상도 못했던 환상의 세계로 너를 이끌 거야. 어때, 호기심의 여정을 떠나보지 않을래?     


*3줄 요약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뻔뻔해지면 아무 소용 없다.

○용기 내어 무지를 밝혔으면 이제 호기심 원정대의 길에 오르자.

○호기심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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