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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열어야 상대의 마음이 보인다 : 사람을 남기는 비법>
1.
“그때 말씀하신 제품으로 2천 개 보내주세요.”
김사원은 귀를 의심했다. 10개만 팔아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2천 개라니. 영업점이 난리가 났다.
자신의 지위로는 할인을 많이 해드리기 어렵다고 하자 뜻밖의 말씀을 하신다. “괜찮아요, 우리 사이에.”
2.
우리... 사이...라고 했다. 그 사장님은 왜 김사원에게 ‘우리 사이’라는 표현까지 쓰게 되었을까. 같이 밥도 묵고 술도 마시고 사우나도 가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제품 설명하러 갔던 그날의 상황을 하나하나 복기해 본다.
처음 인사했을 때 사장님은 눈길도 주지 않으셨다. 수 없이 만나는 영업사원 중 한 명으로 취급하는 중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브로셔만 드리고 나오려고 했다. 어차피 여기서 실적 올리기는 글렀다.
머리를 비우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큰 형님뻘인 사장님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던지기 시작한다.
3.
“영업일이 참 쉽지가 않네요. 사장님은 매일 영업사원들 수도 없이 만나시죠? 엄청 귀찮으시겠어요.”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어 김사원을 멀뚱멀뚱 쳐다본다. 사장님이 듣든 말든 김사원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본의 아니게 영업을 맡게 되면서 의기소침한 이야기,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여러 사람 만나는 일이 고달픈 이야기, 섣불리 물건부터 들이밀었다고 잔소리만 들었던 사소한 이야기까지 늘어놓았다.
물건 팔겠다는 생각을 지우고 나니 말문이 저절로 트인다. 사장님이 라면 끓여 줄 테니 먹고 가라고 하신다. 실은 사장님도 영업맨 출신이라며 소주까지 꺼내 오신다.
4.
다른 사람과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은 강화유리로 둘러싸인 방안에 들어앉은 채 상대방 마음속을 들여다보려 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꼭꼭 걸어 잠그고 상대더러 마음을 열라고 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에 응할 사람은 없다.
소통은 서로의 마음이 섞이는 확산 과정이다. 빨간 물과 파란 물이 담긴 수조의 가림 판을 치워야 서로 섞이기 시작한다.
나의 속내를 툭 털어놓는 순간 내 진심은 어느새 상대 마음속으로 거침없이 침투한다. 순식간에 두 마음이 뒤섞이고 어느새 하나라는 일체감을 느낀다. 상대방 눈치만 살피고 있으면 하루 종일 입 아프게 말해도 전혀 소통이 안 된다.
5.
“영수야. 그때 영수라고 부르기로 했지?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김사원은 소통의 큰 원리를 깨우쳤다.
지금까지 소통은 상대를 구슬려 제품을 잘 파는 말솜씨라고만 생각했다. 진정한 장사꾼은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드라마 ‘상도’의 대사를 다시 떠올려 본다.
*3줄 요약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내 마음은 닫은 채 남의 마음을 열려고 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마음이 섞이는 마법 같은 순간 진정한 소통이 시작된다.
◯숨은 의도를 내려놓고 마음을 열면 큰 선물이 돌아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