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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준 Nov 18. 2021

종전선언을 위해 기도합니다


1981년생, 올해로 42세.  


나에게 정전 체제란 이런 모습이었다. 


초딩 때부터 반공 포스터를 그리며 북한 군인은 악마로 묘사해야 했었다. 


이산가족들의 한과 아픔을 티비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겪으며 함께 눈물 지었다. 


간첩으로 억울하게 몰려 살해 당하거나 자살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며 함께 가슴을 치고 한탄했다. 


지금은 거의 들리지 않는 빨갱이라는 무시무시한 명찰이 붙은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런 그들을 어린 마음에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론 나 또한 저들처럼 될까봐 두려워했다. 


정식으로 출판된 자본주의, 공산주의라는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스스로 이 책은 읽어도 괜찮을 거야 라는 생각을 되새기며 내적 검열을 해야 했다. 


군사독재 시절 빨갱이로 몰려 죽은 사람들의 비명을 사진과 활자로 보아야 했다(오월 광주 사진은 솔직히 내게 트라우마에 가까웠다...)


사회주의라는 단어 조차 자유롭게 내뱉지 못하던 시기를 겪어야만 했다. 


군대에서 본 사회과학 서적에 대해 간부들이 불온한 서적 아니냐고 묻는 걸 대충 대답해 넘겨야만 했다. 


정치인들이 '북풍'을 끊임없이 소환하고 정치에 활용하는 그 저열하고 비열하고 악독한 모습들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 


내게, 정전체제란 끝없는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짓누르는 듯한 느낌. 


의도적으로 전쟁을 끝내지 않는 세력이 여전히 한국 정치에 남아 있고 그들이 40% 넘는 굳건한 지지세를 보이는 2021년 오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구축의 노력이 문재인 대통령 하에서 결실을 맺기 직전이다. 


나는 그 날이 오기만을 어려서부터 기다려왔다. 


내 안의, 내 바깥의 한국전쟁이 완전히 종식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그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가슴에 기쁨이 가득 차오른다. 


신이 있다면, 부디 한반도에 평화를 내려주시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전쟁의 끝이자 평화의 시작인 종전선언이 꼭 이뤄지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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