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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Aug 17. 2017

사생활 침해와 영화 <숨바꼭질>

이효리·이상순 부부 사생활 침해에 관하여

근래에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Hot 한 방송을 꼽아보라면 'Best One'은 아닐지 몰라도 Best 5 안에 JTBC의 <효리네 민박>이 들어간다는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으리라 예상된다. '편안함'과 신비주의를 벗어던진 Top Star 부부의 생활을 '관음'한다는 두 가지를 무기로 화제를 몰고 있는 관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JTBC <효리네 민박> / 사진출처 : 공식 SNS


방송 초반에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코멘트를 통해 그간 부부가 제주도에서 살면서 많은 피해를 당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몇 해 전 기사에서 우리가 보았듯, 부부는 이미 많은 관광객(이라 쓰고 몰상식한 인간으로 읽어야 할)들의 방문으로 그들의 생활이 평탄치는 않았다. 그러나 부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차라리 그들의 생활을 공개함으로써 대중의 호기심을 덜어내어 방문객을 줄이고자 하는 생각으로 프로그램 촬영을 허가했고, 그 결과 우리가 보는 방송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송이 주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서, 부부의 달콤한 제주도의 삶이 부러움을 받고 회자되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부가 이사 갔다는 소문을 통해 한동안 끊어졌던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다시 이끄는 부정적인 측면까지 만들어내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는 얼마 전부터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http://entertain.naver.com/read?oid=112&aid=0002949354&gid=999339&cid=1068624



몇몇 몰지각한 인간들이 댓글을 통해 "공인이면 감내해야 할 일" 이라거나 "이럴 줄 알고 방송한 것 아니냐" 내지는 "돈 벌면서 촬영하고 편안한 삶을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이다"라는 식의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무식한 발언들이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은, 그들이 공인이기 전에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엄연한 인간이기 때문이며, 그들은 '사생활'을 가질 권리가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집을 찾아가 들어갈 궁리를 하고, 부부의 손님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거나, 부부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피해를 끼치는 인간들이나, 그들을 비호하며 '공인'이라는 말로, 시쳇말로 "빼애액"거리는 인간들을 보며, 그리고 그들에게 피해를 받고 있는 부부와 인근의 주민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 문득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영화 <숨바꼭질>이다.


관객이 영화의 재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방법에 따라 영화를 구분하자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영화의 영상으로 시각적인 자극을 주어 영화에 빠져들고 영화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영화의 이야기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전자에는 여러 가지 SF영화나 액션 영화가 포함될 것이고 후자에는 드라마나 스릴러 같은 영화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본인의 기억에서 후자의 영화 예를 들어본다면, 이제는 클래식 Classic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한 <포레스트 검프>, 비슷한 시기의 <흐르는 강물처럼> 이라던가 근래에는 <덩케르크>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영화들의 특징은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며 서사 관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후자, 즉 이야기로 재미를 주는 영화는 다시 몇 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인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자면 하나는 이야기 구조 자체만으로 재미를 주는 영화들이고(앞서 예를 든 영화들이 여기에 그대로 해당하겠다.),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입'을 통해 내 이야기로 치환시켰을 때의 큰 재미를 느끼는 영화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가 <숨바꼭질>이다.


숨바꼭질 Hide and Seek, 2013 / 감독 : 허정 / 출연 :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외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는 "Home, sweet home"으로 표현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공간이 '집'이라는,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집'이라는 공간에 있을 때 해방과 자유를 누리는, 진정한 휴식의 공간이자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라는 인식,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인식에서 출발한다.  영화 <숨바꼭질>은 이런 인식을 부수는 데서 시작된 영화다. 가장 안전한 나의 집이 누군가에 의해 노려지고, 침범당한다는 설정.


앞에서 서술했듯,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혹은 이 영화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주인공에 우리를 대입시켜 보게 된다. "누군가가 우리 집을 침범한다면?" 하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나면, 영화의 내용이 조금 더 무섭게 다가오게 되고, 영화의 재미를 만들어주는 그런 영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어쩌면 지금 이 시점에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느끼는 공포나 불편함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풀 수 있는 '집', 가장 안전하고 포근한 '집'이 무너지고 있으니 말이다.


집이 침범당하는 것은 자아가 침범당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Safety Zone'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 가상의 영역 안으로는 타인을 들여놓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타인이 이 영역 안으로 오면 불쾌함, 불안 내지는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들을 부부의 삶에서 적용시킨다면, 그들의 제주도 집은 그들의 'Safety Zone'이며,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는 결국 그들의 삶과 그들의 자아를 침범하는 것과 유사한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관광객을 위장한 인간들이 그들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사진을 찍고, 담벼락 너머로 집을 훔쳐보고 또 넘어가려 하고, 혹여나 볼 수 있을까 진을 치고 기다리고, 들어가는 사람 뒤에서 같이 따라 들어가려고 하는 행위들 자체가 Safety Zone을 침범하는 것이다.


비단, <효리네 민박>의 문제만이 아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도, <삼시세끼>도, <자기야-백년손님>도 같은 패턴이다. 심지어 <삼시세끼>는 그 집에 본 주인이 따로 있음에도 찾아가 폐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위에 링크로 연결한 기사의 마지막 문장처럼, 문화의식이 형편없는 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숨바꼭질>을 보면서 "우리 집에 저런 괴한이 침입한다면 참 좋겠다!"하며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집을 빼앗으려 하고 내 삶을 빼앗으려 하는 인물을 쌍수 들고 환영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부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갖길 바란다. 내 집에 누군가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내 삶에 누군가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싫듯이, 부부가 모든 근심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집'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 집이 그들의 '행복'이자 그들 스스로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들의 '집'이, 아니 그들의 '삶'이 지켜지길 바란다. 더불어, 성숙한 문화시민으로서, 성숙한 문화의식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제발, 제발, "공인이니까" 같은 무식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헛소리는 하지 말자.


역지사지. / 사진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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