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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Apr 16. 2017

나의 노란 리본.

세월호 3주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지인의 집에 몇 사람이서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 그 자리에 같이 있던 한 형님이 내게 질문을 건넸다.


"근데 넌 이걸 왜 아직도 달고 다녀?"


그 형님이 가리킨 것은 내 가방 한쪽에 달린, '노란 리본'이었다. 그 말을 듣고 이런저런 할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과의 논쟁으로 기분 좋은 자리를 망치기 싫어 그냥 단순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죠." 하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던 것 같다.


그로부터 시간은 다시 흘러 최근에 이른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오랫동안 비밀과 슬픔을 묻은 채 몸을 웅크리던 세월호가 우여곡절 끝에 뭍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 세월호는 몸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고 비밀과 슬픔을 세상에 꺼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은, 4월 16일이다. 오늘로 3년이 된다. 수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소수의 무책임과 안일함으로 희생되고, 미처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정치적인 문제로 차가운 바닷속에서 그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침내 진실이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년, 지인의 집에서 질문을 받았던 그 날, 내가 삼켰던 말은 결국 그 '진실'이었고 더불어 '기억'이었다.


나의 노란 리본은 첫째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최근 여러 언론들과 사람들이 미수습자라고 부르지만 나는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으며,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들이 살아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을 수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아 여전히 이 표현을 쓰고 있다.)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애타게 기다리며 매일을 그리움 속에서 눈물로 보낼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참담하고 슬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트위터 '대치동 나팔' https://twitter.com/schalom1004/status/695940528236408832


둘째로 나의 리본은 '명확한 진실 규명'의 바람을 담고 있다. 3주기를 맞은 오늘까지, 우리는 아직 왜 많은 사람들이, 특히나 아직 어린 그 학생들이 왜 차갑게 식어가야 했는지 그 사고의 원인 조차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과적이니, 급변침이니, 심지어는 잠수함에 부딪혔다는가 하는 루머까지도 돌고 있으나 명확하게 "이것이다."할 만한 것은 없다. 정확한 사고의 원인을 찾아내고 사고가 만약 인간의 욕심이나 죄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면, 공정하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그 원인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하고 많은 이들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결코 유야무야 되지 않게, 나 스스로가 먼저 기억하고 행동하길 바라는 마음과 또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노란 리본에 담겨 있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기사 (심명남 기자) http://omn.kr/n20t http://omn.kr/n20t


덧붙여, '스텔라 데이지호'의 슬픈 사연이 세월호 때와 흡사하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이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을 끝까지 기억하고 기억해야 한다. 기울어진 배를 버리고, 위험에 처한 승객들에게 "가만있으라."라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고, 무성의한 말을 남겨놓고 도망가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보았고, '숫자'에 목메달며 구조를 놓친 정치인들의 무능함도 보았고 니탓내탓하며 구조에 늦장을 부린 답답함도 느꼈다. 우리는 이 세월호가 반면교사의 교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70415.33003224053



마지막으로 나의 리본은 정부에 대한 촉구를 담고 있다. 세월호가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희생자들을 수습하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안타까운 일들은 유가족의 피해보상과 관련한 정치적 프레임으로 유가족들을 '도둑놈' 취급하는 여론이 등장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금전적인 피해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슬픔을 돈으로 어찌 환산하겠는가? 돈이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어갈 때, 자신은 목숨을 건지고 그들에게 미안해하고 있을 많은 생존자들이 정신적으로 겪고 있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지속적이고 정성 어린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https://brunch.co.kr/@jongminkim/17



더불어 자신의 목숨보다 한 생명이라도 구하고자 했던 이들의 의사자 인정과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순직' 판정 조차 받지 못했던 두 교사의 이야기는 여전히 답답함을 감출 길이 없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다른 이들을 구하고자 한 이들이 마땅한 대우조차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고자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이다.


아마도 여전히 누군가는 내 리본을 보며 나를 좌파니, 허세니, 부질없는 짓이니 하며 수군댈 것이다. 혹은 그 형님처럼 궁금함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호히 말한다. 세월호 사건은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도 없으며, 다시 있어서도 안될 슬픈 일이다. 여전히 길을 가며 마주치는 교복 입은 아이들이 가방에 달아놓은 노란 리본들이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는 무언의 '구조요청' 같아 슬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다시는 그 어린아이들의 구조요청을 들을 일 없게, 이제는 대한민국의 모든 이가 이 일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노란 리본이 다수의, 아니 우리 모두의 리본이길, 같은 의미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타이틀 이미지 출처 : 구스 위키 <파일:세월호 노란 리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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