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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 Apr 25. 2024

효율은 나쁘지만 의미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니가타에서 차를 타고 도쿄로 돌아오는 도중, 자동차 지붕에 자전거를 싣고 레이스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몇 명인가 볼 수 있었다. 햇볕에 잘 그을린 무척 건강해 보이는 몸매의 사람들이다. 트라이에슬론 체형. 우리는 초가을 일요일의 소박한 레이스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다음 레이스에 대비해 각자에 장소에서 (아마) 이제까지와 같이 묵묵히 연습을 계속해간다. 그런 인생을 옆에서 바라보면 - 혹은 훨씬 높은 데서 내려다보면 - 별다른 의미도 없는 더없이 무익한 것으로서, 또는 매우 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서 비쳐진다고 해도,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그러나 마음으로는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실감으로써, 그리고 경험칙으로써.


그런 효율은 나쁘지만 의미 있는 행위의 사이클을 언제까지나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나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어떻게 해서든 질리지 않고 끈질기게 해왔기 때문에, 어쨌든 계속할 수 있는 한 해보려고 생각한다. 장거리 레이스가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많든 적든, 좋든 나쁘든) 키워주고 만들어왔던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한 나는 앞으로도 장거리 레이스적인 것과 더불어 생활을 하고, 함께 나이를 먹어가게 될 것이다. 그것도 하나의 - 이치가 닿는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 인생일 것이다. 아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다른 선택을 할 만한 여지도 없는 것이다.


자동차의 핸들을 쥐면서 문득 그런 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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